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의 연속이다. 스페인 대표팀이 4일 열린 프랑스와의 친선경기에서도 패하며 월드컵에서의 부진을 만회하는 데 실패했다. 스페인은 특유의 티키타카 축구로 프랑스 공략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프랑스의 강력한 수비에 공격이 막히고 오히려 조직적이고 날카로운 프랑스의 역습을 여러차례 얻어맞은 끝에 레미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번 스페인 대표팀은 다가올 유로 2016의 예선전을 치름과 동시에 그동안 대표팀에서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알론소와 챠비가 은퇴를 하고 피케와 토레스가 컨디션 조절로 제외되며 신진선수들의 활약이 예상되는 대표팀이었다. 그런 가운데 스페인이 월드컵과 만찬가지로 점유율 축구를 고집한 끝에 무기력하게 프랑스에 무릎을 꿇자 스페인 대표팀의 티키타카 스타일을 향한 국내 축구팬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스페인의 티키타카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이렇다. 현대축구가 과거보다 점점 더 빠른 압박과 역습이 중요시 되고 있는 상황에서 스페인 축구는 그 흐름에서 동떨어진 채 여전히 느린 지공과 점유율 축구에 집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얼핏 들으면 매우 일리가 있어 보이는 주장이다. 실제로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팀 독일보다 더욱 축구팬들의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팀은 쓰리백을 주축으로 빠른 공수전환이 바탕이 된 축구를 했던 코스타리카나 네덜란드, 멕시코, 칠레 등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티키타카를 구사한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이 상대적으로 부진을 한가운데 빠른 역습과 강력한 수비조직력을 갖춘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결승에서 맞붙은 점 또한 이를 뒷받침 할 만한 근거이다.

자 그렇다면 스페인 축구계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실제로 스페인은 이러한 비판을 국내의 축구팬들이 제기하기 훨씬 전부터 자주 들어왔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에 관해 <엘 파이스>의 컬럼리스트 디에고 토레스는 매우 인상적인 반박을 한 바 있다.

"만약 스페인에 발락이나 제라드와 같은 미드필더가 있었다면 우리도 다른 스타일의 축구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페인이 보유하고 있는 최고의 미드필더들은 하나같이 볼을 키핑하고 패스하는 것에 능한 '작은 테크니션'들이다. 따라서 우리 팀의 완성도를 놓고 비판할 수는 있어도 스타일 자체를 놓고 비판할 수는 없다."

디에고 토레스의 반박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대표팀을 은퇴한 챠비나 알론소, 그리고 이제 더욱 중요한 선수로 거듭난 실바와 이니에스타 뿐만 아니라 신진 선수들인 티아구 알칸타라나 코케 조차도 이른바 '제라드 유형'의 미드필더는 아니다. 스페인의 선수들 중에는 제라드처럼 피치를 에너자이저처럼 누비며 공수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해줄 유형의 선수가 적을 뿐 더러 라울 가르시아처럼 몇몇 이러한 스타일의 선수들 역시 대표팀 일선에서 활약을 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반면 티키타카를 하기에는 더 할 나위 없이 적합한 선수층이다. 현재 일선 대표선수들을 제외하더라고 이스코나 이야라멘디, 에레라, 무니아인 등 대표팀에 선발이 되고 있지 않은 선수들 조자 유럽 정상급의 테크니션들이다. 또 스페인의 전체적인 축구문화 역시 잉글랜드처럼 피치 위를 활발히 누비기 보다는 볼을 점유하며 경기를 지배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이는 스페인의 유소년 축구에도 반영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현재 스페인은 티키타카를 무작정 고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스페인 선수구성과 스페인 전반에 걸친 축구 문화가 티키타카를 구사하는데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스페인 대표팀이 티키타카 축구를 버리는 모습은 앞으로도 쉽사리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축구팬들이 스페인 축구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이에 관해 앞서 디에고 토레스가 언급한 반박을 다시 떠올려 보자. 디에고 토레스는 스페인 대표팀의 스타일은 비판 할 수 없어도 완성도는 비판 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현재 스페인의 티카타카는 그 완성도 측면에서 과거 스페인이 월드컵과 유로2008, 유로2012에서 보여준 그것과 괴리가 크다.

가장 크게 이를 체감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공격이다. 스페인이 가장 좋은 경기력을 국제대회에서 보이던 시절 스페인의 공격 선봉장은 단연 다비드 비야였다. 비야는 빠르고 정확한 타이밍의 슈팅 뿐만 아니라 간결한 개인기와 미드필더들과의 콤비네이션 공격으로 상대 수비를 공략했다. 반면 현재 스페인이 야심차게 브라질에서 귀화시킨 디에구 코스타는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수비에서도 상대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마찬가지이다. 작고 기술적인 선수들이 다수 포진 한만큼 스페인이 안정적인 수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방에서의 강력한 압박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스페인 대표팀은 그러한 압박 수비가 결여가 되어 있으며 이는 활동량이 풍부한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되었던 프랑스전에도 고스란히 나타난 문제점이다.

스페인의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에게 주어진 숙제는 티키타카 대신 다른 어떤 전술을 확립할 것인가? 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스페인의 티키타카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 것인가? 이다. 앞서 말한 디에구 코스타를 이용한 공격의 창끝을 날카롭게 할 전술적 방안과 수비의 안정화를 가져올 압박전술은 스페인이 앞으로 메이저 대회에서 지속적으로 영광을 이어가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이러한 스페인 축구를 바라보는 축구팬들의 시각은 분명 바뀌어야 한다. 무장정 스페인의 티키타카를 비판하기에는 스페인 축구가 최근 현대 축구의 흐름 속에서 너무나도 많은 것을 이뤄냈다. 그리고 축구팬들이 말하는 오늘날 현대축구 전술의 흐름 역시 대부분 스페인 축구에서 파생되고 발전이 된 것들이다.

대신 축구팬들은 이제 얼마나 스페인이 앞으로 구사할 티키타카의 완성도가 높은지에 집중을 해야 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스페인 전반의 축구문화와 선수구성을 고려하면 티키타카는 스페인 축구 그 자체라 해도 무방하다. 앞으로 델 보스케 감독이 현재 산재된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 하고 스페인 축구의 영광을 이어 갈 수 있을지에 주목을 한다면 축구팬들의 스페인 축구에 대한 이해와 즐기는 재미가 더욱 극대화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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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비센테 델 보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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