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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정태일 부부는 이번 여행에서 만삭인 설경씨가 사는 평양의 아파트를 찾아갔다.
 신은미·정태일 부부는 이번 여행에서 만삭인 설경씨가 사는 평양의 아파트를 찾아갔다.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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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 기사가 <오마이뉴스>에 게재되는 시점이면 신씨 부부는 다섯번째 북한 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에 중독된 것일까? 지난 2011년 10월 단순한 호기심으로 북한땅을 밟은 이래 2012년 5월까지 세 차례 북한 관광을 한 '재미동포 아줌마' 신은미·정태일씨 부부가 올해 또 두 차례나 북한을 찾았다.

<오마이뉴스>에 연재기사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마지막회] 북 안내원에게 '아오지' 보내달라고 했더니...)를 통해 북한 사회의 '사람 냄새'를 전하며 신선한 충격을 던졌던 신씨 부부는 지난달 17일부터 26일까지 4차 북한 여행을 다녀왔다. 이어 다시 9월 4일부터 13일까지 5차 북한여행을 떠난다. 떠나기 하루 전인 지난 3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이 부부를 만났다.

이들에게 북한 관광은 '가족을 만나고, 가족을 만드는 일'이다. 1~3차 여행에서 고려국제여행사 안내원 김설경씨는 수양딸, 또 다른 안내원 방현수씨는 조카가 됐다. 신씨 부부는 설경씨 부부가 사는 평양의 아파트를 방문했다. 북한 당국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평양의 일반 살림집을 방문하게 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방현수 조카는 건설현장에 '노력동원'(도시 근로자와 학생 등이 건설현장이나 농촌에서 일정 기간 노동 봉사하는 것)으로 나가 있어 만나지 못했다. 설경씨는 결혼을 하고 만삭의 몸이 돼 있었다.

3차 여행 뒤 1년 3개월여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4차 여행에서 본 북한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휴대폰 소지가 가능해졌고, 외국인 전용 유심칩을 사면 해외로 전화도 걸 수 있게 됐다. 북한에도 스마트폰이 출시돼 청년들의 선망의 대상이 됐다. 상점에는 '조선제' 물건이 다양해졌고 포장도 세련돼졌다.

이들 부부는 앞선 3차례의 북한 여행과 이번 4차 여행에서 북한이 관광 발전에 힘쓰고 있고, 그로 인한 여러 변화들을 목격했다. 여름 휴가철이긴 했지만, 주요 관광지의 호텔이 방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붐비는 건 북한여행 중 처음 겪는 일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늘었지만 북한 사람들의 국내관광도 많아졌다.

특히 이들 부부는 외국인용으로만 운항하던 북한 고려항공의 국내선 노선이 내국인을 위해서도 운항하는 걸 직접 보고 왔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고려항공은 민항기를 20여대 보유하고 있고 평양 중심으로 국내선을 운행하고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 운송과 공무적 성격의 운항을 제외하고 내국인을 대상으로는 국내선을 운항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신씨 부부에 따르면 북한도 이젠 내국인 대상 국내선 운항을 시작한 것. 이들이 본 평양 순안 - 삼지연 간 내국인용 국내선 항공기는 1960년에 첫 선을 보인 구소련제 안토노프 AN-24기로 최대 54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다. 비록 작은 규모의 국내선 노선이지만 북한 당국이 해외관광객 유치뿐 아니라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국내관광 진흥에도 적극적이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 부부는 4차 여행에서 평양 외에도 함경북도 청진, 함경남도 함흥시, 강원도 원산시, 황해남도 해주시 등을 다녀왔다. 해주에선 연평도를 바라보며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이 합의한 해주경제특구가 현실화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느꼈다.

"남과 북의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며 서로 유대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우리 재외동포의 몫"이라는 이들은 하루 뒤면 다시 북한 여행을 떠난다는 기대감에 젖어 있었다. 신씨는 5차 북한여행 뒤 <오마이뉴스>에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연재를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부부는 "이번 인터뷰는 '예고편'으로 봐 달라"며 다시 여행준비에 들어갔다.

다음은 신씨 부부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설경이는 만삭...'조선제가 좋지 중국제는 못 믿는다'"

신은미-정태일 부부가 지난달 14일부터 열흘간 방북했던 경험을 말하고 있다.
 신은미-정태일 부부가 지난달 14일부터 열흘간 방북했던 경험을 말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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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첫번째 북한 여행때 안내원이었던 수양딸 김설경씨를 이번에도 만났나. 세번째 여행에서 만난 방현수 조카도 만났나?
신은미 : "설경이는 결혼하고 아기를 가져 안내원 생활을 그만뒀고 이번엔 새 안내원이 왔다. 스물네살이고 얼마나 착하고 얌전하고 순박한지…. 이름이 이설향이다. 큰 딸은 설경이, 둘째딸은 설향이 성은 다르지만 설자 돌림이다.

방현수 조카는 세포등판에 가 있다. 세포등판이 뭐냐면 강원도 세포군을 중심으로 3개 군(평강군·이천군) 일대에 엄청나게 큰 축산농장을 개간하고 있는 사업이다. 거기서 낙농업을 해서 지금 전량 수입하는 치즈나 버터 같은 것도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들었다. 현수 조카가 거기 노력동원으로 갔고 벌써 한달째인데 거기는 워낙 시골이라 전화통화 같은 게 되지 않는다고 한다. 설향이에게도 물어봤더니 자기도 세포등판에 가서 보름 있다가 왔다고 한다. '거기서 너가 할 게 뭐가 있다고 갔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70인분의 밥을 담당했다더라. 

평양에 있는 설경이네 아파트를 갔는데 15~17평 정도 되는 방 두칸짜리였다. 30년 전에 지은 아파트라 겉모습은 낡았지만 아기자기하게 신혼냄새 폴폴 나게 예쁘게 해서 살고 있었다. 이번 달이 산달이다. 아기 가졌다는 얘기를 미국에서 들어서 신생아 용품을 많이 챙겨갔다. 그런데 설경이가 애 낳을 때는 내가 북에 없을 때라 미역국을 못 끓여주니 미역이랑 쇠고기를 사놓고 가려고 했다. 원래는 그래서 그럴싸한데 가서 사다주려다가 '우리 설경이가 가는 수퍼마켓에 가자' 해서 아파트 근처 평양주민들이 가는 수퍼에서 사다줬다.

고기도 사고 미역도 바나나도 사고, 보니까 없는 것 없이 다 있었다. 이전 방문 때 장마당이나 백화점을 가도 중국 상품이 많고 유럽 상품이 좀 있었는데 이번에 동네 수퍼에 가니 북한제 과자니 사탕이니 북한제 생활필수품이 많이 나와 있었다. 질이 좋아졌고 포장지 모양도 세련돼졌다. 안내원들이 하는 얘기가 '이젠 조선제가 좋기 때문에 이젠 다 조선제를 쓰려고 한다 중국제는 못 믿는다' 이러더라."

- 중국산보다 북한산 제품이 더 인기가 있다는 것인가?
정태일(남편) : "특히 먹는 것에 대해선 더 그렇다고 한다. 유원지 같은데 가서 설향이가 아이스케키 다섯 개를 사왔는데, 맛이 괜찮았다."

: "첫 여행에선 설경이가 북한에서 나온 떠먹는 아이스크림이라고, '에스키모'라고 하는 걸 가져와서 먹었는데, 이번에 갔을 땐 아이스크림 종류가 더 많아졌다. 막대 아이스크림, 과자 속에 들어있는 아이스크림 같이 모양도 다양하다. 아이들도 많이 사먹더라."

- 올해 초부터 북한이 경공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경공업에 박차를 가한다고 하더니 그런 식으로 나타나는 걸로 느껴진다."

: "비누, 세탁비누, 화장품 이런 걸 외국 걸 많이 썼는데 지금은 중국 것보다는 조선 것이 좋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 "지난 번 방문했을 때와 불과 2년 사이인데, 우리가 빵을 먹어봐도 '이 정도면 먹을만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화장품의 질도 좋아졌다."

"올해부터 외국인도 휴대폰 갖고 입국 가능... 휴대폰으로 노동신문 보더라"

- 외국인의 휴대폰 소지도 허용된다고 들었다.
: "그 전엔 공항에서 휴대폰을 맡기고 입국했는데, 올해 1월 1일부터 외국인도 휴대폰을 들고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외국인한테는 외국인용 유심카드가 있다. 가격이 100달러 정도이고 통화료가 비싸서 사진 않았는데, 외국인용은 남한을 제외한 외국에만 전화할 수 있다. 국내용 유심은 외국에는 전화가 안된다."

: "올해에 '아리랑'이라는 스마트폰도 나왔다고 한다. 설향이 얘기는 젊은이들이 상당히 갖고 싶어하는데, 이번엔 처음 나온 거라 비싸서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린다고 한다. 그런데 그냥 일반 휴대폰으로도 기능이 좋아서 할 건 다 하더라.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어서 우리한테 보여주고 노동신문도 보더라. 우리가 뉴스가 궁금할 때면 설향이가 휴대폰으로 <노동신문>을 보고 '선생님 사시는 캘리포니아에 산불이 났답니다'라고 알려주기도 했다. "

: "그 사이에 담배도 새 종류가 몇 개 나왔다. 포장이 세련돼졌을 뿐 아니라 맛도 훨씬 부드러워졌다."

: "금연지역이라고 표시해놓은 곳도 많이 늘어났다."

- 북한이 관광사업에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고 들었다.
: "해마다 특히 유럽쪽에서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번엔 특히 여름이어서 지난 여행들과는 달리 호텔마다 북적북적했다. 아무리 조선국제여행사라고 해도 방 잡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관광을 육성하기 위해 앞으로 호텔을 많이 지을 거라고 한다. 경관을 좋게 하기 위해 평양 시내에도, 함흥시내에도 여기저기 잔디를 많이 심었다.

특별했던 건, 북한 사람들에 대한 국내선 항공여행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백두산 관광을 위해 삼지연공항으로 가는데, 평양 순안공항에 가니 비행기가 3대 있었다. 2대는 외국인관광객용이고 1대가 국내 관광객용이었다. 안내원에 물어보니, 국내 관광객용 비행노선으로는 이 비행기가 '1호기'라는 설명을 들었다.  이번에는 1호기라 몇 기업소의 우수노동자들을 선발, 가족 단위로 태우고 간다고 했다. 다들 비행기를 처음 타는 거라 어른부터 아이까지 양복을 빼입고 왔다."

: "프로펠러 2개 달린 비행기에 'AN-24'라고 적혀 있었다."

: "이번여행에는 관광지에 북한 주민들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 마전해수욕장, 칠보해수욕장 같은 곳에는 가족단위로 휴가를 오거나 기업소끼리 나와서 체육대회도 하고 해수욕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 김정은 제1위원장은 마식령스키장 건설을 직접 독려하기도 했는데.
: "마식령스키장도 올겨울에 문을 연다는 게 북한 사람들 얘기다. 요즘은 북한 어딜 가도 '마식령 속도로 하자'는 구호가 붙어 있다. 이 사람들 얘기론 '올겨울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스키장을 여는 건 분명하다'는 것이다."

삼지연공항 여객기(AN-24) 앞에서 안내원인 이설향씨와 함께. 순안공항의 또 다른 AN-24기 1대는 북한 내국인의 국내선 관광용으로 준비돼 있었다.
 삼지연공항 여객기(AN-24) 앞에서 안내원인 이설향씨와 함께. 순안공항의 또 다른 AN-24기 1대는 북한 내국인의 국내선 관광용으로 준비돼 있었다.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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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핵무장했으니 경제에 총력 다한다"

- 지난 번 여행과 이번 여행 사이 북한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느껴지는가.
: "주민들도 '이젠 달라질겁니다'라면서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시골은 여전히 열악하지만 거기서 만난 사람들도 뭔가 희망을 갖고 있달까. 주민들 얘기가 '그동안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배고파도 굶어가면서 총탄을 만들었는데, 이제는 나라를 지킬 수 있는 상황이 됐으니 인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 사활을 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온 인민이 똘똘 뭉쳤다'고 하더라."

- '나라를 지킬 수 있게 됐다'는 건 핵무장을 말하는 듯.
정 : "그렇다. 북한 주민들 얘기가 '우리는 핵무장을 했기 때문에 이제는 모든 노력을 경제로 돌릴 수 있다'고 하더라."

- 북한 관광을 벌써 네번이나 다녀왔는데, 북한이 추진하는 관광사업 진흥이 잘 될거라고 보는가.
: "우리는 같은 동포니까 뭐라고 평가하긴 힘들다."

: "지난 번에 비해 유럽 관광객이 많이 늘었는데, 두 세 번째 북한을 온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왜 자꾸 오게 되느냐' 물었더니 '북한은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 좋아서 봄에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와 본다'고 하더라. 외국 사람들은 북한은 사람들이 순박한 게 좋고, 이젠 지구상에 몇 군데 없는 공산주의 사회를 들여다본다는 호기심 때문에 온다고 하는 이도 있었다. 내 생각으로 북한은 엄청난 관광상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 "이미 북한의 여행사에서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북한의 건축물만 돌아다니는 여행상품이 있다. 사회주의의 독특한 건축양식을 보러오는 것이다."

: "북한의 유명한 산들을 다니는 것, 하이킹을 다니는 것, 사이클을 타고 다니는 패키지도 있다. 저번 여행에선 이제 몇 대 남지 않은 구소련제 비행기를 타보려고 온 항공애호가들도 있었다. 평양에 새로 연 민속박물관은 북한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백두산 금강산 칠보산 모형도 있고,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를 다 보여준다. 황룡사 9층 목탑의 2분의 1 축소 모형도 만들어놨더라. 규모가 대단하다. 평양에 가게 되면 꼭 한번 가볼만한 곳이다."

- 저는 북한문제, 남북관계를 취재하는 기자지만 가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북한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두 분이 참 부럽다.
: "북한을 드나들 수 있는 건 재외동포의 특권이긴 특권인데 '서글픈 특권'이랄까. 우리는 해외에 살면서 한반도를 바라보면, 남과 북이 다 우리의 조국이다. 통일은 남북이 왔다 갔다 하면서 서로 한민족임을 확인하는게 필요한데 그게 안 되고 있다. 북에 가서도 남쪽 소식을 전하면 참 반가워들 한다. 남한에서 또 북한의 사는 모습을 전하면 또 그렇게 반가워할 수가 없다. 어디든 밝은 모습도 있고 어두운 모습도 있는데,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면서 서로 유대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 "남북관계가 이렇게 꽉 막혀 있을 때에는 이게 해외동포의 몫이다. 북에 가선 남의 소식을 알려주고, 남에 가선 북의 소식을 알려주고 이 꽉 막힌 걸 뚫는 것, 이게 우리의 몫이다."

: "땅에는 군사분계선이 남북을 가르고 있지만 마음에 쳐진 38선을 허무는 게 통일로 가는 첫번째 단계라고 생각한다. 남북이 한 공동체로 살아가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 "우리가 보기엔 남한 사람이나 북한 사람이나 똑같다. 한 공동체로 살아나가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언어가 서로 달라졌다고 하지만 내가 북한에 가서 의사소통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문화적 동질성을 그대로 갖고 있다."

"다인종 미국사회에도 잘 적응하면서 같은 민족 남과 북이 왜 같이 못 살겠나?"

신은미씨가 자신의 책 <재미동포아줌마 북한에 가다>를 들고 있다.
 신은미씨가 자신의 책 <재미동포아줌마 북한에 가다>를 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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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전쟁 휴전이 60년이 넘어 문화적으로도 너무 달라졌다는 지적이 많다.
: "미국에 있으면 재미동포들도 '이제 남북이 이질감이 커서 함께 살 수 있겠느냐'는 얘길 한다. 하루는 한 어르신이 그런 얘길 하시길래 내가 말했다. '선생님 지금 미국에서 영어 잘 하십니까? 미국 TV뉴스나 드라마 보십니까?' 했더니 안 본다고 했다. 내가 '그런데도 미국에서 잘 살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런 낯선 문화와 많은 인종이 섞여 사는 미국에서도 잘 살고 계시면서 민족 정서를 공유하는 남과 북이 왜 같이 못살겠느냐'고 했다."

- 지난 3차 여행 전 한 할아버님이 '사리원 사진을 찍어와 달라'는 부탁을 했고 이 부탁 때문에 사리원 방문도 했는데 사진은 보여드렸는지.
: "물론 사리원 사진을 보여드렸다. 몇 백년된 고목나무를 보고 '그 분이 사리원에 사실 때에도 이 나무가 있었을 거다'라고 생각하고 이 나무 사진을 찍어 갔는데, 이 분이 이 나무를 보시더니 예전에 살던 데가 바로 그 옆이라고 하셨다. 사진을 보고 많이 우셨고, 사진을 통해서라도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너무 고맙다고 하셨다. 그런데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너무 죄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들은 북한을 자유롭게 왔다갔다 하면서 수양딸을 보러가는 마음이 절절한데, 이산가족분들이 가족을 만나고 싶은 마음, 고향에 가보고 싶은 마음은 어떨까 싶다.

: "이산가족 상봉도 한 번에 100명씩 만나는 것 갖곤 안 된다. 이렇게 생사확인도 못하고 있는 건 안 된다. 이런 생각도 한다. 우리 정부가 그냥 일방적으로 '이산가족의 방북을 승인한다' 이렇게 선언해 버리면 어떨까 한다. 그러면 북한도 그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

- 북한 갔다올 때마다 식구가 느는 것 같다.
: "맞다. 처음에 갔을 땐 수양딸 설경이, 그 다음엔 방현수 조카, 이번엔 설향이가 수양딸이 됐고 칠보산에선 조카를 발견했다. 남편은 동생이 생겼다. 칠보산에서 주민을 만났는데 나랑 같은 신씨에 본도 같아 항렬을 따져보니 내 조카뻘이었다. 이 조카가 '아주머니를 만나게 됐다'고 하면서 또 조카관계가 됐다. 이 조카가 '칠보산에서 제일 귀중한 거다', '피곤할 때 마시면 최고'라면서 꿀을 병에 담아줬다. 따뜻한 정을 느끼면서 이렇게 씨족으로도 남과 북은 연결돼 있다는 걸 느꼈다."

- 군사지역인 해주 관광은 흔치 않은 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가게 됐나
: "내가 해주 정씨다. 본이 거기니까 한번 가보자고 했는데, 여기를 가보니 다른 곳에 비해 검문검색이 심하다. 다른 지역에선 안 하는 서류검사도 한참을 하더라. 검문소에서부터 군사지역이라는 긴장감이 들었다. 바다에 도착하니 '저 섬이 연평도다'라는 것이다. 얼마 전 떠들썩했던, 'NLL포기 논란'이 생각났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해주에 경제특구를 건설한다는 합의를 했는데 '북한이 이런 군사지역을 경제특구로 바꾸려고 했던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곳에 공업단지를 만들었다면 그곳의 군사기지도 이동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한다."

- 북한의 인권침해 문제가 점점 더 중요한 이슈가 돼 가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밝은 면만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을 것 같다.
: "탈북자들이 그런 내용으로 메일을 보낸다. '종북 좌빨' 소리도 들었고. 기사와 책을 읽은 탈북자들이 '북한이 보여주는 잘 사는 모습만 보고 와서 그 따위로 책을 쓰면 어떡하느냐'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관광객과는 달리 구석구석 보고 왔다. 평양만 아니라 시골도 많이 갔다. 내가 한 탈북자에게 답장을 보냈다. '북한이 못 사는 걸 조롱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빨리 통일을 할 건지에 대해서 얘기해야 하지 않겠느냐, 북한이 못 사는 모습은 남의 모습이 아니라 한민족 전체의 모습이다. 그걸 보고 깔깔대고 TV 같은데서 흉이나 보고 그럴 일이 아니다. 북한이 못 사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느냐. 이럴수록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더니 이 분이 다시 답장을 보냈다. '크게 보니 북한의 모습은 우리 민족 전체의 모습이 맞다'며 인정을 하더라."

- 나진·선봉경제특구에는 사촌동생 부부도 있고, 이전 여행에선 짧게나마 영어수업도 했는데. 북한과 관련해서 뭔가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은 없는지.
: "나진선봉에 청소년회관 같은 걸 열어서 외국어도 가르치고 운동시설도 만들고 그랬으면 하는 생각은 있다. 그런데 남북관계가 잘되면 굳이 우리가 할 필요는 없겠지. 내일 다시 북한으로 들어가 9박 10일을 여행할 거다. 이번엔 평양에서 신의주로 가는 기차를 타려고 한다. 잘 갔다와서 <오마이뉴스>에 여행기를 연재하겠다. 이번 인터뷰는 예고편으로 봐 달라."


태그:#북한관광,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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