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38초 513.14일 오후 전남 영암 국제자동차 경기장. 굉음속에 은색 포뮬러 원(Formula 1) 머신이 들어왔다. 13번째다. 미하엘 슈마허(독일)였다. 1위와는 1.3초 차이다. 일부 관중은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적어도 이젠 영암 서킷에서 그를 다신 볼 수 없다. 올 시즌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슈마허의 10위권 기록은 결코 나쁘지 않다. 1위의 기록 차이도 그렇지만, 말 그대로 쟁쟁한 24명의 선수들과 경쟁도 쉽지 않다. 그는 전날(13일) 예선을 마치고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한국 경기에서 확실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그에 앞서 "10위권에 들겠다"고도 했다.
오래동안 F1을 취재해 온 외국기자들도 반신반의했다. 영국 스포츠방송인 스카이스포츠의 한 기자는 "희망과 현실은 다를수 있다"면서도 "얼마 남지 않은 시즌 경기에서 그의 경주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승에서 그는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 그는 기자에게 "대단하다!(So great!)"고 말했다.
살아있는 전설, 약속을 지키다...영암 서킷서 마지막 경주슈마허는 F1 경주를 잘 모르는 일반인도 이름을 알 정도로 유명하다. F1에선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그가 걸어온 역사가 이를 보여준다. 지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 연속으로 월드 챔피언을 오른 선수는 그가 유일하다. 통산 7차례 챔피언과 한 시즌 최다승(13승), 최다 연승(7연승), 최다 예선 1위(68회) 등 62년 역사에서 F1의 기록은 거의 다 그의 작품이다.
2006년 홀연히 F1무대를 떠난 슈마허는 2010년 서킷으로 돌아왔다. 전세계 수많은 팬들은 다시 그를 보기 위해 서킷을 찾았다. 그의 인기는 여전했지만 후배들과의 경쟁은 만만치 않았다. 올해로 세 번째 메르세데스팀에서 경기를 펼쳤지만 눈에 띄는 성적은 올리지 못했다.
결국 그는 다시 은퇴를 결심했다. "100% 완벽하지 않은 레이스를 지속하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에게 남은 경주는 이제 인도와 아부다비, 미국, 브라질 경기 뿐이다. 다음달 25일로 F1의 전설은 그렇게 사라진다.
한국에 유독 강한 페델, 또다시 우승...종합순위서도 1위로 등극
이와함께 이날 막을 내린 한국대회에선 제바스티안 페델(독일, 레드불소속)이 우승했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영암 서킷서 1위를 차지한 것. 그는 이날 영암 서킷 5.615㎞를 55바퀴(총길이 308,630㎞)를 1시간36분28초651에 달렸다. 같은 팀의 마크 웨버(호주)가 8.2초 뒤진 2위였다.
페델은 지난 싱가포르 대회부터 일본, 한국 대회까지 아시아 시리즈를 석권했다. 종합순위에서도 그동안 2위를 기록해온 페델은 우승포인트 25점을 보태 1위로 올라섰다. 그동안 1위를 차지했던 페르난도 알론소(스페인, 페라리소속)는 2위로 밀려났다.
페델은 "출발이 좋아 우승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남은 대회에서도 더욱 집중력을 발휘해 좋은 경기를 할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주 일본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해 일본 국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고바야시 가무이(일본, 자우버 소속)는 첫 번째 바퀴에서 젠슨 버튼(영국, 맥라렌), 니코 로스베르크(독일, 메스세데스) 등과 부딪혀 기권했다.
한편 이날 경기장에 가수 싸이가 등장해 F1 선수들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싸이는 이번 경주 종료를 알리는 체크 무늬의 깃발(체크 플래그)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싸이는 이날 경기가 끝난 후 '강남스타일' 단독 공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