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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동산 중개소 유리창에 아파트 매물과 가격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한 부동산 중개소 유리창에 아파트 매물과 가격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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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바닥론? 그게 무슨 황당한 소리야? 선생 어디 기자야?"

6일 오후, 서울 중랑구의 한 부동산 중개소. 기자임을 밝히고 집값 바닥론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중개소 대표가 대번에 짜증을 냈다. 이곳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순욱(67, 가명)씨와 김동진(67, 가명)씨는 "강남쪽 재건축 단지 말고는 해당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이들은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거론되는 '집값 바닥론'의 정체가 강남 일대의 고가 재건축단지에 한정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 전체가 풀리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 일부 지역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오히려 지난해 말보다 더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 전체가 풀리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부양책과 시장 심리에 의한 일시적인 효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현장에서 만난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상승의 원인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놨지만 "단기간 내에 가격이 추가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랑·강서·노원·서대문구 등 아파트 평균 매매가 오히려 떨어져

중랑구 망우동의 한 아파트.
 중랑구 망우동의 한 아파트.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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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부동산 114'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의 가격은 0.13% 상승했다. 최근 4년 5개월만에 가장 많이 오른 수치다. 그러나 김동진씨의 설명은 좀 달랐다. 중랑구 아파트 가격은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았으며 지난해 말에 비해 전혀 변화가 없다는 것.

중랑구 망우역 인근에 위치한 A아파트의 요즘 가격은 40평대가 5억 원, 30평대는 3억 5000만 원이다. 이웃해 있는  B아파트 역시 32평이 2억 70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거래량을 묻자 '변화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B아파트는 호가가 3억에 나온 건 있지만 그런 건 거래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인 '부동산뱅크'가 지난 5일 기준으로 집계한 중랑구 아파트의 1㎡당 평균 시세는 320만 원(평당 1056만원).  지난해 12월 324만 원에서 4만원 떨어진 꼴이다. 이씨는 "어쩌다 실수요자들이 한 집, 두 집 사는 거지 집값 오를 기미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강서구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강하진(44, 가명)씨도 같은 의견이었다. 이 지역의 아파트 1㎡당 평균 매매 시세는 374만 원(평당 1234만원)  역시 지난해 12월 378만 원에서 값이 떨어졌다. 강씨는 "언론에서 집값 바닥론 떠들고 있는데 이 지역은 아니다"라면서 "강남에 가 보라"고 권했다.

강북의 다른 구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노원구 역시 334만 원에서 332만 원으로, 서대문구는 357만 원에서 354만 원으로 떨어졌다. 용산구는 688만 원에서 676만 원으로 시세가 내려갔다. 마포구, 성북구 등은 비슷한 수준을 이어갔다.

"재건축 아파트 시세 올해 강세... 가격이 더 오를 것 같지는 않다"

왼쪽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오른쪽으로 미도아파트가 보인다.
 왼쪽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오른쪽으로 미도아파트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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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구별 아파트 가격 변동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주의 경우 강남(0.39%), 송파(0.39%), 강동(0.13%)구 아파트 값이 전체 상승을 견인했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 값은 강남구(1.63%), 송파구(1.02%)가 각각 1% 이상씩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아파트 가격을 보면 더욱 확연해진다.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 단지인 강남구 은마아파트는 99㎡(30평) 가격이 8억 2000만 원에서 9억 7000만 원으로 1억 5000만 원 가량 뛰었다. 이 지역 D공인중개소 유성희(가명)씨는 "일단 한동안 너무 떨어지지 않았느냐"면서 "지금은 팔 사람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서로 눈치보는 상태"라고 말했다.

유씨는 "가격 얘기는 고객들이 싫어하니 익명으로 처리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올해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겠지만 그렇다고 가격이 더 오를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송파구의 재건축 아파트 중 하나인 가락시영의 경우 지난해 말보다 실거래가가 3000~4000만 원 올랐다. K공인중개사무소의 지아무개 대표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정부 정책이 재건축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인한 개발이익이 조합원 한 가구당 3000만 원을 넘을 경우 최대 50%까지 가져가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달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고 현재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한강변에 위치한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아파트는 같은 기간 가격이 1억 원 정도 올랐다. A공인중개소 유상호(55, 가명) 대표는 "105.6㎡(32평) 목 좋은 자리가 18억 5000만 원 정도 나가고 호가는 19억까지 나오는 상태"라면서 "추가상승 기대감 때문에 나와있던 매물도 다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반포 주공아파트와 함께 대표적인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도 가격이 정책 발표전에 비해 4000만 원 정도 올랐다. K공인중개소 이정희(48, 가명)대표는 "50㎡가 작년 말에는 7억 8000~9000만 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8억 5000만 원 정도"라며 "시장 분위기도 좋아지고 급매물도 대부분 다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었지만 자체적인 요인 때문에 시세가 오른 지역도 있었다. 대표적인 곳이 압구정동의 재건축 단지인 신현대 아파트. 이곳은 현재 서울시의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를 앞두고 있다.

신세계공인중개사무소의 육인경 실장은 "이 부근 재건축 아파트들이 정부 재건축 정책 발표 이전인 지난해 12월부터 가격이 조금씩 올라서 지금은 1억 5000만 원 정도 올랐다"면서 "안전진단 통과 발표를 앞둔 기대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기대감 때문에 주민 동의서도 안 받은 오래된 아파트의 가격이 뛰기도 했다.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와 명일동 삼익그린 아파트가 그런 경우. 이 아파트는 1983년도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아직 재건축 관련한 절차를 전혀 밟지 않은 상태다.

P공인중개소 박희순(가명) 대표는 "이 두 아파트는 세대수가 많고 거주환경이 좋아서 이 부근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라면서 "원래 99㎡(30평)기준으로 5억 원 부근이던 아파트 가격이 최근에는 5억 6000만 원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집값 바닥론은 언론이 부풀려놓은 허구"

재건축 단지인 서초구 반포동 주공 1단지 아파트.
 재건축 단지인 서초구 반포동 주공 1단지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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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런 풍경들에 대해 '일시적인 반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놨다. 재건축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반짝' 분위기가 좋아질 수는 있지만 추가 상승 요인이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의 영향이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과이익 환수제는 현재 2년간 시행이 중지된 상태라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는 재건축 단지의 경우 이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런 점을 감안해보면 실제 큰 이득을 보는 단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 통과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변 교수는 "누가 봐도 강남 집값 올리려는 특혜이고 문제가 있는 정책"이라며 "국회 통과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은 "집값 바닥론은 언론이 부풀려놓은 허구"라고 강조했다. 이번 가격 상승도 재건축 아파트들을 필두로 한 일시적인 반등이지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움직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선 소장은 "올해 1월 주택거래량은 5만 8846호로 역대 1월 평균매매량(거래절벽이 있었던 2009·2012·2013년 1월 제외)인 6만 8612호 보다도 적은 평균 이하의 성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론이 이걸 취득세 감면 혜택 종료로 거래량이 급감했던 지난해 1월과 비교해서 오히려 거래량이 늘어난 것처럼 포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 소장은 "올해 2~4월 분양 물량이 2000년 이후 사상 최대로 쏟아질 예정"이라면서 "이번 반등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집값 바닥론, #은마아파트, #재건축, #개포동,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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