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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 의원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 의원은 출근 후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김남국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 의원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 의원은 출근 후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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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선 누구나 투자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국회의원이 코인 투자 좀 할 수도 있지. 코인 투자가 불법도 아닌데 그게 뭐 어때서. 

최근 논란이 된 김남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무소속)의 암호화폐 투자 소식을 듣고 처음 했던 생각이다. 김 의원의 첫 해명문에 나왔던 개인 전자지갑도 한 번 찾아 본 적이 있다.

암호화폐는 지갑 주소만 알면 누구나 거래 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다. 정말 국회의원 치고는 이것저것 투자를 많이 했더라. 하지만 여전히 그것만으로 뭐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게 나의 의견이었다. 

이런 생각이 180도 바뀌게 된 것은 우연히 발견한 김 의원의 어떤 거래 내역 때문이었다. 지난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출연을 위해 좀 더 자세히 김 의원의 개인 지갑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전에는 찾지 못했던 특이한 투자 내역을 발견했다. 이 글에서는 그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출시 한 달도 안 된 코인에 33억 투자... 이유는?

코인 투자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서 지금부터 시작할 이야기를 겁낼 필요는 없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코인이든 투자 원리는 사실 비슷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매수의 이유가 있을 때 사고, 매도의 이유가 있을 때 판다. 매수·매도의 이유를 잘못 판단하는 경우는 있지만 언제든 이익을 추구하는 게 보통이다. 기행을 일삼는 기인이 아니라면 귀중하게 모은 자신의 자산을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손실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 

김남국 의원의 특이한 투자 내역이란 이렇다. 그의 개인 지갑으로 추정되는 전자지갑 내역을 보면 2022년 2월 15일 '클레이페이(KlayPAY, KP)'라는 토큰에 유동성 공급(Liquidity Provide, LP) 투자를 한 기록이 있다.

총 투자 규모는 '약 33억 원' 정도다. 이 액수의 크기를 기억하시라. 
 
김남국 의원 개인지갑으로 추정되는 지갑의 거래 내역.
 김남국 의원 개인지갑으로 추정되는 지갑의 거래 내역.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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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투자가 흥미로웠던 건 클레이페이라는 토큰이 전혀 유명하지 않은 암호화폐라는 점 때문이었다. '코인마캣캡'이라는, 코인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일종의 검색사이트가 있는데, 여기서도 검색되지 않을 정도로 인지도가 낮은 코인이다. 

더군다나 김 의원이 투자를 집행한 시기는 이 코인이 출시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시점이었다. 클레이페이 홈페이지에 가 보면 이 코인의 계획과 목표를 담은 '로드맵' 자료가 공개돼 있다. 이에 따르면, 이 코인은 2022년 1월에 출시돼 2022년 3분기 정도는 돼야 그럴싸한 모양새를 갖추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클레이페이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는 로드맵. 2022년 3분기에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클레이페이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는 로드맵. 2022년 3분기에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 인터넷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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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하면 김남국 의원은 갓 출시된, 안 알려진 코인에,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33억 원 정도의 투자를 단행한 셈이다. 코인 투자 업계에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 더러 있지만, 그런 시각에서 봤을 때도 이 투자는 상당히 이색적이다. 아마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업계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이 내역을 이상한 투자로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 의원이 코인 투자로 가장 돈을 많이 벌었을 때 자산 규모가 최대 80억 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니, 33억 원은 그에게도 상당히 큰 돈에 해당한다. 그는 왜 이 코인에 투자했을까. 김 의원에게는 보다 더 확실한 투자 근거가 있었을 것이다. 

왜 신생 코인에 33억 투자 했나 

김남국 의원은 최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난 2016년부터 이더리움에 8000만 원 투자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혔었다. 손해 확률이 높은 투자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코인 투자 경력이 짧지 않다는 얘기다. 

통상 업계에서는 이런 경우 지인의 소개로 투자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일종의 내부자 정보를 제공받지 않고서는 확신을 가지고 검색도 제대로 안 되는 신생 코인에 33억 원이라는 큰 돈을 넣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상한 정황은 김남국 의원의 구체적인 거래 내역에도 어느 정도 담겨 있다. 우선 그는 단순히 시장에서 코인을 매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유동성 공급 투자'라는 독특한 방식을 택했다. 이 투자는 변동성이 큰 코인을 섞어서 진행할 경우, 예상 수익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점이 많고 어렵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은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방식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그가 유동성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이상한 행동을 추가로 했다는 점이다. 클레이페이 토큰을 한꺼번에 16억 원어치나 너무 급하게, 많이 사는 바람에 개당 1달러 정도였던 토큰 가격이 2배 가까이 오르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투자에 들어간 김 의원의 돈은 33억 원 상당이지만, 그가 거래를 통해 실제로 취득한 토큰 가치는 25억 원 정도에 그쳤다. 그는 이 한 번의 투자에 클레이페이 토큰 전체 유통량의 약 10% 정도 물량을 매수했다. 그렇게 급하게 매수를 해야 할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이것 역시 이해할 수 없는 투자 방식이다.  

 
김남국 의원의 개인지갑으로 추정되는 전자지갑. 이 지갑에는 클레이페이토큰(KP)의 전체 발행량 중 40% 가량인 247만2301개가 들어있다.
 김남국 의원의 개인지갑으로 추정되는 전자지갑. 이 지갑에는 클레이페이토큰(KP)의 전체 발행량 중 40% 가량인 247만2301개가 들어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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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페이 토큰의 현재 가격은 개당 0.014달러 정도다. 전체 유통량의 40%가량은 여전히 김 의원의 개인지갑에 남아있다. 김 의원은 이 투자를 통해 적어도 20억 원 이상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재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민의 시각에선 손해 여부가 중요한 요인은 아니다. 이 의문투성이 투자 자체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규명하는 게 더욱 중점적인 사안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의원의 신분인만큼 내부자 정보를 받고 투자했거나, 특정 사업자와 이익을 공유하는 사업을 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입장을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김 의원의 개인지갑 거래내역 중 세부 사연이 궁금한 건은 이 건 하나다. 일반 사인이라면 전혀 해명의 의무가 없는 일이겠지만, 국회의원 신분인 김 의원은 좀 다르다. 이미 한국 사회는 열흘째 김 의원의 코인 논란에 너무 많은 국민적 주의력을 소모하고 있다. 

결국 검찰 강제수사로... 앞으로 이런 일 없으려면
 
무소속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보유 논란과 관련해 검찰이 15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과 업비트를 압수수색했다. 법조계와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이준동 부장검사)는 이날 빗썸과 업비트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김 의원의 가상화폐 거래내역 등을 확보했다.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의 모습.
 무소속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보유 논란과 관련해 검찰이 15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과 업비트를 압수수색했다. 법조계와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이준동 부장검사)는 이날 빗썸과 업비트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김 의원의 가상화폐 거래내역 등을 확보했다.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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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페이 토큰 의혹은 앞서 밝힌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공개됐다. 공교롭게도 김남국 의원은 이틀 뒤인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탈당 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해 이렇다 할 해명을 하지 않은 채였다. 

서울남부지검은 15일 김남국 의원의 위믹스 60억 원 보유 의혹과 관련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 등을 압수수색했다. 정치자금법 위반과 조세 포탈, 범죄수익 은닉 등의 혐의다. 검찰은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당한 바 있다. 결국 최근 불거진 석연치 않은 의혹들이 이번에는 압수수색을 가능케 한 셈이다. 

사실 김남국 의원이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는 나의 관심사는 아니다. 다만 한국 사회가 김남국 의원 같은 논란을 일으키는 정치인이 나오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필요한 법과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는 정치인들이 코인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다. 

미국은 이미 2018년부터 공직자들로 하여금 비트코인을 비롯한 각종 코인 자산들을 재산 등록에 등록하게끔 강제하고 있다. 코인이 가지고 있는 신종 자산의 성격상 공무원이 이를 이용해 재산을 빼돌리거나 청탁을 받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22년 7월부터는 대체불가토큰(NFT)도 포함시켰다. 암호화폐 과세도 지난 2019년부터 시작했다. 이렇게 했어도 요즘에는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와 달랐던 한국의 행보

한국은 미국이 코인이라는 신종 자산에 대응하던 시기에 호통이나 치면서 시기를 놓쳤다. 2018년 법무부장관이 직접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드립'을 치며 외신을 장식했고, 금융 당국은 법적 권한도 없이 선량한 일선 기업들을 방해하고 일반 투자자들을 윽박지르는 행정 조치들을 여러 개 내놨다. 

하지만 정작 정치인, 고위 공무원 등 정작 사회적 책임이 있는 자들이 코인을 이용해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뭔가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놓진 않았다. 가장 기본적인 부분인 과세도 마찬가지다. 세금을 걷으려면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다른 나라들은 과세 준비를 진행할 때 한국은 준비해놓지 않아서 지난해 과세를 2년 유예하는 해프닝도 빚었다. 

2023년 공직자 재산 등록에 자기 재산이 15억 원이라고 적어놓은 김남국 의원은 사실 9억 원 상당의 코인을 따로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보다 더 영향력이 큰 다른 정치인들은 얼마나 더 많은 코인을 보유하고 있을 것인가', '이런 부분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지는 않은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런 게 궁금하다. 

법원에서 암호화폐의 자산성을 인정하고,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추진할 때, 유독 국내에서는 '암호화폐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켜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지나고 보니 그게 자신들의 잇속을 차리기 위한 일종의 장벽 세우기는 아니었나 하는 의심도 하게 된다.

선출직 국회의원이 주식 판 돈을 다 털어서 코인에 올인하고, 또 거기서 거둔 수익금으로 전세자금을 마련하는 세상이다. 코인 투자와 주식 투자를 달리 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서 합리적인 방향으로 한국의 법과 제도가 재정비 되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동환씨는 원더프레임 대표입니다.


태그:#김남국, #코인, #클레이페이토큰, #암호화폐, #가상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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