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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간첩사건' 결심공판을 앞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유우성씨의사건을 맡은 검사들이 재판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시원, 이문성, 최행관 검사, 이현철 서울중앙지검 공안 1부장.
▲ 법정 향하는 '공무원 간첩사건' 담당 검사들 '공무원 간첩사건' 결심공판을 앞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유우성씨의사건을 맡은 검사들이 재판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시원, 이문성, 최행관 검사, 이현철 서울중앙지검 공안 1부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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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증거조작 사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담당 검사들 공모 여부의 핵심 쟁점은 '담당 검사들이 위조를 알았느냐'이다. 검사들까지 공범으로 보고 법적 처벌을 할 수 있는 최소 출발점이 '인지 여부'이기 때문이다.

물론 의혹의 대상이 된 이시원·이문성 두 부장검사는 몰랐다는 입장이다. 31일 검찰이 구속기소한 국정원 대공수사팀 김아무개 과장(47·4급)과 협조자 김아무개씨(61)씨의 공소장이 묘사하는 증거조작 과정 역시 비슷했다. 이에 따르면 검찰은 국정원에 속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이상한 점이 많다. 대표적으로 내용은 같지만 서로 팩스번호가 다른 위조 문서(허룽시 공안국 명의 출입경기록 발급사실 확인서) 2개가 그 예다. 두 문서는 각각 지난해 11월 27일 오전 9시20분과 10시40분 김 과장과 권아무개(51) 과장에 의해 서울 국정원 사무실에서 중국에 있는 이인철(48) 영사에게 팩스로 보내졌고, 이후 이 영사에 의해 외교전문과 함께 각각 당일(11월 27일)과 12월 2일 대검찰청으로 보내졌다.

같은 문서인데 시차를 두고 팩스번호가 다른 두 개의 문서가 왔다. 하나는 정체불명의 번호(이후 스팸번호로 밝혀짐)고 하나는 허룽시 공안국 팩스번호다. 유우성씨 변호인인 김용민 변호사는 "둘의 차이가 너무나 명확해서 누가 봐도 조작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데, 검사가 몰랐을 리 없다"고 말했다. 이후 변호인단은 '출입경기록이 가짜'라는 소식이 있다면서 경고까지 했지만, 검찰은 계속해서 위조문서(싼허변방검사참 상황설명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변호인단이 줄곧 "검사들도 위조인줄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그런데 다른 시각에서 보면 팩스번호가 다른 위조문서는 오히려 검사들이 최소한 당시까지는 위조 여부를 몰랐다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만약 위조문서인줄 알고도 일부러 그랬다면, 둘 중 하나만 법원에 제출하지 둘 다 냈겠느냐는 것이다. 검찰은 11월 27일 받은 문서(스팸번호)를 12월 5일 법원에 냈고, 12월 2일 받은 문서(허룽시 공안국 팩스번호)를 12월 13일 냈다. 상식적으로 검사들이 국정원 직원들과 증거 위조를 조작했다면, 실수로 잘못 번호를 기재한 첫 문서는 버리고, 두 번째 수신 문서만 법원 제출해야 말이 된다.

문서 두개 모두 제출하고 '진짜'라고 주장한 검사들

하지만 이 경우라도 검사들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모는 성립되지 않을지 몰라도 검사로서의 자질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 진짜 몰랐다는 건데, 어떻게 이것도 모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두 문서를 수신 즉시 법원에 낸 것도 아니고 둘 다 받은 후에 법원에 따로따로 냈다. 그러면서 검사는 두 문서 모두 '진짜'라고 주장했고, 특히 두 번째는 '허룽시 공안국 대표 팩스번호'라고 강조했다. 검사징계법 제2조2항은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 하였을 때" 징계를 할 수 있도록 돼 있으며, 징계는 견책부터 해임까지 가능하다.

재미있는 건 팩스번호가 다른 두 문서로 인해 변호인 측이 조작 사실을 알아채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김 변호사는 "그거 때문에 결국 우리에게 들킨 것"이라며 "처음 봤을 때 '이건 뭐지?' 해서 파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들이 정말 몰랐다면, 이건 정말 무능하다는 것"이라며 "검사들이 그렇게 무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공모냐, 무능이냐. 결국 두 팩스번호가 공판 검사들을 죽였다 살렸다 하는 형국이다.


태그:#증거조작, #국정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유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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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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