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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발표를 마친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발표한 현오석 부총리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발표를 마친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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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기업 기관장들에 대한 평가 및 문책 강도를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내놨다.

현오석 부총리는 11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 정상화 관련 브리핑을 열고 "현재 220% 수준인 공공기관 부채비율을 2017년까지 200% 수준으로 줄일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방만한 경영과 과도한 복리후생을 막기 위해 범정부적 추진·점검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평가가 부진한 기관장은 임기와 관계없이 해임까지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는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인 '낙하산' 인사 차단책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또 공공기관의 부채감축 과정에서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이 대폭 인상되거나 행복주택 등 정부 주요 공약 사항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공기관 스스로 부채감축 계획 세우도록... 정부는 정책 패키지 마련"

정부는 이날 정상화 방안이 나오게 된 계기로 공공기관의 예산낭비와 방만경영, 과도한 부채를 지목했다. 지난해 말 기준 295개 공공기관 부채는 493조 원으로 국가채무의 1.1배 수준. 한국전력 공사, 한국토지관리공사(LH) 등 부채과다 기관의 경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했다. 강도높은 관리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부채감축 원칙은 3가지다. 현 부총리는 "공공기관 스스로 자구노력 등 부채감축 계획을 제시케 하고 정책당국은 정책패키지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LH, 수자원공사, 철도 시설공사, 예금보험공사 등 전체 부채 증가의 89%를 차지하는 12개 기관은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해 자구계획을 내년 1월까지 제출받기로 했다.

기관이 제출한 감축계획의 이행 여부는 경영평가를 통해 관리된다. 정부는 내년 9월 12개 기관에 대한 기관 중간평가를 실시하고 이행실적이 부진한 기관은 기관장 문책과 함게 성과급을 제한할 계획이다. 또한 부채관리를 제도적인 정착을 위해 올해 안에 7개 기관에 구분회계제도를 도입하고 내년부터 13개 기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방만 경영의 상징이었던 과도한 임원 보수와 성과급에도 칼을 댔다. 봉급 상한이 없던 상임이사의 경우 내년부터는 기관장의 80% 수준으로 임금이 제한된다. 비상임이사는 수당을 포함해 연간 3000만 원 이상은 받을 수 없게 됐다. 비리 임직원은 퇴직금도 감액된다.

최대 200%까지 받을 수 있었던 공기업 성과급도 내년부터는 120%로 줄어든다. 금융형 준정부 기관도 100%에서 60%로 성과급 상한이 줄어들었다. 현 부총리는 "부채감축 및 방만경영 중점관리대상기관은 내년 9월 중간평가 평가 결과에 따라 임금을 동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퇴직금, 경조사비 지원 등 과도한 복리후생에 대해서는 기관별 정보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시시스템인 알리오를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정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산하에 '공공기관 정상화 협의회'를 만들어 이같은 사항들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낙하산 인사? 부채감축과 직접적인 관련 없어"

공공기관 부채를 줄이겠다는 약속 자체는 환영할 만하지만 이날 발표된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에서는 다소 허전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인 '낙하산 인사' 근절책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LH와 수자원공사의 경우 낙하산 인사 때문에 부채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H는 '현대 MB맨'으로 꼽히는 이지송 전 사장이 내려와 보금자리 사업을 정부 대신 진행하면서 5년 간 부채가 15조 원 증가했다. 김건호 전 사장을 맞이했던 수자원공사 역시 4대강 사업을 떠맡으면서 7조1000억 원의 빚이 늘었다.

부총리 브리핑에 앞서 기재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열렸던 사전 설명회에서도 이 같은 점들이 집중 거론됐다. 정상화 방안을 보면 성공적인 부채 감축을 위해서는 기관장의 능력과 경력이 가장 중요한데 현 정부의 공공기관장 인사를 보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달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을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해 전문성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김석기 사장은 기재부 임원추천위원회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도 사장으로 내정돼 국정감사에서도 문제로 떠올랐다. 이날 도로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김학송 전 의원과 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김성회 전 의원도 경영 능력과는 동떨어진 보은성 '낙하산' 인사라는 평이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제대로 된 기관장을 뽑았을 대도 될까 말까할 계획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인사 문제와 부채감축 문제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다가 기자들의 질문이 반복되자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부채감축 계획,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도

정부가 부채감축 계획을 공공기관에게 맡기기로 하면서 한전, 가스공사 등의 공공요금 인상을 부채질하는 것은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기재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공사들은 현재도 각각 대규모 부동산 매각 등 자구노력을 추진하고 있으나 주택 경기침체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날 "기관이 스스로 적극적인 자구 노력을 해야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한전이 자구 노력만 가지고 (부채 감축이) 안 되고 물가를 감안해서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면 그런 부분도 검토해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공기관을 통해 하기로 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공약들이 후퇴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대규모 부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LH의 행복주택 사업이나 임대주택사업은 축소가 불가피하다. 감축 계획도 공공기관이 내놓으니 정부는 '부채 감축'이라는 명분으로 부담없이 공약 파기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한편 정부는 이번 공공기관 선진화 대책에 "(노조) 파업 등 방만경영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면책하겠다"는 내용을 추가해 눈길을 끌었다. 과거 기관장 평가에서는 파업이 일어날 경우 평가에 좋지 않게 작용됐기 때문에 기관장이 노조에 강력히 대처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이 항목을 삭제하겠다는 것이다. 철도공사는 이날 오전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 1585명을 추가로 직위해제하며 강력 대응에 나섰다.


태그:#공공요금, #공공기관 정상화, #공공기관, #부채, #낙하산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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