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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선거의 계절이다. 선거에서 선택의 기준은 '다름'이다. 그런데 같다. 모두 한다고 나섰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이야기다. 유행에는 원조가 있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붙잡고 오랜 세월 씨름한 사람이 있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 지난 16일 '내가 꿈꾸는 나라' 사무실 '내꿈'에서 열린 <시민정치아카데미 : 경제민주화교실> 첫 강의에서 유종일 교수는 역사와 감사로 말문을 열었다.

박근혜 후보, 고맙다

지난 8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특위원장을 지낸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가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 8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특위원장을 지낸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가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를 지켜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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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에게 고맙다. 경제민주화는 이제 정파적 과제가 아니라 역사적 과제가 됐다. 부자·기업·보수를 대변하는 박근혜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오면서 한국에서도 (경제민주화가) 특정 민주·진보 정당의 정파적 과제가 아니라 모두가 동의하는 역사적 과제가 된 것이다."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경과는 어떤 것일까. 유종일 교수는 역사를 곁들이며 한국 사회 변화의 전개 과정에 주목했다. 4·19 이후 관치경제에서 시장경제로, 1987년 이후 군사독재에서 정치적 민주화로 이어진 흐름을 언급했다. 이 도도한 흐름을 두고 유 교수는 "세 번째 4반세기의 변화인 경제민주화가 등장했다"고 언급했다.

유 교수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이 시장경제의 질서를 파괴하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저하시킨다는 반론을 반박했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사적인 경제 권력의 기회 독점과 특권 행사에 반대한다"는 설명과 함께 말이다. 또 "경제민주화는 자유와 평등을 경제영역에서 실현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재벌개혁에 대한 주장은 더욱 간명했다. 자신의 돈으로 소유하고 분배정의에 순응하라는 것이다. 한국의 재벌은 1%도 안 되는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경영권을 세습한다. 그는 "이런 현실에서는 총수와 기업 이익의 불일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총수의 자기 이익 추구가 기업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해를 끼치는 결과로 나타난다는 진단이다.

유 교수는 공정경쟁·참여경제·분배정의를 경제민주화의 3대 축으로 설정하고 '법 앞의 평등' '경제적 합리성의 원칙' '공정한 경쟁의 원칙'을 재벌개혁의 3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누구나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이견을 낼 수 없는 기준이다. 그대로 실현하는 것이 당연한 주장이지만 안 되고 있다면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유 교수는 '검찰개혁' '사법개혁' '관료개혁'을 그 이유로 꼽았다. 강력한 기득권의 공격을 극복하고 공정한 수사와 엄정한 판결, 그리고 행정의 투명함이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그는 "공공영역 직업에 대한 신분 안정성을 보장하면서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을 주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주요 대선 후보들이 내세운 경제민주화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먼저 유 교수는 낙관적인 전망을 전제했다. 앞서 언급한 '역사적 과제가 된 경제민주화'가 그 근거였다. 당장 모든 것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시작으로서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각 후보들의 한계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박근혜 후보의 새누리당을 포함한 지지 세력의 정체성, 문재인 후보의 삼성공화국에 일조했던 참여정부의 잘못에 대한 반성, 안철수 후보의 생각을 정책으로 만들 수 있는 실력의 문제 등을 짚었다.

경제민주화는 정치의 문제, 입법에 즉각 나서야

결국 경제민주화도 재벌개혁도 정치가 바로 서야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후보들이 내놓은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관한 정책들은 후보 개인의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부딪히고 깨지며 발굴한 것들이다.

유종일 교수를 포함한 일군의 전문가들이 이정표를 세우고 시민들이 각자의 현실에서 깨닫고 찾아낸 것들이다. 쉽지 않은 과제임에도 모든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경제민주화를 얼굴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면, 유권자들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해야 한다.

따라서 후보들은 자신의 진정성을 증명해야 한다. 유종일 교수의 강의에 이를 대입하면 '구체적인 정책의 입법'이다. 이제 주장의 선명함으로 평가받는 시간은 지났다. 더 이상 말로만 약속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부터, 이번 정기국회에서 경제민주화 입법에 즉각 나서야 할 때다. 구체적인 기여를 보이는 것으로 진정성을 증명하라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시민정치행동 내가꿈꾸는나라는 10월 16일부터 11월 20일까지 시민정치아카데미를 진행합니다. 강좌는 매주 화요일 <경제민주화교실> 수요일 <복지국가와 시민건강교실> 목요일 <시민정치교실>로 구성돼 있습니다. 수강을 원하시는 분은 http://mycountry.or.kr/archives/71820 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태그:#유종일, #시민정치아카데미, #경제민주화교실, #내가꿈꾸는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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