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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14일 <오마이뉴스>와의 긴급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이 북한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데 대해 "수사학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큰 변수는 미-중 관계"라며 "달라진 건 없다"고 진단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14일 <오마이뉴스>와의 긴급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이 북한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데 대해 "수사학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큰 변수는 미-중 관계"라며 "달라진 건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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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엔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제재를 가했나"면서 "추가적 제재 조치를 취하기에는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사실 가장 큰 변수는 미-중 관계"라며 "미 국무부에서는 '북한 문제에 대해 중국과 완전한 합의를 이뤘다'고 하는데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한반도 안정을 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당사국 모두가 냉정하게 행동을 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전략을 취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면서 "이런 가운데 중국이 미국 말을 들으며 북한을 제재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북한을 하나의 전략적 파트너로 삼고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문 교수와의 일문일답.

"미국은 몸통(핵 보유)에도 관심 있고, 깃털(핵 확산)에도 관심 크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 직후 "심각한 도발행위(highly provocative act)"라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긴급성명을 냈다. 또 그는 13일 오전 11시(한국시각) 2기 임기 첫 국정연설에서 "핵실험 도발은 북한 더욱 고립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이번 상황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나.
"오바마 대통령의 반응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래도 지켜봐야한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는 상원 군사위 인준청문회에서 이란은 169회, 북한은 11번 정도 거론했다. 미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인식은 최악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걸 북한이 하나도 안 들어줬으니 좋아할 수가 없다. 2009년 4월 5일 오바마 대통령이 체코 프라하에서 '핵 없는 세상'을 주제로 연설을 하려던 날 새벽에 북한이 로켓 실험 발사를 했다. 그러자 오바마는 연설문에 북한을 규탄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번에도 임기 첫 국정연설 하루 전날에 핵실험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우호적 감정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

- 북한의 의도 아닌가.
"의도는 아니라고 본다. 북한의 정보력이 연설 내용까지 파악해 의도적으로 작전을 짤 만큼 좋을까. 북한은 일이 안 풀리게끔 상황을 만드는데 천재적 재능을 보이는 나라다(웃음)."

- 오바마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북한 핵실험과 관련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들의 확산을 막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존 케리 장관도 13일 "이것(3차 핵실험)은 핵확산과 관련된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이 비핵화가 아니라 비확산-핵군축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 아닌가.
"미국 워싱턴 정치인들은 북한 핵무기 보유보다 핵확산에 방점을 두어왔다. 소형화가 비교적 용이한 우라늄탄이 이란·시리아·헤즈볼라·하마스 등 반이스라엘·국제 테러리스트 세력에 넘어가 미국의 우방 국가들이 공격당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북한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는 건 아니다. 북한이 핵물질과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아야 확산이 안된다. 소위 '몸통'은 그대로 놔두고 '깃털'에만 관심 가지는 건 미국 외교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다. 미국은 핵무기 보유라는 몸통에도 관심이 있고 핵확산이라는 깃털에도 관심이 크다."

- 유엔은 지난해 12월 북한의 광명성 3호 2호기에 대해 처음으로 'Catch All(전면적 감시) 제재'를 도입했다. 이번 핵실험에 대해 또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군사적 조치 외에 실질적으로 '더 북한을 아프게 할' 조치를 취할 수 있나.
"현재 유엔에서 추가적 제재 조치를 취하기에는 제약이 있다. 유엔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제재를 가했나. 안보리에서 1718·1874·2087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에 기초해서 한-미-일 3국은 독자적 제재에 들어가 있다. 여기에 얼마나 추가적으로 할 수 있겠는가."

"가장 큰 변수는 미-중 관계... 중국의 대북 시각 변화는 수사학적 수준"

문정인 "지금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전략을 취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중관계가 안 좋아졌을 경우, 중국이 미국 말을 들으며 북한을 제재할 이유는 없다."
 문정인 "지금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전략을 취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중관계가 안 좋아졌을 경우, 중국이 미국 말을 들으며 북한을 제재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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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1·2차 핵실험 때와는 달리 이번 핵실험은 적극 만류했다고 알려졌다. 중국도 북한을 보는 시각이 변화한 것인가.

"수사학적로는 그렇다. 그러나 김경일 북경대 교수에 따르면, 2차에 비해서 3차 핵실험 때는 네티즌 댓글이 과격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중국이 북한을 응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은 평화 5원칙을 준수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내정불간섭 원칙이다. 중국은 이 원칙을 지금까지 유지해왔다. 따라서 북한에 '콩 내놔라 팥 내놔라' 하기 어렵다. 중국이 북한에 석유 공급 중단 등의 제재를 가하게 되면, 북한 체제가 망해버릴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대규모 난민 발생 등 중국 정부에 부담이 되는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안정과 북한체제 유지를 강조할 수밖에 없다.

사실 가장 큰 변수는 미-중관계다. 지금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전략을 취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중관계가 안 좋아졌을 경우, 중국이 미국 말을 들으며 북한을 제재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북한을 하나의 전략적 파트너로 삼고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미 국무부에서는 '북한 문제에 대해 중국과 완전한 합의를 이뤘다'고 하는데,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한반도 안정을 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당사국 모두가 냉정하게 행동을 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 북한은 핵실험 전날인 11일 미국과 중국에 핵실험을 사전 통보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떳떳하게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정확히 천명한 것이다. '우리는 9번째 핵무기 보유 국가다, 북한이 자위권 차원에서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뜻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새 리더십과도 관련이 있다."

- 북한은 이후 어떻게 나올까.
"국제사회에서는 금융제재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럴 경우 북한에서는 결국 4·5차 핵실험을 진행하면서 완전 우라늄 핵탄두 보유를 증명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줄 것이다. 미사일 실험을 더할 수도 있다. 만약 유엔 안보리가 합의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을 검색하거나 통행을 제재할 경우, 북이 보복성 도발 공격을 할 수도 있다. 한반도에서 북한 도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면 북방 해상한계선(NLL) 주변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연평도 포격과 유사한 사건도 재발할 수 있다. 휴전선 상에서 국지분쟁도 우려된다. 북한이 13일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을 통해 이야기한 것이 '도발적 상황이 국지전·전면전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대북 제재조치로 남북간 국지적인 갈등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북한 입장에서는 주변 국가들이 자신들의 목을 조른다고 생각하니,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그게 정의라고 주장할 것이다."


태그:#북한 핵실험, #문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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