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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1일 오전 11시 30분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수사 강화 방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진태 검찰총장 앞으로 "명예훼손 수사를 구실로 한 인터넷 검열 중단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요구서도 제출했다.

 참여연대는 10월1일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발표된 사이버 명예훼손 수사 강화 방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김진태 검찰총장 앞으로 인터넷 검열 중단을 요구하는 요구서를 제출했다.
참여연대는 10월1일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발표된 사이버 명예훼손 수사 강화 방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김진태 검찰총장 앞으로 인터넷 검열 중단을 요구하는 요구서를 제출했다. ⓒ 참여연대

검찰은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앞으로 사이버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에 대해 강경하게 대처할 방침을 내놨다. 더불어 서울중앙지검에 명예훼손 전담 수사부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발표에는 이와 함께 ▲인터넷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허위사실 유포 사범을 상시 적발하고 ▲중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경우 구속 수사하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계획도 포함됐다.

참여연대는 이번 검찰의 발표가 그 배경이나 구체적 내용에 있어 인터넷 공간 속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진태 총장에게 보내는 인터넷 검열 중단 요구서를 통해 검찰의 발표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했다.

첫째, 검찰의 이번 발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이틀 뒤에 나왔다는 점에서 그 경위가 대단히 의심스럽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등의 발언을 작심한 듯 쏟아냈다. 그리고 이 발언 후 불과 이틀 만에 검찰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 등과의 협의를 거쳐 사이버 명예훼손에 엄정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보수 논조의 한 언론조차 이번 발표를 두고 "검찰과 청와대 권력 간의 관계에 의심의 눈총이 쏠려온 상황임을 고려하면 (검찰의 발표는) 오비이락을 넘어 자충수로까지 비친다"고 평가했다. 누가 보더라도 이번 검찰의 발표가 대통령의 의중을 충실히 반영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상황이다. "누구나 사이버공간에서 일어나는 허위 사실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검찰의 설명과는 달리, 이번 조치가 사실 대통령을 위시한 권력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둘째, 검찰이 주된 수사의 대상으로 '공적 기관의 공적 인물'을 들고 있는 것 역시 문제다.검찰은 이날 발표에서 '2011년∼2014년 사이버상 명예훼손 및 모욕사건 주요 리스트'라는 자료를 함께 첨부했는데, 열거된 사건들은 대체로 정치인들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들이었다. 실제 검찰은 이번 조치로 '공적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 수사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고위 공직자나 정부 정책에 대한 의혹 제기와 비판은 폭넓게 허용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입장이다. 국가 기관과 공직자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이 대상이 돼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한 비판은 명백히 악의적인 것이 아닌 한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이들 판결의 일관된 취지다.

실제로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있었던 무수한 '국민 입막음 소송' 중 상당 수에 대해 법원은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숱하게 강조해 온 입장을 정면으로 거스르면서,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부터 봉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쯤 되면 법치주의의 수호자가 아닌 정권의 수호자라는 비판이 무색하지 않다.

셋째, 더욱 문제인 것은 '문제 없는 글을 쓴다면 위축될 일도 없다'는 검찰의 안이한 태도다. 사이버 명예훼손 등에 대한 강경 대처가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에 전담팀을 지휘하는 유상범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는 지난 25일 되레 "왜 위축되냐, 아무 문제 없는 글을 쓴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공연히 명예 훼손이나 모욕을 일삼지 않는 '대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은 위축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어떤 표현이 명예 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는 지 여부를 구분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인터넷에 무심코 한 말 때문에 형사 처벌을 받는 일은 지금도 무수히 벌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명예 훼손이나 모욕에 대한 수사가 강화된다면, 일반 국민들은 그저 침묵하는 편을 택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처벌될 수도 있다는 추상적 가능성만으로 입을 다무는 것,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위축 효과며, 이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비판을 약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런데도 검찰의 지휘 간부가 '나쁜 일을 하지 않으면 되니 처벌을 겁낼 필요가 없다'는 법률가로서 수준 이하의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국민의 중요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이 정도의 인식밖에 갖지 못한 사람이 검찰의 명예 훼손 전담팀을 지휘하게 된다는 사실에 또한번 절망스럽다.

넷째, 당사자가 아무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데도 수사기관이 명예훼손 수사에 대대적으로 나선다는 것은 국민의 정부 정책에 대한 견해 표명을 실시간 감시 및 대응 체제에 두겠다는 선언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검찰은 이번 발표에서 인터넷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해 명예훼손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중대 사안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고소나 고발이 없어도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천안함, 국정원 대선개입 등의 사안과 같이 정부가 공식 입장을 확립한 사안에 있어 그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선제 대응의 주 대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선제 대응이야말로 국민의 명예 보호가 주목표가 아니라 정부의 입장 보호가 목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검찰은 첫 발표에서는 카카오톡과 같은 사적 공간도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수준에서 감시대상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발을 뺐다. 그러나 지난 19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IP추적, 전자정보 압수"를 "최대한" 하겠다고 명시한 것은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도 적극적으로 영장 신청해서 들여다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공개된 인터넷 게시판을 비롯해 사적 공간까지 찾아 들어가 정부 비판적 표현을 명예훼손을 빌미로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이는 이명박 정부 때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민간사찰'을 공개적으로 재개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위험이 크다.

이것은 언제든 권력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명예훼손 처벌은 보통 사람들보다는 권력을 가진 자들의 명예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쓰여 왔다. 형벌로 존재하는 한 권력자가 검찰을 비판 봉쇄에 동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 이러한 위험 때문에 많은 인권 선진국들이 명예 훼손이나 모욕을 형사 처벌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고, 몇 해 전 방한한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도 우리 정부에 명예 훼손에 대한 형사 처벌 폐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헌법재판회의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최근 한국을 찾은 베니스위원회 위원장도 "(한국 정부의) 인터넷 감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우리 검찰은 보통사람들도 아닌 '공적 인물'의 명예를 지켜주겠다며 먼저 칼을 빼들고 나선 것이다.

검찰은 대통령 개인의 명예보다 국민의 표현의 자유가 더 무겁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며, 명예훼손 수사를 구실로 한 이번 사이버 수사 강화 방침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


#참여연대#공익법센터#검찰#사이버수사#인터넷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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