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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선대인연구소장이 25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부동산 패러다임 전환기의 생존법' 강연을 하고 있다.
 선대인 선대인연구소장이 25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부동산 패러다임 전환기의 생존법' 강연을 하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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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늘어나는데 그걸 사줄 수 있는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30년에는 2000년의 1/4 수준으로 줄어들어요. 지금 전세난 심각하다고 빚 내서 집을 사면 평생 빚 갚으면서 살게될 수 있습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으며 2~3년 후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축소되면 가계부채 위기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25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부동산 패러다임 전환기의 생존법' 강연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금 전세값이 오르는 이유는 안전한 전세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지금보다 집값이 20% 더 하락하면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50%가 위험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가 가계부채를 이용해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고 있는데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 등 '출구전략'을 시작하면 가계부채 문제가 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가 진짜 그 집의 가치"

선대인경제연구소에서 주최한 이날 강연의 주요 골자 중 하나는 '인구'였다. 급격한 출산율 저하와 1인가구 증가로 앞으로는 점점 집을 살 수 있는 구매자 숫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첫 번째 강사로 나선 우석훈 내가꿈꾸는나라 공동대표는 향후 주택시장의 변수로 전세계적인 '청년 솔로현상'을 꼽았다.

"통계자료를 보면 한국은 10년 후에 약 30%만 결혼을 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미국이나 일본도 비슷하게 가고 있어요. 1인 가족이 늘어나게 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게 '배드타운'입니다. 젊은 '솔로'들이 이런데서 사는 것보다 좁고 불편하더라도 홍대, 종로, 강남, 신촌 등 도심과 가까운 입지를 선호하거든요."

통상 가정을 구성하고 자녀가 있는 가장들이 집을 구매하는데 향후 늘어나는 가장들은 배드타운에 있는 집을 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지역부터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우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는 강남이나 광화문 같은 도심에서의 거리와 해당 주택의 유지비가 집값을 결정하는 주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우 대표는 집을 구매하는 가구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근거로 최근 늘어나고 있는 '캥거루족' 현상을 지목했다. 캥거루족이란 성인임에도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젊은 세대를 말한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는 48만 6000여 명 정도의 캥거루족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는 "청년 솔로의 특징은 경제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이들은 1인 가구로 독립하는 게 아니라 부모에게 기생하는 '기생 솔로'가 되는데 일본에서는 이미 이와 관련된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사회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국내 부동산 경기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구매자가 없어지면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우 대표는 "지금 서울 아파트 매매가의 60~70%가 전세 가격인데 그게 진짜 그 집의 가치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우석훈 내가꿈꾸는나라 공동대표.
 우석훈 내가꿈꾸는나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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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푸어'라 생각되면 팔리는 집부터 처분해야"

선대인 소장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담보대출 현황에 대해 상세히 언급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계에 빚을 내서 집을 사도록 하는 정책을 반복적으로 내놓은 결과 가계와 부동산 담보대출 모두 심각한 상황에 와 있다는 것이다.

선 소장은 "최근 언론에서 떠드는 전세난의 실체는 전세 매물이 없다기보다는 전세기한이 끝났을 때 보증금을 무리없이 돌려받을 수 있는 '안전한 전세'가 없다는 것"이라면서 경기도 파주 교하신도시에 있는 한 아파트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지난 2009년 세워진 이 아파트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이 없는 가구는 전체의 17%에 불과했다. 또한 절반 이상의 가구가 2억 원에서 4억 원 사이의 빚을 지고 있었다. 5억 원 이상의 대출이 잡혀있는 가구도 17%에 육박했다.

선 소장은 "가계 신용기준으로 금융부채가 990조 원 정도인데 그 중 부동산 담보대출만 690조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고부채가구가 17% 정도지만 집값이 20% 떨어지면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50%가 위험해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빚내서 집 사기'는 한계에 이르렀지만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점점 쌓이는 주택시장 구조도 집값을 필연적으로 떨어뜨리는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는 "노령세대가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기존 주택을 내놓고 있다"면서 "2010년대 후반부터 이런 매물이 연간 10만 호 정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선 소장은 "주택이 2개 이상인데 자신이 주택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라고 생각되면 당장 팔리는 집부터 처분하는 게 좋다"면서 "집이 하나뿐이라면 빚을 줄여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세난이 심각하다고 대출받아서 집을 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하면서 "임대형 오피스텔도 공실기간이 있고 계속적인 관리가 까다롭기 때문에 노후 대비책으로 투자를 한다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함께 강연에 나선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는 순간 국내 금리도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빚이 많은 한국 가계는 대출 받아 구입한 집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사람들이 5% 이자라고 하면 싸다고 하는데 그건 20년을 빌리면 원금만큼 이자를 내야한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5억 원 빚을 지고 6억 원짜리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5년 후 이 집값이 최소 1억 5000만 원 오를 거라고 생각되지 않으면 파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태그:#선대인, #주택담보대출, #부동산, #부동산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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