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센스 A-men 홍석천

▲ 넌센스 A-men 홍석천 ⓒ 박정환


아이돌은 이십 대만 있는 게 아니다. 아이돌 중에도 '중년 아이돌'이 있다. 오늘 소개하는 홍석천 씨다. 통통 튀는 센스와 순발력으로 프로그램의 재미를 배가할 줄 아는 그는 항상 웃는 표정이다. 웃는 얼굴 뒤에는 그가 남모르게 흘렸을 눈물과 아픔이 있었다. 하지만 홍석천은 조개가 상처를 진주로 승화시키는 것처럼 눈물을 눈물로 남기지 않고 예능인으로서의 소질과 끼로 승화시켰다. 눈물 뒤의 보상이랄까. 그는 다양한 예능에서 종횡무진 중년 아이돌로 활동하고 있었다. 다양한 예능 활동도 모자라 <넌센스 A-men>으로 관객을 만날 채비를 하는 홍석천을 11일 대학로에서 만났다.

- 한 해마다 뮤지컬 작품에 출연하다가 작년에는 무대에서 만나지 못했다.
"작년 방송 활동이 많았다. 제의가 들어왔지만 방송 활동으로 너무 바쁘다 보니 연습도 충실하지 못할 우려도 있고 해서 뮤지컬 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넌센스 A-men>을 하기 바로 직전에 다른 작품을 할 뻔도 했다."

- 맨 처음 뮤지컬 무대에 올랐을 때와 지금의 모습 가운데서 큰 차이점이 있다면.
"더 많이 긴장된다. 대학생 때 뮤지컬에 데뷔했다. 하희라 선배님, 정동환 선배님처럼 기라성 같은 분들과 공연할 때 막내였다. 가르쳐주는 대로 연기하고 따라 하기만 하면 되었다. 지금은 방송을 많이 하다 보니 보는 분들이 '홍석천이 뮤지컬을 하네?' 하는 반응이 많다. 관객의 기대치를 만족시켜 드려야 하니 처음 데뷔할 때보다 힘들다."

넌센스 A-men 의 홍석천-손진영

▲ 넌센스 A-men 의 홍석천-손진영 ⓒ 박정환


- <록키 호러 픽쳐 쇼>를 작업할 때 인상 깊었던 점을 들려 달라.
"한국 배우는 무대 위에서 관객의 반응을 보면서 연습하지 않은 애드리브를 할 때가 있다. 반면 외국 배우는 즉석에서 하는 애드리브가 전혀 없다. 당시 저 혼자만 한국 배우였다. 한국말로 하는 배우가 저 혼자다 보니 분위기를 살리려고 애드리브를 하는 때가 있었다.

그러면 연출가나 배우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습한 대로만 공연하는 게 외국 시스템이고, 우리나라 배우는 관객과 호흡하고 싶은 마음에 즉석에서 애드리브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 평소에는 웃는 얼굴이지만 가만히 있으면 근엄해 보이는 얼굴이다.
"두 가지 얼굴을 갖고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더 많이 웃는다. 가만히 있으면 '무슨 일 있니?' 혹은  '기분 안 좋니?' 하고 묻곤 한다. 기쁘고 즐거운 표정을 가져야 하는 점이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애로점일 수도 있다."

- 스타킹도 생소할 텐데 공연을 위해 수녀복도 입어야 한다.
"베일이 조여서 무대에 오를 때 머리가 아프다.(기자 주-인터뷰 당시 베일에 머리가 조여 그의 머리는 베일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누른다는 의미가 수녀복이 갖는 중압감일 수도 있다. 종교를 가진 관객이 제 정체성 때문에 '홍석천이 무슨 수녀복을 입어?'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이 염려되어서 작품을 하지 않을까도 생각했다."

넌센스 A-men 홍석천

▲ 넌센스 A-men 홍석천 ⓒ 박정환


- 남자들만 공연하는지라 연습실의 분위기가 삭막할 것 같은데.
"(웃음) 대단히 시커멓고 묘한 느낌이다. 배우들이 하나같이 짓궂다. 같이 공연하는 김남호 군이 저를 잘 따른다. 같이 공연하는 배우들이 '둘이 잘 어울린다'고 장난치면 여자친구가 있는 김남호 군에게 미안하다. 제 역할이 애교를 많이 떠는 역할이다 보니 연습실에서 저도 애교를 많이 떨어 연습실 분위기는 즐겁다."

- 연습실에서 대접받을 연배임에도 애교를 많이 떤다고 하니 의외다.
"그게 제 특징이자 장점이다. 제가 이 정도로 나이를 먹은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후배를 보면 제가 후배였을 때의 느낌을 아니까 어려워하지 않게 후배에게 먼저 다가서는 스타일이다. 개인적으로 무게 잡는 걸 싫어한다. 내년에 새롭게 작품을 한 편 준비 중이다. 연출도 하면서 대본을 직접 쓰니까, 그 때가 되면 작가이자 연출을 하야 하니 지금보다는 살짝 무게를 잡을 수도 있다."

- 극 중 메리가 감수성이 민감한 캐릭터라 홍석천 씨의 개인적인 성향과도 맞을 법하다.
"잘 맞는다. 신참 수녀 역할인데 춤을 추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저 역시 춤추는 걸 좋아한다. 춤추고 싶은 꿈을 이루지 못하고 수녀가 된 인물이다. 소녀원이라는 공간에서 춤추고 싶은 개인적인 욕구를 발산하고자 하는 캐릭터다. 제 안의 모습이 극 중 메리로 대리만족하는 것 같다.

넌센스 A-men 홍석천

▲ 넌센스 A-men 홍석천 ⓒ 박정환


제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게 무대의 재미다. 무대를 놓지 못하는 이유가 무대 출신이기도 하지만 관객과 호흡하는 걸 무대에서 직접 느낄 수 있어서다. 일 년에 한 편씩은 뮤지컬 무대에 오르고 싶어 하는 게 무대 위에서 희열을 느낄 수 있어서다. 무대 위 희열이라는 건 중독성이 있다. 이번 <넌센스 A-men>으로 관객을 만나는 게 행복하다."

- 정극이 잘 맞을까, 아니면 극적이거나 이번 작품처럼 희극이 잘 맞을까.
"제 이미지와 코믹한 작품이 잘 맞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제가 관심 많은 장르는 극단적인 작품이다. <쓰릴 미>처럼 극단적인 작품을 보면 '저 작품은 내가 해야 하는데' 하면서 대리만족을 하지만, 기회가 닿으면 극단적인 캐릭터도 연기하고픈 욕심이 있다."

- 그러면 연극에는 도전하지 않고 왜 뮤지컬만 작업하는가.
"대학생 때 연극을 많이 해보았다. 정극을 소화하려면 몰두해야 하는데 벌려놓은 일들이 많다 보니 에너지를 정극에 모두 쏟지 못한다. 뮤지컬은 연습하면서 즐거운 에너지를 받는다. 그 에너지를 일상 생활에도 갖고 갈 수 있지만 정극은 감정 컨트롤에 있어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 요즘 제 2의 전성기라 할 정도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
"5-6년 전에 아는 분이 저에게 43살부터 일이 잘 풀리기 시작해서 44살부터는 활짝 꽃을 피우고 오래갈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그런데 작년부터 일이 잘 풀리고 올해 1월 <라디오스타>에 나오면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기에 이른다. 올해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넌센스 A-men>을 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연예계를 떠나서 뮤지컬이나 연극과 같은 순수 예술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 많은 분들이 제가 무너지고 좌절하는 모습만 보았다면 이렇게까지 저를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 힘든 걸 겪고 이기는 모습을 보면서 제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힘든 일을 이기게 해준 건 어머니의 기도다. 저를 위해 매일 새벽 기도한다. SNS를 보면 저를 위해 기도를 한다는 분도 많다. 이런 분들의 응원이 제게는 큰 위로이자 힘이 된다. 가장 감사한 건 저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고 버틴 거다. '나 자신과 싸워 스스로를 이겨야지 대중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지 저를 스스로가 놓아버리면 누구에게 사랑 받겠니' 하는 자기최면이 많았다."

- 다양한 어려움을 극복했다. 요즘처럼 힘들어하는 세대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면.
"힘든 상황이 닥칠 때 잘 들여다보면 원인은 본인 내부에 있다. 얼굴 표정부터 어둡기 쉽다. 본인 내부에 있는 걸 스스로가 못 보는 거다. 내부에 있는 걸 조금씩 바꾸면 주변 상황도 바뀐다. 하지만 내가 바뀌지 않으면서 인생이 바뀔 것이라 생각하는 건 욕심이다.

넌센스 A-men 홍석천

▲ 넌센스 A-men 홍석천 ⓒ 박정환


얼굴 표정이 바뀌면 주변 사람들이 차 한 잔 하자고 바뀔 것이다. 자기 내면을 보면 괴롭고 아프니까 보기 싫어한다. 자신의 내면을 보려면 주위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힘들면 힘들다고 투정부려야 한다. 그래야 도와줄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생긴다. 방 안에 틀어박혀 컴퓨터만 하면 절대로 풀리지 않는다."

- 이 해답을 얻기 위해서 홍석천 씨 본인도 많은 세월이 걸렸을 것 같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혹은 저 사람들이 무얼 안다고? 내가 무슨 피해를 주었다고? 하는 식의 불만이 많았다. 어떤 일이 터질 때 '이래서 내가 공격 받았구나' 하는 이유를 찾으려고만 했다.

그런데 이유를 알아도 제가 납득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다른 삶을 산다는 걸 저들이 지금에야 알았는데 저들에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평생 고민한 문제를 저들은 지금에야 고민하기 시작하는 거다. 그게 5년이 되든 10년이 되든 시간이 필요할 거야. 그 시간 동안에 제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를 나이스하게 다가가는 여유를 갖자'라고 생각했다. 성공하려고 하는 사람이 급하게 성공하려고 하면 절대로 안 된다. 반드시 탈이 난다. 처음부터 천천히 준비하고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다."

홍석천 넌센스 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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