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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의 김주혁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의 김주혁 ⓒ KBS


강호동이 떠난 후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의 시청자는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나 MBC <일밤-진짜 사나이>로 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심지어 대세인 소녀시대의 윤아가 게스트로 깜짝 출연해도 구태의연한 포맷으로 한 번 잃어버린 시청자를 다시금 <1박2일>로 돌아오게 만들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게 시즌 2였다.

이렇게 시즌2를 마친 <1박2일>이 시즌 3을 기획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가 걸었던 길을 <1박2일>이 도돌이표처럼 반복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서 합창단 소재를 반복해 사용한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1박2일> 시즌 3은 다르다. 멤버가 바뀌니 물 만난 고기처럼 퍼덕이고 있다. 데프콘이나 김준호는 <남자의 자격>이나 <무한도전>을 통해 예능에서 이미 검증받은 블루칩이며, 정준영은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보여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미지를 <1박2일>에서도 보여주고 있다. 살을 에는 듯한 날씨에 트럭 뒷자리에 올라타도 아이스크림이 생각난다는 막내 정준영은 실내 취침에 당첨된 기념으로 이상한 춤을 선보이는 등 '4차원 막내'라는 본인만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다.

'1박2일' 최고의 수확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김주혁의 재발견
하지만 김주혁은 예능감을 가늠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캐릭터였다. 김주혁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예능 신입생을 시즌 3에 함께 간다고 할 때 불안감을 감출 수 없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주혁에 대한 우려는 두 번의 방영분을 통해 불식됐다. 근엄한 이미지의 이 배우,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8일 방송된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의 한 장면

8일 방송된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의 한 장면 ⓒ KBS


첫 방송에서 김주혁은 이에 김을 붙이고 영구 흉내를 내면서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게 다가 아니다. 8일 방송에서도 저녁식사를 마련하기 위해 얼음물로 등목을 해야 하는 미션에서 김주혁은 "나 완전 더러워"라고 스스로를 디스하고는, 신음소리 한 번 내지 않고 꿋꿋하게 미션을 해냈다. 강호동처럼 어려운 일에 앞장서는 맏형을 그리워하는 멤버들에게 장작패기로 솔선수범을 보인 김주혁의 위상이 다시 한 번 높아지는 순간이었다.

김주혁이 갖고 있는 모습은 솔선수범하는 맏형의 이미지가 다가 아니다. 이번 시즌에서 김주혁은 '굴욕'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시즌 2에서 차태현이 내기만 했다 하면 내기 당첨에 유독 운이 없었던 것처럼, 김주혁은 인기 순으로 멤버를 뽑는 순서에서는 유독 약하다. 첫 방송에서 학생들에게 인기투표를 구할 때 김주혁의 등 뒤에 선 사람은 데프콘이었다. 단 한 명의 학생도 김주혁의 팬을 자처하는 이가 없어서였다.

8일 방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미쓰에이 수지가 아침밥 대용으로 끓여준 수지 라면에 당첨되는 행운도 김주혁에게는 없었다. 수지가 정준영을 두고 "젊어서 뽑지 않았다"고 하자, "난 늙어서 떨어뜨렸니?"라고 응수한 김주혁은 인기투표의 굴욕을 재치 있는 입재간으로 승화해 냈다. 이렇게 근엄해 보이기만 하는 외모에서 의외의 재미를 보여준 김주혁은 <1박2일>에서 앞으로가 가장 기대되는 멤버로 꼽을 만하다.

그간 김주혁은 십 년 이상 되는 드라마와 영화 작업을 통해 배우라는 이미지는 구축하고 있었지만 대중 친화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1박2일>을 볼 때마다 김주혁이 어떤 깨알 같은 발언으로 시청자를 웃기게 만들어줄지 기대될 것 같다. 김주혁이라는 캐릭터의 시즌3 영입은, 동생들을 이끌고 갈 든든한 맏형의 영입이기 이전에 마흔 줄의 예능 늦둥이가 시청자를 얼마만큼 웃기고 즐겁게 만들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제작진의 신의 한 수가 아닐 수 없다.

1박2일 김주혁 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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