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올해 첫날, 목포시는 목포시립교향악단(아래 목포시향) 단원 64명 중 27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발표했다. 목포시의회가 예산의 40%를 삭감한 데 따른 것이다. 목포시와 목포시의회는 "체질 개선"을 해고 사유로 밝히고 있지만 실제론 단원들이 지난해부터 벌인 '욕설 지휘자' 연임 반대 운동과 이에 따른 노조 가입 때문이란 게 정설이다. <오마이뉴스>는 단원의 절반 가까이가 단숨에 해고된 배경과 목포시향 단원의 사연을 연재한다.[편집자말]
목포시가 예산 삭감에 따른 목포시립교향악단(아래 목포시향) 단원 40% 정리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17일 전남 목포 목포시립교향악단 연습실에서 한 해고 대상 단원이 바이올린 연습을 하고 있다.
 목포시가 예산 삭감에 따른 목포시립교향악단(아래 목포시향) 단원 40% 정리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17일 전남 목포 목포시립교향악단 연습실에서 한 해고 대상 단원이 바이올린 연습을 하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2021년 5월 25일 오후 3시 5분] 

"5개월 된 딸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죠."

17일 오전에 만난 목포시향 단원 A(40, 호른 연주)씨는 좀처럼 웃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첫째 딸을 낳아, 한창 '딸 바보'이어야 할 A씨지만 지난달 25일 정리해고 명단에 이름이 오르면서 딸 기를 걱정에 앞날이 막막하기만 하다.

A씨 뿐만이 아니다. 그를 비롯해 목포시향 단원 27명이 '해고' 두 글자가 적힌 종이를 등기우편으로 받았다. 적게는 28세에서 많게는 43세까지, 평균 30대 초반의 단원들이 한 순간에 직장을 잃었다. B(32, 플루트 연주)씨는 "집으로 해고 통보 우편물을 보내는 바람에 목포시향 딸을 자랑스러워하던 부모님이 지금 너무 안타까워한다"고 말했다.

단원들은 "목포시향은 이제 더 이상 '교향악단'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향악을 하려면 '이관편성'이 가능한 최소 인원인 60명이 필요한데 이번 해고로 더 이상 교향악 연주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목포시가 목포시향을 없앤 것이나 다름 없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욕설 지휘자'에 단원 40% 정리해고...목포시향 존폐 위기).

'4시간 고용' 목포시 "여가·부업시간 보장"
 
목포시가 예산 삭감에 따른 목포시립교향악단(아래 목포시향) 단원 40% 정리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17일 전남 목포 목포시립교향악단 연습실에서 한 해고 대상 단원이 악기를 잠시 놓고 생각에 잠겨 있다.
 목포시가 예산 삭감에 따른 목포시립교향악단(아래 목포시향) 단원 40% 정리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17일 전남 목포 목포시립교향악단 연습실에서 한 해고 대상 단원이 악기를 잠시 놓고 생각에 잠겨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목포시는 이번 정리해고 방침과 관련해 "목포시향의 체질 개선"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면서 "(목포시향 단원들의) 시간당 근로단가를 계산하면 일반직 공무원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목포시의 재정여건을 감안하면 대우가 과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목포시향 단원의 시간당 근로단가(10호봉)는 8120원으로 일반직 공무원 시간당 근로단가(9급 10호봉)인 7640원보다 높긴 하다. 문제는 이들의 고용시간이 하루 4시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작 월급은 얼마 안 된다. A씨, 그리고 17일 만난 해고자 중 막내 단원의 월급 실수령액은 다음과 같다.

A(40세, 1998년 입단) : 147만 원
C(28세, 2009년 입단) : 112만 원

6년 차인 C씨는 110만 원이 조금 넘고, 16년 일한 A씨는 150만 원이 채 안 되는 돈을 받고 있다. C씨는 2009년 초임 당시 한 달에 약 80만 원을 실수령했고, A씨는 1998년 초임 당시 34만 원을 받았다. '4시간 고용'과 관련해 목포시 측은 "근무시간이 매일 하루 4시간에 불과해 여가시간과 단원들의 부수적인 수입을 보장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부업 근무여건도 열악하다. 많은 단원들이 하고 있는 학교 방과후 교육의 경우 한 시간에 3만 원의 임금을 받는데 일주일에 4시간 정도 강의를 한다. 산술적으로 1주일에 12만 원씩 한 달이면 48만 원을 버는 것이지만 방학 중에는 강의가 없고, 1년 마다 재계약을 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고용 안정화'와 거리가 멀다. 목포가 아닌 타 지역에서 강의를 하기도 하며 이마저도 구하지 못한 단원들도 있다.

해고 대상자인 D(39, 플루트 연주)씨는 "음악하는 사람들이 화려하다고, 돈 벌 곳이 많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대한민국 문화예술계 여건을 봤을 때 결코 그렇지 않다"며 "부업을 해야 겨우 사는데 해고를 당하니 참담하다"고 말했다.

'명예' 하나로 버텼는데... "인생 전부인 음악, 송두리째 빼앗겨"
 
목포시가 예산 삭감에 따른 목포시립교향악단 단원 40% 정리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11일 단원들이 목포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에 나섰다. 집회에 나선 단원들은 경찰이 시청 출입을 막자 이에 항의하며 시청 입구에 '목포시립교향악단 정리해고 철회'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였다.
 목포시가 예산 삭감에 따른 목포시립교향악단 단원 40% 정리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11일 단원들이 목포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에 나섰다. 집회에 나선 단원들은 경찰이 시청 출입을 막자 이에 항의하며 시청 입구에 "목포시립교향악단 정리해고 철회"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였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악기와 관련된 비용은 단원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해고 대상자인 E(35, 비올라 연주)씨의 비올라 유지비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비올라 줄 교체 : 약 13만 원(약 3개월에 한 번)
비올라 활털 교체 : 약 13만 원(약 3개월에 한 번)
송진 구입 : 3만 원(2~3년에 한 번)
지판 드레싱 : 약 10만 원(약 1년에 한 번)

이것도 비교적 정기적인 지출을 정리했을 뿐, 갑작스레 악기 수리를 해야할 경우 큰 돈이 들어가곤 한다. 첼로를 연주하는 한 단원은 "수리비로 500만 원이 든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무엇보다 해고 단원들은 '목포시향 단원으로서의 자부심'이 무너져 힘들어하고 있다. 이들은 "열악한 처우에도 '프로 음악가'라는 명예 때문에 목포시향에 머물러 왔다"고 토로했다.

해고 대상자 B씨의 하소연이다.

"어릴 적 목포시향 연주를 보며 저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꿈이 이뤄져서 너무 행복하고 자랑스러웠죠.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어요. 하지만 이제 '자랑스럽다, 행복하다'는 말을 할 수가 없어요. 항간에는 '목포시향에 자리가 생겼다'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더라고요. 인생의 전부인 음악을 송두리째 빼앗긴 거죠."

17일 만난 단원들은 해고 통보 당시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F(34, 바이올린 연주)씨는 "어릴 때부터 악기 말곤 해본 게 없어 이제 와서 다른 일을 할 수도 없다"며 "당장 생계와 관련된 일인데 이렇게 해고를 당하니 막막하다"고 눈물을 훔쳤다.

C(28, 트럼본 연주)씨도 "음악을 하는 게 그저 좋아서 많은 돈이 들어도 포기하지 않았는데 해고를 당하니 섭섭하다"면서 "목포시가 마치 실력이 없어서 잘린 것처럼 알려, 해고 이야기를 남한테 하는 것조차 부끄럽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해고 단원들 중 고참에 속하는 G씨는 "음악을 하면서 수차례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참고 지금껏 버텼다"며 "내가 당당하게 그만둘 수 있는 날, 내 손으로 사표를 쓰고 싶었는데 아무 이유 없이 해고를 당하는 게 매우 억울하다"고 말했다.

"몸과 정신 모두 음악에 집중할 수 없어"
 
목포시가 예산 삭감에 따른 목포시립교향악단 단원 40% 정리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11일 단원들이 목포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에 나섰다. 한 단원이 집회 도중 '유래없는 정리해로'라 적힌 피켓을 들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목포시가 예산 삭감에 따른 목포시립교향악단 단원 40% 정리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11일 단원들이 목포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에 나섰다. 한 단원이 집회 도중 "유래없는 정리해로"라 적힌 피켓을 들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현재 목포시는 예정대로 오는 29일 27명의 단원을 정리해고할 방침이다. 목포시가 '정리해고 회피 방안'으로 내놓은 것은 ▲ 예산 삭감분 만큼 근로시간 단축 ▲ 정기 공연이 있는 달을 피해 무급 휴가 실시 ▲ 희망퇴직이다.

해고 단원들은 목포시의 정리해고 회피 방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1월 1일 목포시의 정리해고 발표 이후 꾸준히 시청 앞 연주시위 및 1인 시위를 벌이며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10일에는 고용노동부의 중재 하에 목포시와 단원 사이의 면담이 있었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계속되는 목포시와 단원 간의 갈등에 E씨는 "하루라도 연습을 소홀히 하면 기량이 떨어지는 게 금방 느껴진다"며 "음악이란 게 몸과 정신을 함께 쏟아야 하는 건데 현재 몸과 정신 모두 음악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 이어 '욕설 지휘자와 목포시가 집단 해고를 한 이유' 편이 이어집니다.

태그:#목포시립교향악단, #정리해고
댓글7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