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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강릉간 복선전철사업 가운데 강릉 도심구간 지하화사업(강릉역 반지하화 포함)의 경제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가 박원석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원주-강릉 강릉시 구간 철도건설 예비타당성조사> 요약보고서에 따르면, 강릉 도심구간 지하화사업은 경제성이 크게 낮아 '사업 미시행'으로 판정받았다.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 일부 경기장의 접근성 등을 이유로 사업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져 수천억 원의 예산 낭비 논란이 예상된다.

강릉 도심구간 지하화사업은 신강릉역 예정지가 금광리에서 현 강릉역으로 바뀌면서 추가된 것으로 총 사업비는 약 462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에서 작성한 <원주-강릉 강릉시 구간 철도건설 예비타당성조사> 요약 보고서 중 일부.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에서 작성한 <원주-강릉 강릉시 구간 철도건설 예비타당성조사> 요약 보고서 중 일부.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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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 0.11, NPV -2727억 원... 보고서 "미시행" 판정

정부는 지난 1980년 강릉시로부터 '강릉역 외곽 이전'을 요구받고 '금광리'를 강릉역 이전 예정지로 결정했다(1997년). '신강릉역' 혹은 '남강릉역'으로 이름붙여진 금광리는 지난 2010년 원주-강릉간 복선전철사업이 확정되면서 '인천공항-서울-원주-강릉간' 철도망과 '부산-경주-삼척-동해-강릉-속초-고성-제진간' 철도망(계획중)의 연결지점으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최명희 현 강릉시장이 재선에 성공한 직후 강릉역 이전 예정지를 금광리에서 현 강릉역으로 바꾸었다. 이에 따라 금광리에서 강릉역까지 연장된 구간(단선, 9.8km)이 생겨났다. 특히 이렇게 연장된 구간은 강릉 도심을 지나는 것이어서 이를 지하화하는 사업이 추진됐다. 이 사업에는 최초 2997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예비타당성조사에서는 이보다 1629억 원이 늘어난 4626억 원으로 산정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에서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제성 분석방법인 B/C(비용 대비 수익)는 0.11에 그쳤다. 이는 총 3071억여 원(C)을 투자해서 총 344억여 원(B)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경제성이 매우 낮음을 뜻한다.

또다른 경제성 분석방법인 NPV(순현재가치)도 -2727억 원(344억 원-3071억 원)으로 산출됐다. NPV는 현재 투자금액과 미래에 예상되는 회수금액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다음 그 금액과의 차이를 비교해서 나타낸 값이다. 'NPV -2727억 원'을 단순화하자면 강릉 도심구간 지하화사업을 진행할 경우 2727억 원을 손해본다는 뜻이다.

이러한 경제성 분석을 통해 보고서는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라고 결론내렸다. 특히 보고서는 경제성분석과 정책적 분석, 지형균형발전 분석 등을 종합한 뒤 "본 사업의 경우 미시행을 보다 나은 대안으로 평가하고 있다"라고 적었다. 이는 '사업 미시행' 판정이다.  

원주-강릉간 복선전철사업 가운데 금광리-강릉역 연장구간.
 원주-강릉간 복선전철사업 가운데 금광리-강릉역 연장구간.
ⓒ 한국개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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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동계올림픽' 들어 강행 가능성... 수천억 예산 낭비할 수도

'신강릉역 원안사수위원회' 등 강릉시 일부 단체들은 이 사업을 '예산 낭비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금광리를 신강릉역으로 결정한 원안을 바꿈으로써 수천억 원의 예산이 낭비됐다는 주장이다(관련기사 : "최명희 강릉시장, 이명박 따라하나?").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동계올림픽 빙상경기장 접근성 제고를 통한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지원과 원주-강릉 철도건설사업의 투자 효과 제고를 위해 종착역이 변경되었고, 원주-강릉 구간의 연장사업으로 (강릉 도심구간 지하화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라며 사업 강행 뜻을 내비치고 있다.

철도 등 국책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경제성, 정책적 타당성, 지역균형발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받아야 한다. 이는 AHP(분석적 계층화법)라는 분석기법을 통해 이루어진다.

AHP는 경제성 40~50%, 정책적 타당성 25~35%, 지역균형발전성 15~25%으로 구성된다. 강릉 도심구간 지하화사업의 AHP는 0.413이었다. 원칙적으로 B/C는 1.0 이상, AHP는 0.5 이상이어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데 그 기준에 훨씬 못미친 것이다. 그래서 보고서에서도 "사업 미시행이 더 나은 대안"이라고 판단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12월 18일 펴낸 <예비타당성조사제도의 쟁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2013년 6월 현재까지 예비타당성조사 사업 535건 가운데 경제성은 없으나(B/C 1.0 미만), 종합평가에서 '시행' 판정이 난 경우(AHP 0.5 이상)는 109건(20.4%)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시행' 판정이 난 109건 가운데 철도가 21건(29.2%)으로 가장 많았다. 

또한 같은 기간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타당성 없음'으로 판정받은 사업인데도 예산이 편성되어 추진된 사업은 총 17건이었다. 대구·경북 한방산업단지 조성사업은 B/C가 0.41이었고, AHP가 0.207에 불과했지만 현재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서 향후 11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더 투입되어야 한다.

강릉 도심구간 지하화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B/C가 0.11이고, AHP가 0.413이었다. 경제적 타당성도 없고, 정책적 타당성과 지역균형발전성까지 헤아린 분석에서도 '미시행'으로 판정받은 것이다.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로만 본다면 이것은 정부가 예산을 들여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이유로 사업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보고서의 '연간편익 추정 결과'를 보면 편익(수익)은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에 높게 추정됐지만 2021년부터는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계올림픽 일부 경기장의 접근성이 개선되는 측면"이 있지만, 동계올림픽이 '한시성 행사'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헤아리지 않으면 나중에 수천억 원의 예산 낭비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박원석 의원 "타당성 조사 결과 무시는 박정희식 권위주의"

박원석 의원은 "애초부터 사업 추진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강원도를 방문해 '지역공약사업은 경제성만으로 결정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논란을 낳았다"라며 "국민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타당성을 조사하는 것인데 그 조사 결과를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한다는 것은 법보다 대통령이 먼저라는 박정희식 권위주의이다"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재정조달의 어려움을 이유로 전 국민에게 약속한 기초연금 공약을 백지화한 대통령이 타당성없는 지역공약을 지키겠다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라며 "지역공약사업에 필요한 124조 원을 마련하는 방안에서도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향후 5년간의 나라살림살이 전체를 곤란에 빠뜨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태그:#강릉 도심구간 지하화사업, #강릉-원주간 복선전철사업, #강릉시, #최명희,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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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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