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니머스'라는 국제 해킹그룹에서 '우리민족끼리'라는 누리집을 해킹하고, 회원 정보 9000여 건을 공개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생각했습니다. 집에 가면 기사 내용이나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집에 들어가기 전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일베에 네 이름도 떴다."평소 이름만 들었지 들어가 본 적이 없었던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를 그제서야 들어가 보게 됐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황당한 글이 올라와 있더군요. '익명_518**'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이 '[죄수번호1067] 진성좌빨 황순규 보냈다'라는 글을 올려놨습니다.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 리트윗에 대해서 견해를 적어둔 것 외에 내용은 별 내용이 없었습니다. 그저 트위터 화면 캡처가 대부분이더군요. 황당한 내용은 제일 마지막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소위 '명단 인증'이랍시고 '이순규'라는 이름의 '여성'으로 가입된 회원의 아이디(@tnsrb**)에 밑줄을 쳐뒀더군요. "시뻘건 새끼라 시뻘겋게 줄 쳐줬다"라는 설명과 함께 말입니다.
제가 쓰는 트위터 아이디는 @tnsrb입니다. 이건 '순규'라는 이름을 영문 자판 상태로 누르면 나오는 것이지요. 게다가 '여성'에 '이순규'라니... 얼핏 떠올려봐도 소녀시대 써니의 본명이죠(한때 외모와는 상관없이, 이름 때문에 지인들에게 '써니~'라는 별명을 들어보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건은 허위사실에 명예훼손에 이르기까지 명백한 범죄입니다.
'종북' 단어 하나면 이성이 사라지는 시대언제부터인가 '종북'이라는 말 한마디면 모든 이성적 대화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팽배해졌습니다. 그저 웃어 넘겨버릴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저는 지난 5일 오후 대구 동구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왔습니다.
업무 처리 차 의회에 들렀다 보게 된 <조선일보> 1면에는 '통진당 전교조 등 상당수 회원 확인'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려 있었습니다. 사실 이 신문 기사를 보게 된 것도 고소장을 접수하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마치 범죄자인 양 죄수번호까지 매겨가며 낙인을 찍는 마녀사냥식 신상털기를 부추기기 때문입니다.
과연 수사 당국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요. 황당하기 그지없는 명예훼손 등에 대한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느냐, 국가보안법에 근거한 수사에 집중하느냐가 바로 공안 정국의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나는 아무 상관 없다"고 비켜서 있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황순규님은 대구시 동구의원·통합진보당 대구시당 위원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