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 "우리 팀에서는 나이로 제가 딱 중간이다. 군대로 치면 상병 정도 된다. 그러다보니 연습 시간 짜는 것과 ‘연습할 때 이렇게 하자’ 하는 역할들은 제 몫이 된다. 이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연출자 같이 되어버려서 툭하면 저를 연출자 대신 ‘이 연출’ 하며 찾더라."

▲ 이철민 "우리 팀에서는 나이로 제가 딱 중간이다. 군대로 치면 상병 정도 된다. 그러다보니 연습 시간 짜는 것과 ‘연습할 때 이렇게 하자’ 하는 역할들은 제 몫이 된다. 이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연출자 같이 되어버려서 툭하면 저를 연출자 대신 ‘이 연출’ 하며 찾더라." ⓒ CJ E&M


영화 <황해>에선 살인청부업자 면가의 뒤를 이은 조직의 2인자, <이끼>에선 종교를 구실 삼아 종교인을 갈취하는 기도원장,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에서는 다혈질이지만 미키짱을 향한 순정만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키무라 타쿠야를 연기하는 이철민 배우를 만나보았다.

그런데 이철민 배우는 연기 외에도 남다른 재주가 있었다. 인터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소탈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내면의 이야기가 저절로 풍기는 게 아니겠는가. 사실 내면의 이야기를 인터뷰 하고자 하면 어느 정도 배우와 친해진 다음에야 배우가 속내를 털어놓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이철민 배우는 초면인 필자에게도 편안하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상대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배려가 느껴지는 배우였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애초에 준비한 인터뷰 질문은 온데간데없고 인터뷰 답변과 관련된 질문이 자연스레 나오게 되었다.

그에게는 작년 시월에 둘째가 태어났다. 첫째와 둘째의 나이 차가 띠 동갑, 12살 차이가 나는 두 아들과 딸의 아버지, 이철민 배우의 속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가.    

"강한 이미지? 억울하지 않다"

- 지금 맡고 있는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의 매력은?
"흔히 이 연극을 코미디로 보기 쉽다. 하지만 코미디로 보지 않고 접근했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면서도 키무라 타쿠야의 입장에서는 복수에 관한 이야기라 무겁고 진지하게 다가서야 하는 작품으로 바라보았다. 연극이 가지고 있는 상황의 반전이라든가 혹은 의외성 때문에 웃음이 나오는 것이지 만일 연기하는 배우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는 등의 코미디로 포장을 했다면 흔히 볼 수 있는 고만고만한 작품 밖에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 <키사라기 미키짱>은 원 캐스팅이 아닌 세 팀이 공연하는 연극이다. 한 명만 잘 해서는 되는 연극도 아니다. 다섯 명 모두의 '합'이 잘 맞아들어야만 관객에게 어필하는 연극이다. 연습하면서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원래 저희 팀 말고도 다른 두 팀이랑 동시에 연습을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세 팀이 동시에 연습에 들어가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초연하는 다른 두 팀이 먼저 연습하고 우리 팀은 따로 연습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연출이 초연 팀은 연출 지도를 꼼꼼하게 하는 반면, 우리 팀은 거의 '방치'가 되다시피 했다. '우리도 좀 봐 주세요' 요청하면 연출은 '잘 하시잖아요'하고 진짜로 돌봐주지 않다시피 했다. 공연 며칠 전 최종점검 때 보고는 '잘 하시네요' 하더라(웃음).

우리 팀에서는 나이로 제가 딱 중간이다. 군대로 치면 상병 정도 된다. 그러다보니 연습 시간 짜는 것과 '연습할 때 이렇게 하자' 하는 역할들은 제 몫이 된다. 이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연출자 같이 되어버려서 툭하면 저를 연출자 대신 '이 연출' 하며 찾더라."

이철민 "다혈질처럼 보이지만 실제 성격은 내성적인 부분이 있다. 화를 잘 내지 않고, 집에서 영화 보다가 혼자 눈물 흘릴 때도 많다. 어렸을 땐 싸워서 내가 이겼는데도 울 정도였다."

▲ 이철민 "다혈질처럼 보이지만 실제 성격은 내성적인 부분이 있다. 화를 잘 내지 않고, 집에서 영화 보다가 혼자 눈물 흘릴 때도 많다. 어렸을 땐 싸워서 내가 이겼는데도 울 정도였다." ⓒ CJ E&M


- 센 역할만 자주 맡아 억울하지는 않는가?
"그런 건 없다. <이끼>나 <황해>, <키사라기 미키짱>에서 맡은 배역은 모두 다르다. 다혈질처럼 보이지만 실제 성격은 내성적인 부분이 있다. 화를 잘 내지 않고, 집에서 영화 보다가 혼자 눈물 흘릴 때도 많다. 어렸을 땐 싸워서 내가 이겼는데도 울 정도였다. 실제 성격이 그러다보니 악당 역할보다는 순하고 착한 역할을 맡았을 때가 연기가 더 잘 된다."

-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로 데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데뷔했는가?
"맨 처음에 제의받은 게 양춘식이란 건달 역할이다. 당시 드라마 속 다른 역은 모두 캐스팅이 되었는데 양춘식 역을 맡을 배우만 섭외가 안 되던 때였다. 왜냐하면 양춘식 역이 계속 드라마에서 나올지 안 나올지 결정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2분만 나오는 단역인지, 아니면 계속 나올 역인지 결정이 되지 않던 때였다. 이 부분에 대해 당시 작가는 입장을 밝히지 않던 때였다.

그 와중에 <장군의 아들>의 주인공 박상민 선배가 감독님을 만나보자는 제의를 내게 해왔다. 당시 감독이 저를 보고 대번에 하는 말이 '눈이 좋네요'라고 하더라. 이 말은 내 눈매가 건달 배역에 어울린다는 말이다. 그리고는 '이 배역이 3회 쯤 나올지, 4회 쯤 나올지 모르겠다 그래도 하겠느냐'고 묻기에 승낙해서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지금은 타계한 조소희 작가가 방송을 본 후 저를 고정으로 넣게 된다. 원래는 출연 분량이 길지 않았다고 한다. 박상민이 강원도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 제 배역인 양춘식 역은 원래 강원도에만 있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양춘식이 박상민을 따라 서울까지 와서 건달 노릇을 계속 하는 것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 연기를 잘 해서 초짜배기 신인임에도 믿고 기용한 게 아니겠는가?
"아니다. 제가 사실은 연기를 못 하는 배우였다. 학교 다닐 땐 담당 교수가 '철민아, 너는 연기하지 마라'라고 말할 정도였다. 대학 다닐 때 아르바이트 삼아 영화를 찍었다. 당시 제작실장이 진지하게 묻더라. '야, 철민아' '네' '너 제작부 해 볼 생각 없니?'

내 딴에는 진지하게 연기하는데 연기가 안 되어 보이는지 제작부로 오라는 섭외까지 받을 정도로 연기가 안 되었다. 당시에는 덩치도 어느 정도 있었다. 제작실장이 보기에는 일 잘 하게 생겼나보다."

* 인터뷰 ②로 이어집니다.

이철민 키사라기 미키짱 황해 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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