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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날, 목포시는 목포시립교향악단(아래 목포시향) 단원 64명 중 27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발표했다. 목포시의회가 예산의 40%를 삭감한 데 따른 것이다. 목포시와 목포시의회는 "체질 개선"을 해고 사유로 밝히고 있지만 실제론 단원들이 지난해부터 벌인 '욕설 지휘자' 연임 반대 운동과 이에 따른 노조 가입 때문이란 게 정설이다. <오마이뉴스>는 단원의 절반 가까이가 단숨에 해고된 배경과 목포시향 단원의 사연을 연재한다. [편집자말]
이번에 정리해고 명단에 오른 목포시향 단원 27명은 모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 목포시립예술단지회' 소속이다. 이들은 "지난해 말 노조에 가입한 게 이번 해고의 이유"라고 말했다. 단원들이 갑자기 노조를 결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 목포시향 '폭언 지휘자' 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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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생각하는 거야? 이런 염X할, 우라X."
"그냥 직장 같으면 진작 다 잘렸어."

위 영상은 2006년부터 목포시향 지휘자로 활동한 진아무개씨의 발언을 담은 것이다. 해고 단원인 김환희(43, 첼로)씨는 "내가 속한 파트에 유부녀가 많은데 지휘자는 우리를 자주 '아줌마들'이라고 불렀다"며 "'자식들은 잘 키우려나 몰라', '남편들이 불쌍하다'는 말을 일상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단원들은 "답답하고 화가 날 순 있지만 (지휘자의) 욕설이 도를 지나쳤다"며 "목포시가 지휘자의 임기가 끝났는데도 연임을 시키려해 노조에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단원들은 지난해 12월 진씨를 고소했고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은 일부를 모욕죄로 판단해 법원에 약식기소(벌금 200만 원)했다.

진씨는 1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자신을 변론했지만 "목포시와 단원 간의 문제이고, (나는) 이미 목포를 떠나 있는 입장"이라며 발언이 기사화되길 거부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임기를 마친 뒤 지휘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폭언 지휘자', 임기 끝났는데 또 지휘자 자리에...

목포시가 예산 삭감에 따른 목포시립교향악단(아래 목포시향) 단원 40% 정리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17일 전남 목포 목포시립교향악단 연습실에서 해고 단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목포시가 예산 삭감에 따른 목포시립교향악단(아래 목포시향) 단원 40% 정리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17일 전남 목포 목포시립교향악단 연습실에서 해고 단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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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들의 노조 가입 계기는 '목포시의 진씨 연임 결정' 때문이다. 진씨의 상임지휘자 임기는 지난해 8월 31일까지였다. 목포시 조례(2년 임기에 두 차례 연임 가능)에 따라 진씨는 8월 31일 이후론 상임지휘자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목포시는 '지휘자 대행체제'로 진씨를 다시 지휘자 자리에 앉혔다. "연말까지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노조 결성을 하지 않았던 단원들은 "연말까지 버티자는 마음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시점에도 진씨는 단원들을 향해 "연말에 현(악기) 2명, 관(악기) 2명 자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조 가입의 결정적 계기가 된 사건은 지난해 9월 정기연주회가 있었던 날에 벌어졌다. 이날 연주회가 있었던 전남 목포 목포시민문화체육센터에 목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와 상임지휘자 연임에 제한을 둔 목포시 조례를 변경해야 한다는 서명운동을 벌인 것이다. 해고 단원인 안진표(39, 플루트 연주)씨는 "이날 '진씨가 계속 지휘자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목포시 측은 "노조 결성과 정리해고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목포시는 17일 보도자료에서 "목포시에서도 정리해고라는 극단적인 방법은 피하고 싶었으나 목포시의회에서 목포시향의 파행과 노조원들의 근무태만을 문제삼아 40%를 삭감했다"고 정리해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정기평정 결과 불합격자, 무단 조퇴 등 근무지 무단 이탈자, 연습 거부와 지휘자 지시에 불응하고 연습을 방해하는 자를 해고자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단원들 "해고자 선정, 명확한 기준이 없다"

목포시가 예산 삭감에 따른 목포시립교향악단 단원 40% 정리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11일 단원들이 목포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에 나섰다. 이들은 집회 도중 연주를 하며 목포시의 정리해고에 항의했다.
 목포시가 예산 삭감에 따른 목포시립교향악단 단원 40% 정리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11일 단원들이 목포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에 나섰다. 이들은 집회 도중 연주를 하며 목포시의 정리해고에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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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고 단원들은 "해고자 선정에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반발했다. "해고자 명단에 올해 정기평정 대상자가 아닌 사람이 포함됐고, 정기평정 결과를 목포시가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18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김명준 목포시 문화예술과 책임관은 "외부인사 4명을 위원으로 선정해 객관적으로 정기평정을 했다"고 말하면서도 정기평정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해고 기준의 하나인 '근무 태만'과 관련해서도 해고 단원들과 목포시의 의견이 갈렸다. 단원들은 "하루 4시간 근무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김 책임관은 "조례에 명시된 근무 시간대를 지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목포시 조례에 따르면 오전 10시~오후 3시(점심시간 1시간)의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지휘자 진씨 취임 후 꾸준히 점심시간을 제외한 오전 9시 45분~오후 1시 45분 근무를 했다는 게 해고 단원들의 설명이다.

해고 단원들은 "목포시가 단원들과 상의도 없이 오전 10시~오후3시 근무 방식으로 되돌렸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천환 목포시 문화예술과장은 "조례대로 환원을 시켰는데 (해고 단원들이) 이를 거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관광경제위원회 소속의 강신 정의당 목포시의원은 "1월 정리해고 방침이 떨어지고 2월 해고 명단이 발표되는 와중에 누가, 어떻게 평정심을 갖고 연습에 임하겠나"라며 "목포시는 이번 해고 사태의 진짜 원인은 생각하지 않고 단원들의 근무태도만을 핑계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석행 민주당 노동위원장, 사태 해결 위해 목포 방문

목포시가 예산 삭감에 따른 목포시립교향악단(아래 목포시향) 단원 40% 정리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이석행 민주당 전국노동위원장이 18일 전남 목포 목포시립교향악단 연습실을 찾아 해고 대상 단원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앞서 정종득 목포시장, 윤진보 부시장, 황선범 고용노동부 목포지청장을 만나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를 했다.
 목포시가 예산 삭감에 따른 목포시립교향악단(아래 목포시향) 단원 40% 정리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이석행 민주당 전국노동위원장이 18일 전남 목포 목포시립교향악단 연습실을 찾아 해고 대상 단원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앞서 정종득 목포시장, 윤진보 부시장, 황선범 고용노동부 목포지청장을 만나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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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64명 중 27명이 해고된 이번 사태를 두고 해고 단원들은 "목포시향이 없어질 위기"라고 진단했다. (관련기사 : 16년 일해도 월급 147만원 "부업해야 사는데 해고라니") 교향악 연주를 위해 최소 60명이 필요한 '이관편성'이 불가능하고 해고 단원이 맡은 악기를 고려하지 않았단 것이다. 오보에와 플루트 연주자의 경우 각 2명인데 이들은 모두 해고 명단에 올랐다.

하지만 목포시는 "객원 연주자로 채우면 된다"는 입장이다. 김천환 과장은 "해고 전에도 객원 연주자를 고용해 연주를 한 경우가 많았다"며 "(객원 연주자 고용) 예산은 그리 많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석행 민주당 전국노동위원장은 18일 전남 목포를 찾아 정종득 목포시장, 윤진보 부시장, 해고 단원, 황선범 고용노동부 목포지청장 등을 만나 해고 사태 해결에 나섰다. 이 위원장의 목포 방문은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신계륜 민주당 의원과 해고 단원 사이의 면담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이 위원장은 이날 목포시청 앞에서 시장·부시장 면담 직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해고는 없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오늘 목포를 찾았다"고 말했다.


태그:#목포시립교향악단, #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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