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코리아> 윤제문 시즌 3 들어 <SNL 코리아>는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장기인 19금 컨셉에만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패러디와 동성애적 코드, 반복과 레토릭 등 다양한 방식의 연출을 초대된 게스트 안에 녹이고 있다.

윤제문 시즌 3 들어 는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장기인 19금 컨셉에만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패러디와 동성애적 코드, 반복과 레토릭 등 다양한 방식의 연출을 초대된 게스트 안에 녹이고 있다. ⓒ CJ E&M


최근 신작 영화 <고령화가족>에 출연한 윤제문이 <SNL 코리아>에 출연할 때 처음으로 한 말은 영화 홍보를 위해 출연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윤제문이 <고령화가족>을 탈색하면서까지 <SNL 코리아>에서 찾고 싶었던 윤제문만의 색깔은 무엇이었을까.

첫 번째는 윤제문의 컬러를 '어버이날'이라는 시기와 맞물린다는 특징이다. 콩트 '자칼'에서 윤제문의 어머니로 분한 크루 신동엽이 고춧가루를 입으로 빨아준 김치를 받아먹는 설정은 중반부까지 마마보이 콘셉트로 밀어붙이는가 싶었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행여 다 큰 아들이 추울새라 옷을 챙겨주고 용돈을 쥐어주는 신동엽의 콘셉트는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자식을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기 위한 마마보이 콘셉트라는 걸 알 수 있는 콩트였다.

어버이날이라는 시의성과 맞물리는 콩트는 '자칼'이 다가 아니었다. 콩트 "아빠 안잔다'는 아들인 박재범과 딸 김슬기의 행동 하나 하나를 감시하는 아버지 윤제문을 코믹하게 담는다. 아들 박재범이 아버지의 서랍에서 돈을 몰래 빼갈 때, 딸 김슬기가 남자친구와 아파트 앞에서 뽀뽀를 하기 직전에 아버지 윤제문은 아들 딸의 일탈을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자는 것 같아도, 안 보는 것 같아도 '아빠는 항상 깨어있다'는 콘셉트를 부각하기 위해 자녀를 스토커처럼 쫓아다니거나 감시하는 스토커형 아버지로 연출한다. 하지만 스토커식 연출이 다가 아니다. 아버지가 아들과 딸을 염려하는 마음이 아버지 안에 있음을 스토커식 연출 안에 숨겨놓고 있었다. 어버이날이라는 콘셉트와 어우러진다.

그런데 이 콩트에서 주목할 점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박재범을 '19금의 아이콘'으로 극대화한다는 점이다. 몽정으로 속옷을 버린 박재범이 속옷을 빠는 설정은 분명 박재범을 19금의 아이콘으로 극대화한 설정임에 분명하다.

박재범의 또 다른 활용법은 '반복'이다. 수퍼히어로 영화를 볼 때 전작을 알지 못하면 영화의 온전한 재미를 충분히 느끼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박재범을 19금 아이콘으로 활용함에 있어 전작을 상기하게 만드는 연출법을 구가한다. 박재범이 아빠 몰래 노트북을 통해 야동을 본다는 건 이전에 김슬기와 출연한 뮤직비디오 '남자기 때문에'를 연상하게 만든다.

반복이라는 연출법은 박재범 단독으로만 활용하지 않고 있다. 이날의 호스트 윤제문과 유세윤에게도 똑같이 적용한다. 유세윤이 콩트 '건전한 형제'에서 혀를 날름거리는 건 유세윤이 예전 콘트에서 김슬기의 소꿉친구로 분해 맥주잔 앞에서 혀를 날름거리던 콩트의 동어반복이다.

윤제문이 '아빠 안잔다'에서 아들과 딸에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쑥불쑥 나타나는 설정은 금이빨의 최민수가 박재범을 쫓아다니던 <홀리데이>의 패러디를 반복하고 있었다. 새로운 시청자라면 모를 법한 기존 <SNL 코리아>를 꾸준히 관람한 시청자만 찾을 수 있는 이전의 설정을 게스트와 크루 안에 꽁꽁 숨겨놓고는, 콩트를 관람하는 시청자에게 예전의 어느 장면을 콩트가 반복하고 있는가를 시청자에게 찾아보라고 요청하고 있었다.

윤제문 활용법의 두 번째는 '패러디'다. 콩트 '테드 강의'는 영화 <19곰 테드>를 패러디한다. 영화 속 곰인형의 19금 토크는 윤제문을 하상국이라는 시인으로 변용하면서 패러디하고 있었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푸는 문제"의 답은 "브래지어"를, "언제 어디서 누굴 만나든 너만 있으면 두렵지 않아"의 답은 "비아구라"라는 야한 시구와 그의 답은 <SNL 코리아>의 19금 개그가 영화를 패러디한 결과로 승화한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패러디 활용법에 있어 19금 활용법에만 그치지는 않았다. "날 떠난 김양, 이양도 너처럼 속상하게 하지는 않았어"의 대답이 "남양에게"라는 건, 요즘 모 유업이 해당 팀장의 막말로 말미암아 파동을 겪는 요즘의 시사와 밀접하게 관련하고 있었다. 패러디가 19금뿐만 아니라 시사 토크로도 영역을 넓히는 순간이었다.

패러디 활용법은 '테드 강의'에만 있지 않았다. '미용실 아가씨를 사랑한 액션 배우'는 두 영화를 복합적으로 패러디하고 있었다. 하나는 뮤직비디오의 내용에서 찾을 수 있는 패러디다. 윤제문이 이소룡의 노란 트레이닝 복 차림으로 노란 가발을 뒤집어쓰는 것과, 악당으로 분한 크루 이상훈이 기모노를 입는 건 영락없이 우마 서먼의 <킬 빌>을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한 결과였다.

패러디는 하나 더 있었다. 제목을 통해서다. '미용실 아가씨를 사랑한 액션 배우'라는 제목에서 미용실 아가씨 시유리를 사랑한다는 설정은 은유적인 레토릭이다. <고령화가족>에서 윤제문은 미용실 아가씨 예지원을 짝사랑한다. <고령화가족>의 영화 속 설정을 제목에서 레토릭으로 영민하게 치환한 결과가 뮤직비디오의 제목으로 반영된다. 뮤직비디오 제목이 PPL로 변용한 사례라 분석할 수 있다.

시즌 3 들어 <SNL 코리아>는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장기인 19금 콘셉트에만 안주하지 않았다. 패러디와 동성애적 코드, 반복과 레토릭 등 다양한 방식의 연출을 초대된 게스트 안에 녹이고 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고 웃음에만 천착하여 관람하다가는 콩트 안에 숨겨진 연출 기법이 무엇인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연출 방식은 날로 정교화하고 있다.

SNL 코리아 윤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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