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초반에 FC서울이 겪고 있는 극심한 부진은 지난 시즌까지 서울을 이끌어온 두 거인의 부재에 기인한다. 서울이 이들의 활약을 바탕으로 최근 5년간 클럽 역사상 가장 찬란한 시기를 보낸 점을 감안한다면 과거 윤상철, 최용수부터 최근에는 박주영, 기성용, 이청용까지 스타 플레이어들이 즐비한 서울에서도 이들의 영향력은 단연 돋보인다. 그리고 그 두 거인은 바로 데얀 다미아노비치와 하대성이다.

서울을 지탱한 거인들 서울의 가장 찬란한 시절을 지탱한 데얀,아디,하대성. 이제는 서울의 스쿼드에서 하나같이 볼 수 없는 인물들이다.

▲ 서울을 지탱한 거인들 서울의 가장 찬란한 시절을 지탱한 데얀,아디,하대성. 이제는 서울의 스쿼드에서 하나같이 볼 수 없는 인물들이다. ⓒ 2006 FC 서울


데얀은 비단 서울뿐만 아니라 K리그 역사 전체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공격수에 이름을 올릴 법한 선수이다. 데얀이 진정으로 찬양을 받아야 하는 부분은 공격수로서의 폭발력이나 화려함이 아닌 바로 꾸준함이다. 3년 연속 득점왕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은 차치하더라도 데얀처럼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포를 가동한 공격수는 아직 외국인 선수와 국내선수를 통틀어도 찾기가 힘들다.

또 경기 내적으로 데얀의 진가는 단순히 기록상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최근 전술적 화두 중 하나인 이른바 '제로 톱'을 K리그에서 가장 능수능란히 소화한 공격수가 바로 데얀이기 때문이다. 피치 전, 후, 좌, 우 사방팔방을 활발하게 움직이는 운동량과 함께 안정된 기본기를 이용한 볼 키핑, 그리고 빠져 들어가는 동료선수를 발견하는 시야까지 갖춘 데얀은 우리 축구팬들이 직접 경기장에서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제로 톱 스페셜리스트'였다.

데얀의 진가가 가장 무섭게 나타난 경기는 단연 지난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이다. 에스쿠데로의 기선을 제압하는 매우 중요한 선제골을 날카로운 패스로 어시스트 하였으며 후반 막판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끝끝내 동점골을 기록한 이날 데얀의 활약상은 단연 그 클래스를 증명하는 것이었다.

데얀이 공격의 중심역할을 했다면 하대성은 서울의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120% 수행해냈다. 안정적인 볼터치와 넓은 시야와 패싱력이 결부된 볼배급은 하대성의 트레이드마크다. 하대성의 숨은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순간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수비수들과 몸싸움을 하는 와중에도 안정적인 불터치를 가져가며 공격을 마무리 짓는 해결사적 능력이다. 하대성은 문전 앞에서 절대 몸을 사리지 않는다. 다른 대표팀 미드필더에게서도 보기 드문 문전에서의 헤딩 경합이나 순간적으로 발을 밀어 넣어 득점을 시도하는 장면이 하대성의 플레이에서는 종종 나타난다.

또 하대성은 알려진 바와는 달리 수비가담에도 매우 적극적인 선수다. 아디를 제외하고는 1:1능력에서 상대를 압도할 만한 수비수가 없는 서울에서 하대성의 적극적인 수비가담은 서울이 안정적인 공수 밸런스를 가져갈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이다. 특히나 지난 시즌 후반기 하대성은 대표팀 차출 등 잦은 경기 출전에 의한 체력 저하로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다. 때문에 하대성은 특유의 공격력을 자제하는 대신 적극적인 수비가담을 통해 서울의 버팀목이 되었다.

이러한 하대성이 영입이 된 이후 서울의 시즌은 단적으로 하대성이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한 시즌과 그렇지 못한 시즌으로 나눴다. 하대성이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한 시즌에 두 차례의 우승과 아시아챔피언스 리그 결승진출 혁혁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하대성이 부상으로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실패한 2011시즌에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울산에 탈락하는 고배를 마셨다.

데얀과 하대성을 동시에 떠나보낸 서울이 이들의 거대한 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선수를 영입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이들과 비슷한 유형의 선수를 영입하는 데 주력했어야 한다. 하지만 서울은 데얀이나 하대성처럼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유형의 선수를 영입하는 데 실패했다. 특히 데얀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영입된 하파엘 코스타는 날카로운 슈팅능력과 빠른 뒷공간 침투가 돋보이는 선수이나 데얀만큼 필드 플레이 상황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다.

서울이 새로 영입된 하파엘 코스타와 김현성, 박희성 등 공격자원의 힘으로 데얀의 공백을 메우려 한다면 미드필더와 측면에서 공격수들을 지원하기 위한 전술적 움직임과 선수구성을 갖추는 준비가 필요했다. 문제는 올 시즌 서울이 그 전술적 대안 역시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울의 공격은 공격수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 공격수를 지원하기 위한 침투나 부분전술 등이 전무하다. 단적인 예로 측면에서 크로스가 올라올 때 또는 박스 안으로 공이 투입이 되었을 때 서울의 공격수들은 주변 선수들의 도움없이 서너 명의 수비수에 둘러싸여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중앙 미드필더 역시 아직까지는 하대성의 공백을 메꾸는 데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서울의 중원에 있는 고명진, 강승조, 이상협 등이 하대성과 가장 큰 차이를 드러내는 부분은 공수에서의 영향력이다. 현재 서울의 미드필더 대부분은 공격과 수비에서의 큰 영향력 없이 단순하게 측면으로의 볼배급 자체에만 주력을 하고 있다. 최근 서울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오스마르나 최현태 등의 선수를 기용하고 있다. 이를 감안한다면 중앙미드필더에서 하대성이 한 것처럼 좀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을 하는 모습을 보여 공격수들의 부담을 덜어 줘야만 한다.

최용수 감독이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전술적인 변화가 시급해 보인다. 현재 서울의 문제는 포메이션의 변화가 아닌 기본적인 전술의 틀을 바꾸는 작업이 선행이 되어야 한다. 올 시즌 서울이 보유한 선수구성은 지난 시즌까지 서울이 구사하던 정교한 점유율 축구보다는 강력한 전방 압박과 빠른 공수전환이 바탕이 된 역동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데 적합하다. 이미 윤일록, 에스쿠데로, 고요한 등 수준급의 발 빠른 2선 자원을 보유한 서울은 하파엘 코스타까지 추가하며 뒷공간 파괴력을 한단계 높혔다. 그리고 차두리, 김치우, 최효진 등 뛰어난 공수 밸런스를 갖춘 윙백은 뛰어난 역동성과 빠른 공수전환을 가능케 할 선수구성이다.

올 시즌 새로 영입이 된 강승조는 하대성의 중원 사령관 바통을 이어 받아 이러한 전술의 키 플레이어가 될 만하다. 정확한 킥력과 넓은 시야를 이용한 롱패스가 장기인 강승조는 경남 역습의 시발점 역할을 하며 중원을 이끈 바 있다. 또 하대성처럼 순간적인 공격가담이 돋보일 뿐만 아니라 세트피스나 중거리 슛에도 일가견이 있는 선수로서 능히 서울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선수다.

강승조는 경남에서의 활약을 서울에서도 재현 할 수 있을까? 현재 서울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 중 하나인 강승조. 강승조의 발끝이 경남에서 처럼 번뜩일 때 서울이 비로소 순항을 할 수 있다.

▲ 강승조는 경남에서의 활약을 서울에서도 재현 할 수 있을까? 현재 서울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 중 하나인 강승조. 강승조의 발끝이 경남에서 처럼 번뜩일 때 서울이 비로소 순항을 할 수 있다. ⓒ 2006 FC 서울


서울이 가진 별명 중 하나가 바로 '슬로 스타터'이다. 시즌 전부터 지난 시즌까지 팀의 주축이었던 거인들의 부재로 많은 전력 누수를 겪으며 불안한 출발을 하고 있는 서울이 과연 올 시즌도 슬로 스타터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까? 중하위권 팀들의 전력강화로 인해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K리그 클래식의 초반이다. 서울이 과연 초반의 난관을 극복하고 다시금 K리그 강호의 면모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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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대성 데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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