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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의원총회에서 참석하며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의원들과 인사 나누는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김한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의원총회에서 참석하며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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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믿고 가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바보 같다는 평을 들으면서도 끊임없이 자기희생 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국민은 그를 대통령까지 만들어줬다. (기초선거 무공천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국민을 믿고 가야 한다는 데 변함이 없다."

3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윤중로엔 벚꽃이 만개했고, 국회 본청 246호실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첫 번째 의원총회가 열렸습니다. 통합 후 첫 번째 의원총회에 참석한 안철수 공동대표는 의총 장소로 입장하는 모든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겠다며 출입구에 섰습니다. 그 장면을 취재하려는 카메라 기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뤘고, 펜 기자들도 좁은 복도에서 그 장면을 취재하려니 도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몇몇 의원들은 이 상황에 당황한 듯 "아니 왜 여기 기자들이 이렇게 다 도열하고 있는 거야?"라며 머쓱해 했고, 임수경 의원은 "여기가 결혼식장도 아니고…"라며 어색한 듯 악수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의총 자리가 군데군데 비기도 하는데, 이날 만큼은 자리가 꽉꽉 차서 유인태, 이목희, 유승희 의원 등은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해 한때 서성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전직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새로 당대표가 된 안철수 공동대표가 첫 의총장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안철수 대표의 첫 메시지는 '바보 노무현론'

이날 김한길 대표보다 먼저 단상에 선 안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우리 당이 다수 당이 되고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수권정당으로 인정받고 거듭나는 게 중요한 목적"이라며 '바보 노무현론'을 꺼냈습니다.

그러면서 세 가지 당부사항을 내놓았습니다. 첫째, (기초선거 무공천은) 국민을 믿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자. 정말 머리를 맞대어 창의적인 방법을 생각해 내고 정면으로 돌파하면 국민은 우리의 진심을 믿어줄 것이다. 둘째,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 셋째, 민생 중심으로 가자 입니다. 

안 대표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많은 정치세력이 좁쌀만한 이익도 내려놓지 않으려고 했다"며 "우리에게는 정말 큰 희생이지만 국민을 위해 과감하게 포기하고 그보다 중요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드릴 때 우리도 수권정당으로서 믿음직한 느낌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안 대표는 "창당 이후 첫 번째 행보에서 민생에 대해 정말 고민을 많이 하고 나름대로 정책을 선보이는 노력을 해왔다"며 "이것은 우리 당이 지속되는 한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새로운 비전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반대만을 위한 반대가 아니라 먼저 이슈를 선점하고 국민에게 다가갈 때, 우리가 새누리당 입장에 반대만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 시대가 갖는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을 내놓을 때 믿음직스러운 정치 세력으로 더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현역 기초단체장들과의 조찬모임을 통해 현장의 어려움을 접했다. 정말 죄송한 마음"이라며 "이번 창당으로 뭐가 달라졌냐 하는 국민의 시선과 평가에서 우리가 새롭게 자리를 잡기 위해서도 이번엔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런 말도 했습니다. 안 대표는 "김연아 선수는 심판 판정 오인으로 금메달이 은메달로 바뀌었다"며 "누가 금메달 선수를 기억하느냐, 전부 김연아 선수만 기억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해온 모습 그대로 어려움을 정면 돌파해야 한다. 오로지 국민만 믿어야 한다. 편법 기만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고 주장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자료사진)
 노무현 대통령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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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총 현장에서 안 대표의 연설을 듣고 있는데 한 국회의원 보좌관이 제게 묻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산에서 떨어질 줄 알면서도 끊임없이 도전했고 지역정치를 타파하겠다는 뜻을 국민들에게 설파해 바보가 된 건데…. 노무현의 바보정치와 기초선거 무공천이 무슨 상관일까요?"

한 보좌관의 말은 '노무현의 바보정치'에 빗대 기초선거 무공천 이슈를 새정치민주연합의 헌신으로 포장하려는 안철수 대표의 인식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으로 들렸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1987년 6월 항쟁 과정과 영화 <변호인>을 통해 드러난 바대로 끊임없이 기득권과 싸운 정치인입니다. 자신이 쥔 기득권을 포기해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준 게 아니라 국민을 대신해 기득권과 싸우다가 감옥도 가고 핍박도 당했으며, 그러다가 정치도 하게 된 것이지요.

그 뿐만이 아닙니다. 노 대통령의 새로운 정치는 당시에도 정당정치에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창당 때도 온갖 비판을 들었고, 정치중립 위반으로 탄핵까지 받았지만 단 한 번도 정당공천 폐지라는 카드를 꺼낸 바 없습니다.

정당이 존립하는 한 공천은 당연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는 다만 공천이라는 절차에 워낙 부패한 일이 많으니 이를 투명하게 관리함으로써 정당정치가 우리 사회에 올바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안 대표는 왜 기초선거 무공천에 노무현의 바보정치 프레임을 걸었을까요? 한 의원은 "문재인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대선 때 함께 약속했던 공약인 만큼 함께 책임지자는 시그널 아니겠냐는 것입니다.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도 약속한 것처럼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지방정치가 더 이상 중앙정치에 예속되지 않는 상황이 온다면 좋겠지만, 현재는 그런 상황도 아니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가 먼저 그 약속을 깬 상황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기초선거 무공천을 관철하려는 안 대표의 뜻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안 대표가 느닷없이 기초선거 무공천에 노무현의 바보정치에 빗대고 이것이 희생과 헌신이라고 규정하고 나서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대략난감'인 상황입니다.

이 국면에서 안철수 대표가 노무현 식으로 정치를 한다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관철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해서라도 박근혜 대통령과 맞붙어 싸워야 합니다. 그래야 정당성과 명분을 함께 얻을 수 있는 것이지요.

야당의 사활이 걸린 문제에, 청와대 대변인 "반응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의원총회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의 이행을 정부와 여당에 요구하며 '약속실천'이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약속실천" 외치는 새정치민주연합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의원총회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의 이행을 정부와 여당에 요구하며 '약속실천'이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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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원혜영, 신경민, 우원식 의원(사진 왼쪽부터)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촉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신경민, 양승조,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들은 "국민과의 약속은 아랑곳하지 않는 대통령의 침묵과 새누리당의 공천강행 태도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지방자치를 독식하겠다는 탐욕일 뿐이다"며 "침묵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깨워 지난 대선 때의 약속을 실천하기를 촉구하는 농성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원혜영 의원은 농성을 시작한 최고위원을 지지하기 위해 방문했다.
▲ 노숙투쟁 돌입한 신경민·양승조·우원식 최고위원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원혜영, 신경민, 우원식 의원(사진 왼쪽부터)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촉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신경민, 양승조,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들은 "국민과의 약속은 아랑곳하지 않는 대통령의 침묵과 새누리당의 공천강행 태도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지방자치를 독식하겠다는 탐욕일 뿐이다"며 "침묵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깨워 지난 대선 때의 약속을 실천하기를 촉구하는 농성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원혜영 의원은 농성을 시작한 최고위원을 지지하기 위해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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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에서 참으로 기막힌 현실이 있습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안철수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건넨 대화제의에 대해 "반응이 없다"며 "(기자들에게) 봄이 왔던데 만끽하시라"고 말했습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야당의 사활이 걸린 문제지만 청와대 대변인은 "(영수회담에 대해) 반응이 없다. 봄을 만끽하시라"라니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31일 오후 1시 30분 '전직 민주당 최고위원' 셋은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공천제 폐지 약속이행 촉구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신경민, 우원식, 양승조 최고위원은 서울광장에서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답을 들을 때까지 돗자리를 접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성난 기초단체장들은 3월 마지막 날인 이날 오전 안철수, 김한길 두 공동대표와 조찬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선거의 어려움과 답답증을 토로했지만, 돌아온 안철수 대표의 답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정면 돌파를 하자. 그리고 이번에 선거를 뛰는 기초단체장들에게는 미안하다." 

안철수 대표는 "새누리당 입장에 대해 반대만을 위한 반대가 아니라 스스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문제해결의 대안을 내놓을 때 믿음직스러운 정치세력으로 더 인정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기초선거 무공천에 맞설 창의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내놓지 않은 채 '국민 속으로' 간다? 납득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선거가 난장판이 될 것"이라며 "불을 보듯 뻔하다, 한쪽은 공천을 하고, 다른 한쪽은 공천을 하지 않고 선거를 치른다는 게 말이 되는가. 정치권이 민의를 왜곡하는 일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개그콘서트> 문법대로, 정말 선거가 난장판이 돼~ 봐야 정신 차리시렵니까? 박근혜정부가 행정권력은 물론 의회권력, 사법권력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장악한 채로 독주하면서 전국에 곡 소리 나도록 민주주의가 만신창이가 돼도 우린 약속을 지켰으니 그 자체로 신뢰해 달라 과연 통할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태그:#기초선거 무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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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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