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그것은 목탁 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에 출연하는 배우 최종원.

연극 <그것은 목탁 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에 출연하는 배우 최종원. ⓒ 완자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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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종원(64)은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공연할 때마다 피칠갑을 한 채 물에 풍덩풍덩 뛰어든다. 예술인으로서의 열정이 남다른 사람임에 분명하다. 연극협회 이사장을 역임하며 만든 예산 109억 원이 지금은 8억 원대로 쪼그라든 현실을 개탄하며, 순수예술을 지향하는 예술인의 지원과 발전에 정부가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인터뷰 내내 흐르고 있었다.

나아가 그는 예술인이 마음껏 창작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예술인촌의 꿈이 단지 예술인의 꿈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통일의 초석을 위해 남북한 예술인이 교류할 수 있는 장으로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안목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이런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가. 연극 <그것은 목탁 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에 출연하는 최종원을 25일 대학로에서 만났다.

"코미디물 범람하는 대학로...연극계 경종 울리고 싶었다"

- 이만희 작가의 이번 작품은 어떻게 다가오는가?
"고통과 갈등 뒤에서 깨달음을 얻는다는 설정도 그렇고, 불교적인 전문 용어도 나오고, 작품이 흘러간 다음에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라 반대로 결과를 먼저 보여주고 과정을 풀어가는 이야기 구조를 담기에 관객의 입장에서는 쉽게 다가올 만한 작품이 아니다. 하루에도 대학로에는 수많은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관객을 끌어들이려는 상술일지는 모르지만 너무나도 많은 코미디물이 범람한다.

이 작품을 통해 연극적인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심정이 있다. 요즘 연극 홍보 포스터를 보면 50, 60대 배우는 고사하고 40대 이후 배우들의 얼굴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이번에 공연하는 연극은 오현경 선생님이 78살로 참여하는, 평균 연령이 60살인 공연이다. 관객에게 좋은 연극을 선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도법스님(박팔영 분)에게 깨우침을 주는 망령을 연기한다.
"도법의 부인이 동네 깡패에게 몹쓸 짓을 당한다.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도법은 산에 들어가 불가에 귀의하고 부인은 술집에 들어간다. 망령이 도법의 부인을 만나게 하면서 '부인의 아픔을 생각해보라. 하나를 전체로 보고 네가 잘못 판단하는 게 아니냐'라고 일체유심조로 도법을 설득하고 치유를 도와준다.

이에 도법은 부인에게 미안하고 자신의 생각이 잘못 되었음을 깨닫는다. 생각하는 모든 것이 목탁 속의 작은 어둠일 뿐이지 전체를 밝혀주는 기쁨과 환희를 외면하고 산 것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도법이 깨닫도록 만드는 역할을 극 가운데서 연기한다."

- 불교적인 색채가 강한 작품이다.
"저는 모든 종교를 섭렵했음에도 불교도는 아니다. 집안에 목사님이 네 분이나 계신다. 그렇지만 교회를 다니지는 않는다. 불교는 산 속에 있어야 하는 종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세속적인 종교도 아니다. 불교의 가르침으로 중생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이 연극이 갖는 가장 큰 요소다. '일체유심조'라고,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다. 나쁜 상황일지라도 인정하고 현실과 부딪혀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일체유심조가 (이 연극의) 가장 큰 맥락이다."

 <그것은 목탁 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에 함께 출연 중인 배우 오현경과 최종원.

<그것은 목탁 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에 함께 출연 중인 배우 오현경과 최종원. ⓒ 완자무늬


- 요즘 정극을 기피하고 말랑말랑한 공연을 선호하는 추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연극은 순수를 부르짖지만, 이를 벗어나면 상술이 판을 치고 있다. 20대부터 무대에 발을 담그고 4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무대에 서 왔다. 좋은 연극, 옳은 연극만을 추구하고 인생을 달려갈 수 있다면 관객은 연극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이 생각은 20대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국회에 있을 때에도 예술복지법을 통과시켰다. 공연예술은 순수예술로 인정이 되어서 국가 예산으로 보호해주고 활성화되어야 하는 게 선진국의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부분에 있어 문화예술적인 정책이 약하다.

연극인들도 깨우쳐야 할 필요는 있다. 언론에 비치는 연극인의 모습은 가난한 모습이 많다. 하지만 자기반성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는 선배 입장에서 말하는 게 아니라 동료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다. 과거에 저도 엄청난 고통 가운데서 살아왔다. TV에 못 나가는 연극인이 아니라 안 나가는 연극인이 되어야 한다. (TV로 나가기 전에 먼저) 무대에서 연기자로 실력을 갈고 닦은 가운데서 배우로 인정받고 스카웃되어야 한다."

- 20대 혹은 30대였을 1970~80년대의 연극 환경은 어땠나?
"선배들의 이삿짐을 많이 나른 경험이 있다. 저 역시 한 동네에서 14~15번을 이사한 적도 있다. 당시에는 일흔이 넘은 연극계 선배님들과 함께 공연하며 인간적인 정을 나눌 수 있는, 연극적인 동지애를 느낄 수 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요즘은 TV나 영화 촬영장에서 내가 나오는 장면만 찍으면 가도 된다.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적이면서 정서적인 여건이 조성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대 연극은 몇 달 동안 함께 연습하면서 선배들의 애환과 고통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가운데 마음으로 친해질 수 있는, 인간적인 정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였다."

* 인터뷰 2편("살인자 연기하더라도 당위성 전달해야 진짜 배우지")으로 이어집니다.

최종원 그것은 목탁 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오현경 연극 대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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