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춘향 에서 춘향을 연기하는 김주원

▲ 발레 춘향 에서 춘향을 연기하는 김주원 ⓒ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 사진 김경진


<발레 춘향>은 온 국민이 다 아는 인기 고전 '춘향전'을 발레로 만든 작품이다. 발레단 유니버설은 우리 문화를 창작 발레로 만드는 데 노력하는 발레단으로 유명하다. 2007년 초연된 <발레 춘향>은 유니버설 발레단이 만든 창작 발레 가운데 세 번째 작품으로, 우리 고전 문학과 차이콥스키의 절묘한 조화가 돋보인다.

<발레 춘향>의 객원 발레리나 김주원. 대중에게는 <무한도전>과 <댄싱 위드 스타>로 얼굴이 알려졌지만, 발레계에서는 국립발레단 전 수석 무용수이자 동시에 발레계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러시아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2006년 최고 여성 무용수 상을 수상한 프리마돈나 아닌가. <지젤>에 이어 <발레 춘향>으로 유니버설 발레단과 호흡을 함께한 김주원을 지난 24일 직접 만났다.

일은 일, 삶은 삶...행복하게 사는 것도 중요해

- <발레 춘향>의 이야기는 한국인 모두가 아는 고전이다. 발레리나 입장에선 표현에 부담을 덜 느낄 수 도 있을 것 같은데.
"발레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사랑을 이야기함에 있어선 기존 발레 레퍼토리와 상통하는 면도 있다. 한편으론 <발레 춘향>은 기존 외국 레퍼토리에선 찾아볼 수 없는 한국적 소재를 발레로 표현한 작품이기 때문에 한국의 발레리나가 표현하는 게 제일 잘 맞다.

1막에서는 순수한 사랑을 표현하고, 2막에서는 변사또의 수청을 거부하며 절개를 지키는 여인을 표현한다. 옥에 갇힌 춘향의 한(恨), 권선징악이라는 한국적 소재도 담겨있다. 선이 승리한다는 소재는 한국 발레에서 찾을 수 있는 독특함이다. 표현의 범위가 그만큼 넓다."

- 최근 유니버설  발레단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데.
"유니버설 발레단 작품인 <지젤>에도 출연했다. 국립발레단에 있다가 프리랜서가 된 지 2년 정도 됐다. 국립 발레단을 나온 이유 중 하나는 여러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작품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고 싶었다. 발레리나라면 좋은 레퍼토리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국립 발레단에서 하지 못한 작품을 해보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었다."

- <댄싱 위드 스타>를 보면 참가자들에게 점수를 후하게 주는 편이더라.
"전문가를 뽑는 게 아니라, 다른 장르에서 각자의 위치에 있는 분들이 춤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다. 전문 발레리나를 뽑는 프로그램이었다면 냉철하게 심사했겠지만, 출연자들은 출발선이 다른 분들이다. 걸그룹 아이돌도 있고 평생 춤 한 번 추지 않은 이봉주씨도 있다. 춤이 얼마나 많은 감동을 줄 수 있으며, 춤에 도전한다는 게 얼마나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인가를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

- 평소 인생관도 후할 것 같다.
"다른 이들에게는 베풀고 후하게 대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분명한 잣대를 가지고 있다. 일과 삶은 치열하게 살고, 분명하게 해내는 걸 좋아한다. 행복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적인 스케줄을 짤 때 몇 시에 무엇을 하는 식으로 자를 잰 듯 정확하게 살지는 않는다."

- 발레리나는 감수성을 대사가 아닌 몸짓으로 표현해야 한다.
"예술은 모든 일에 깨어있는 게 중요하다. 다른 장르의 예술에도 관심이 많다. 여러 경험도 많이 해보려고 한다. 여러 감각과 정신이 깨어있는 게 중요하다."

- 2년 전 국립발레단에서 고별 무대를 할 때 눈물을 많이 흘렸다.
"15년동안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외에는 어떤 타이틀도 제 이름 앞에 있었던 적이 없다. 커튼콜 할 때까지만 해도 아무 감정이 없었다. 주위 후배들이 울고 있었다. 객석에 조명이 켜졌을 때 관객분들이 모두 일어나 있었다. 객석에서 우는 분도 있었다. 커튼콜 때도 작품의 일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날만큼은 태어나 처음으로 인간 김주원으로 인사드릴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저를 사랑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함에 울음을 터트렸다."

- 러시아 볼쇼이 발레 학교에서 수학했다.
"러시아 볼쇼이 발레 학교는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 프로 발레리나가 되기 위한 모든 가르침이 학교 안에 있었다. 정서, 움직임, 체격 등 공부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학교다. 거기에서 배운 모든 것이 밑거름이 됐다. 한국에도 러시아 볼쇼이 발레 학교와 같은 발레 학교가 생겼으면 한다."

후배들에게 노하우 전달할 수 있는 선배 되고 싶어

발레 춘향 에서 춘향을 연기하는 김주원

▲ 발레 춘향 에서 춘향을 연기하는 김주원 ⓒ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 사진 김경진


- 40대에도 현역 발레리나로 활동할 건가.
"30대냐, 40대냐 하는 나이 구분보다 몸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발레를 게을리한다면 당장 내년이라도 발레 하기가 버거워질 것이다. 그만큼 프로 발레리나는 자기 몸에 엄격해야 한다. 다른 장르의 예술가라면 폭음을 해도 다음날 무대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발레는 폭음을 하고 다음날 발레를 할 수 없다.

다람쥐 쳇바퀴 같지만 일정한 틀 안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발레를 할 수 없다. 20대보다 두세 배 더 운동하고 연습해야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지금 인터뷰가 끝나면 운동하러 가야 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기 몸에 엄격해져야 젊었을 때만큼의 기량을 낼 수 있다."

- 도를 닦는다는 느낌이 드는 답변이다.
"정명훈 선생님은 우스개 소리로 '발레하는 사람은 크레이지하다'고 말씀한 적이 있다. 모든 예술 중에서 제일 어려운 것 같다는 의미에서 나온 농담이다. 저와 함께 작업한 타 장르의 예술가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다른 예술에 비해 발레리나는 수명이 짧다. 파리의 클래식 발레리나는 정년퇴직이 40~45살이다. 제가 무대에서 내려왔을 때 노하우를 후배에게 가르쳐주는 일은 제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다."

김주원 발레 춘향 댄싱 위드 스타 무한도전 유니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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