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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형원 녹색당 과천시장 후보가 자신의 선거 캠프에서 노트북으로 개표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 개표상황 지켜보는 서형원 후보 4일 오후 서형원 녹색당 과천시장 후보가 자신의 선거 캠프에서 노트북으로 개표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 송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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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도시를 만들겠다는 그의 꿈은 잠시 미뤄지게 됐다. 서형원 녹색당 과천시장 후보 이야기다. 서 후보는 과천을 '세계 환경 수도'인 프라이부르크처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이번 선거에서 30년 된 아파트 재개발을 놓고 상대 후보가 '과천의 강남벨트화'를 공약하자, 서 후보는 '과천다운 재개발'로 응수했다. 개발논리에 맞서 녹색, 환경의 가치를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거대 정당의 벽은 견고했다.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신계용 새누리당 후보는 낙하산 논란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지지세를 과시했다. 신 후보는 공천과 동시에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김종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도 안철수 후보의 지원 유세를 받으며 안정적인 지지를 확보했다.

두 거대정당의 힘은 투표일에 위력을 떨쳤다. 4일 오후 8시. 첫 개표 결과가 캠프 상황실에 전해졌다. 서 후보의 순위는 김종천 후보, 신계용 후보에 이어 세 번째에 자리했다. 첫 결과를 확인한 나민(45) 서 후보 캠프 상황실장 입에서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휴식을 취하다 오후 8시 반경 캠프에 도착한 서 후보는 커피부터 찾았다.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며, 주방에서 직접 커피를 연달아 두 잔 타 마셨다.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는 서 후보의 말에 한 지지자는 "이기면 풀려요"라고 농담을 건넸다.

오후 9시 10분. 조금 진전된 개표 결과가 올라왔다. 서 후보는 선두권 후보들에게 1300여 표를 뒤졌다. 한 손에 안경을 든 채 스마트폰으로 개표 결과를 유심히 지켜보던 서 후보가 "기운들 내세요. 별양동 남았어요. 우리가 별양동에서 한 일(선거유세)이 궁금해"라고 주변을 독려했다. 별양동은 과천에서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한 시간 뒤인 오후 10시 10분경 "중앙동이 여당으로 넘어 갔네요"라는 얘기가 들렸다. 중앙동은 서 후보가 시의원 할 때 지역으로 삼은 곳이다. 서 후보는 이곳에서 신계용 새누리당 후보에게 500여 표 밀렸다. 서 후보는 신 후보와의 표 차이가 1400여 표로 벌어진 것을 확인하고 "쉽지 않네. 신계용씨와 격차는 못 좁히겠어"라고 말했다.

낙선 유력... "거대 정당 넘어설 만큼 잘했어야"

5일 오전 서 후보 지지자들이 캠프 상황실에서 개표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서형원 후보 캠프에 모인 지지자들 5일 오전 서 후보 지지자들이 캠프 상황실에서 개표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송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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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색이 짙어지자 캠프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한 지지자는 "우리나라 정치 지형이 참 어려워요"라고 탄식했다. 또 그는 "새정치는 안철수부터 내려와서 지원유세하고 새누리당도 마찬가지고..."라며 군소정당 후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오전 0시경 별양동 개표결과가 나왔다. 서 후보는 신 후보에게 1100여 표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낙선이 유력해졌다. 서 후보는 "그 벽을 모르고 시작한 게 아니다. 몰랐다면 그 핑계를 대겠지만 알고 시작한 거니까 새삼스럽게 거대정당 때문에 안 됐다 이런 얘기는 핑계가 안 된다"고 이번 선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서 후보는 담담히 얘기를 이어갔다. 그는 "그걸 넘어설 만큼 잘 했어야 한다. 선거활동 잘했고 지지자들도 정말 열심히 했지만, 지난 8년 동안 의정활동 한 게 그런 우리사회의 거대 정치구도를 넘어설 만큼 되지 못 했다"며 "그런 의미에서 내 책임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켠에선 서 후보의 지지자 5명이 테이블을 둘러싸고 선거유세 과정의 소회를 풀어내고 있었다. 맥주 2병과 소주 2병이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포카칩과 새우깡을 안주 삼았다. 이영희(47)씨는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게 좋지만, '서로 같은 마음이구나'라는 걸 확인한 것만으로도 기뻤다"고 이번 선거과정을 떠올렸다.

서 후보는 기자에게 "저의 선거 결과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어쨌든 풀뿌리 후보가(안영) 새로 시의원이 됐다"며 "그분이 당선돼서 의회에서 일한다는 건 굉장한 진일보한 거다"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거기서 새로운 정치적 변화가 싹틀 거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오전 2시 40분 기준, 개표율 65.7%로 신계용 새누리당 후보 33.1%, 김종천 민주당 후보 30.8%, 이경수 무소속 후보 18.8%에 이어 서형원 녹색당 후보는 17.2%의 득표율을 보이고 있다.


태그:#서형원, #녹색당, #과천시장,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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