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방한하여 대표팀과 우루과이의 평가전을 관전하며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첫 행보를 시작했다. 8일 입국한 슈틸리케 감독은 간단한 가지회견을 가진 뒤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을 관전하였다. 경기 후에도 슈틸리케 감독은 석패하였지만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대표팀을 칭찬했다.

이제 슈틸리케 감독의 데뷔전은 10월에 파라과이와의 경기가 될 전망이다. 그리고 슈틸리케 감독으로써는 이제 남은 기간 동안 최대한 빨리 한국축구의 선수층과 특징을 파악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져 있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는 듯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숙제로 한국 축구의 빠른 파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그와 동시에 슈틸리케 감독은 전임 홍명보 감독이 월드컵에서 실패를 하였던 것을 반드시 되집어 볼 필요가 있다. 공식적으로 슈틸리케 사단의 코치인 신태용 감독대행이 비슷한 선수구성으로도 베네수엘라 우루과이를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반면 홍명보 감독은 상대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 평가전과 신체적, 전술적 완성도가 차원이 다른 월드컵을 비교대상으로 삼는 것은 조금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난 2차례의 평가전이 월드컵과 비교해 훨씬 향상된 경기력을 보여 준 점은 절대로 무시 할 수 없는 대목이다.

홍명보 감독이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우선시 했던 부분은 4-2-3-1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비조직력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대표팀은 첫 경기인 러시아전에 포커스를 맞춘 상태에서 러시아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수비와 역습전술을 가다듬는데 초점을 맞췄고 평가전에서도 이러한 전술을 계속적으로 실험을 하였다.

월드컵이라는 엄청난 무대에서 게다가 단기전의 특성까지 고려를 한다면, 수비를 우선시하는 홍명보 감독의 전술적 선택은 분명 일리가 있다. 전 세계 모든 감독들 역시 단기전에서는 공격력 보다는 안정적인 수비력 확보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더구나 홍명보 감독은 당시 주위로부터 성적에 대한 엄청난 기대와 압박까지 받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수비적인 전술의 선택은 홍명보 감독으로서는 불가피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당시 대표팀의 주죽을 이룬 선수구성이 20대 초중반의 어린 선수들 이었다는 것이다. 해외파 선수들이 있다고는 하여도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로 안정적이고 노련하게 템포를 조절해 가며 경기를 운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월드컵 기간 내내 대표팀의 중심을 잡아줘야할 해외파 선수들의 리더쉽이 도마 위에 오른 점을 기억해 보자. 그리고 베테랑격의 선수들인 하대성, 곽태휘 역시 대표팀에서의 입지가 확고하지 못한 점을 감안한다면 전술적으로 높은 이해도와 노련미가 요구되는 수비전술은 우리 대표팀에게 맞지 않는 옷이었다.

되려 대표팀의 경기력은 공격적으로 상대를 몰아쳤던 알제리전 후반과 벨기에 전에 더욱 좋은 모습을 보였다. 물론 전방에서 부진한 경기력을 일관하던 박주영이 빠진 점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선수들의 경기력 자체가 훨씬 향상된 모습이었다.

신태용 감독대행의 대표팀 역시 두차례의 평가전에서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루과이 전에서 기성용이 쓰리백의 포어 리베로 역할을 맡았으나 공격상황에서는 매우 공격적으로 가담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머지 선수들의 움직임 역시 매우 공격적이고 상대를 적극적으로 압박하며 경기를 풀어 나갔다.

월드컵과 이번 두 차례의 평가전, 그리고 우리 대표팀의 선수구성을 고려할 때 우리 대표팀이 가져가야할 전술적 선택은 안정적인 수비전술 보다는 적극적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빠른 템포의 축구가 어울려 보인다. 안정적인 수비전술을 사용하기 위해 우리 대표팀이 손흥민과 기성용 등 주축 해외파 선수들을 벤치로 보낼 수는 없다. 대신 슈틸리케 감독과 앞으로 구성될 코치진은 젊은 선수들의 패기와 공격력을 살릴 수 있는 방향의 전술을 제시해야 한다.

이동국과 차두리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역시 슈티리케 감독이 고려 해야하는 요소이다. 이동국과 차두리는 두 차례의 평가전에서 젊은 선수들의 빠른 템포에 노련하게 맞춰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동시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며 중심을 잘 잡았다. 반드시 차두리와 이동국이 대표팀에 선발이 되어야 한다는 것 보다는 이처럼 현 대표팀의 선수구성과 잘 융화될 수 있는 베테랑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의 발탁은 나이에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월드컵에서의 실망과 다소 극명히 대비가 되는 두 차례의 평가전이었다. 대표팀 선수들은 슈틸리케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선수들에게 맞는 전술적 컨셉과 상황이 주어질 경우 얼마든지 세계의 강호들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이 두 차례의 평가전은 월드컵에서의 경기와 함께 슈틸리케 감독에게도 매우 의미있는 자료가 될 것이다.

이제 한국축구는 슈틸리케 감독과 본격적인 시작을 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오랜 독일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선수들에게 맞는 전술적 상황을 제시해 나간다면 우리 대표팀은 빠르게 축구 강호로써의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시작은 아시안 컵이다. 물론 아시안 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를 강요할 수 는 없지만 적어도 아시안컵이 슈틸리케 감독이 운영할 대표팀의 전술적 청사진이 나타날 수 있는 대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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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신태용 기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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