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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한 나는 대학 입시에서 실패했다. 주변 사람들과 가족들의 기대가 컸던터라 마음의 상처도 깊었고, 오랫동안 우울한 날들을 보내야 했다. 그후 탈출구로 생각한곳이 군대였다. 3년의 군 생활은 육체적으로는 고달펐지만 마음만은 편했다. 당시 대학을 다니다 입대한 병사들에게는 3개월 일찍 전역하는 제도가 있었다. 우리 소대에는 동기가 세명 있었는데 두명은 이런 혜택 덕분에 일찍 전역했다. 난 3개월을 더 근무해야 했다.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했지만 마음속에는 열등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3년의 군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제대했다. 전역 한 후에 맨 처음 취직한곳이 주간 신문사였다. 그때 나는 이력서의 학력 기재란에 고졸이 아닌 대학중퇴라고 썼다. 그때 이후로 어디를 가든지 나의 학력은 고졸이 아니라 대학중퇴였다.

독서치료사 과정 24기 수료자 일동 책을 좋아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 독서치료사들을 통해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 독서치료사 과정 24기 수료자 일동 책을 좋아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 독서치료사들을 통해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 고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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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서빙고동에 있는 온누리교회 청년부 모임에 나가게 되었다. 예배를 마치고 소그룹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서로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모두가 명문대 출신에다 직업도 화려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을때 나는 대학을 중퇴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 거짓말이 몇 년동안 계속된 것 같다. 나는 나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하나, 둘 벽돌을 쌓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벽돌이 실제로 나 자신을 가두며, 삶에서 진정한 자유를 강탈해 가는 것을 알았다. 양심을 속이고 산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때부터 내 안에는 평안함이 사라졌고, 불안과 열등감이 깊숙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후 20대 중반의 나이에 지방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다.

대학교 1학년때의 봄은 너무나 힘들었다. 지방에 내려와서 혼자 기숙사 생활하는 것도 힘들었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다. 집을 떠나 있으니 끼니때마다 걱정을 해야 했다. 하루하루 지내기가 버거울 정도로 암담한 때였다. 그 시절 난 새벽에 일어나 도서관에 가서 저녁때까지 수없이 많은 책들을 읽었다. 지금까지 기억나는 책들로는 '상한 감정의 치유' '내 마음의 벽'등 치유서들이다. 그런데 대 여섯달 지나면서 뜻밖에도 마음이 점점 안정되고 밝아지는 것이 아닌가? 집 사정과 내 상황은 오히려 악화 되었는데도 말이다. 문득 그 이유가 순전히 책들에 있음을 깨달았다. 치유와 상담, 심리학등에 관한 짧지만 따뜻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삶에 대한 긍정과 희망을 얻은 것이다. 책이 주는 치유 능력을 실감했다.

그 후에도 계속해서 여러 책들을 통해서 치유를 경험하게 되었다. 그 중에 '책읽기를 통한 치유'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신성회라는 독서모임을 이끌어가고 있는 작가 이영애씨가 독서 모임을 통해 치유 받았던 일화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책을 통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치유받으며 회복되는 실제 일화를 담아내었다. 이 책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 한권의 책은 '자전거를 못타는 아이'라는 책이다. 따뷔랭의 마을에 따뷔랭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따뷔랭에게는 말 못할 비밀이 한가지 있었다. 그는 자전거를 수리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자전거를 타지는 못하는 것이다. 따뷔랭은 자전거를 탈 수가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자전거를 수리하는데 도가 튼 사람이 되었다. 자신의 그 결함으로 인하여 자전거의 세부 기능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고 연구할 수 있었으니 어찌보면 그것이 최고의 수리공 따뷔랭을 있게 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결함이 티끌에 지나지 않을 지라도 마음속에서 포장되고 부풀려진 자격 지심은 그것을 태산으로 만들어 버리기 일수다. 우리는 태산을 가슴속에 묻고 산다. 그 산을 정복하는 것은 우리들의 마음 하나에 달려있다. 독자들에게 당당히 자신의 삶을 오르게 마음을 열어보자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오래전에 신문에서 읽은 기사가 생각난다. 서울역 상가 2층에 성프란시스 대학이 있다. 이곳은 노숙을 경험했거나 노숙을 하는 분들중 면접을 통해 1년 과정으로 글쓰기, 철학, 한국사, 문학을 강의한다. 이곳을 통해 많은 졸업생이 배출되었고 그중 여러명이 노숙생활을 청산했다고 한다.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한줌의 책들을 통해 마음의 상처로 아픈,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구한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상처와 아픔으로 살아간다. 그 내면 깊은곳에 황폐한 곳을 만지고 치유하는 방법은 다름 아닌 책읽기를 통한 치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요즘 나는 일주일에 3일은 혜화동에 간다. 한국독서치료학회에서 주관하는 독서치료사 자격증 과정을 공부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문학, 독서치료학, 심리학을 배우면서 사람의 마음을 알아가고 있다. 문학작품이 갖는 치유적 힘을 다룬 책들을 통해 문학에 대한 시각을 새로이 열게되었다. 한때 내가 경험했던 어려운 일들이 지금의 독서치료에 대한 학문적 관심을 가지게 한 계기가 되었다. 다양한 문학, 소설, 그림책을 통해 상처받고 아픈 사람들에게 평안한 삶을 주고 싶다. 그림책을 되풀이해 읽자 새로운 통찰을 얻게되고, 기쁨과, 자유와 평안을 얻는 모습들. 앞으로 나를 통해서 일어날 장면들이다. 몸에 양식이 필요하듯 정신에도 정신적 양식이 필요하다. 독서를 통한 치유야 말로 풍성한 인생을 만드는 비결 중 한가지 방법이다. 내 책상에는 그림책들이 한권 두권 쌓여가고 있다. 이것들은 울적하거나 힘들때 나를 치유해주었던 나의 보물들이다. 수업중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이해하면 치료될 수 있어요. 여러분은 책을 통해서 인간을 이해하도록 노력하시길 바랍니다. 이해하기 전에는 사랑할 수 없지만 이해하고 나면 사랑할 수 도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가정, 학교, 직장등에서 상한 마음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또한 독서치료사의 활동이 많이 필요한 시대인것 같습니다. 그래서 독서치료사에 대한 정보를 홍보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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