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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지방법원 466호 대법정.
서울지방법원 466호 대법정. ⓒ 김동환

상속받은 주식을 판 돈은 상속물일까? 아닐까?

29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가 유산분쟁' 4차 공판에서는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 회장이 남긴 삼성전자 차명주식이 쟁점이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측과 이맹희씨측 법정 대리인들은 현재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이 상속재산인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당초 이번 공판에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됐던 2008년 삼성특검 수사 기록은 9월 26일에나 빛을 보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이 양측 변호인들이 요구한 증거를 공판 하루 전인 28일에야 전달했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명의 변경됐어도 상속재산은 상속재산"

60여 명의 방청객들이 자리를 지킨 가운데 시작된 이날 공판의 핵심은 '대상재산'이었다. 대상재산이란 상속재산을 팔아서 취득한 재산을 말한다. 예를 들어 부모로부터 집을 한 채 상속받은 형제들  중 한 명이 그 집을 돈을 받고 팔았다면 집 판매 대금이 바로 대상재산에 해당한다.

대상재산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 이유는 이 사건의 쟁점인 선대 회장의 유산이 '차명주식'이라는 특이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선대 회장이 남긴 차명주식은 2008년 삼성 특검으로 이건희 회장에게 실명 승계되기까지 계속 명의가 바뀌며 관리돼 왔다. 이 회장과 함께 공동 상속인 권리를 주장하는 이맹희씨 측이 상속회복을 청구할 대상 자체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이맹희씨가 이 회장 측에 차명주식의 인도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상속 당시의 차명주식과 이씨가 요구하는 주식이 법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원고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의 김남근 변호사는 이 점을 짚었다. 그리고 꺼내든 개념이 대상재산이었다. 명의가 몇 번 바뀌든 해당 주식이 선대 회장에게서 상속된 '상속물'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상속 재산이 차명 주식으로 관리되는 과정에서 계속 명의는 바뀌었지만 실질 소유자는 동일하다"면서 "여러 차례 명의가 변경됐지만 이 재산은 상속재산과 마찬가지로 상속재산분할 및 상속회복청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의 윤재윤 변호사는 반대 주장을 폈다. 명의가 계속해서 바뀌는 바람에 이 회장이 지금 보유한 주식이 꼭 선대 회장에게 상속받은 주식이라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윤 변호사는 "실명전환 전 차명주식 계좌는 대부분 선대회장 사망 이후 개설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실명 전환 주식들이 상속된 차명주식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해당 증권회사들에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을 신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회장 삼성전자 주식, 상속재산 맞는지 사실상 추적 어려워"
상속 재산의 동일성 증명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상장 회사인 삼성전자 주식이다. 윤 변호사는 "삼성전자의 경우 어떤 주식이 상속받은 차명주식으로 취득한 것인지 사실상 추적이 어렵다"고 말했다. 상속일로부터 20년도 더 지났고 그동안 명의변경을 목적으로 증권 시장에서 수많은 매도와 매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윤 변호사는 대상재산 개념을 들고 나온 이씨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주식 매도, 매수 과정에서 이 회장 개인 돈 등 다른 자금도 섞여 들어갔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대상재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삼성전자의 경우 명의 변경 와중에 매각이라는 처분행위가 있긴 했지만 오로지 명의를 바꾸기 위한 수단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전히 상속재산이라는 동일성은 없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만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이씨 측이 삼성특검 자료에서 관련 증거를 찾아내야 한다.

한편 윤 변호사는 삼성생명을 예로 들어 현재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 중 상속 재산이 많지 않다는 것도 밝혔다. 2008년 12월 31일 이 회장 명의로 바뀐 삼성생명 주식은 모두 324만 8000주. 윤 변호사는 "이 중 4만 2000주만이 상속재산"이라고 밝혔다.

 29일 오후 서울지방법원 466호 대법정에서 삼성가 유산소송 4차 공판이 열렸다.
29일 오후 서울지방법원 466호 대법정에서 삼성가 유산소송 4차 공판이 열렸다. ⓒ 김동환

양측 변호인들, 재판일정 놓고 신경전 벌이기도

이날 공판은 이전까지 벌어진 세 차례 공판에 비해 양측 변호인들이 공방할  것이 다양하지 않았다. 공판 진행 시간도 2시간에 육박하던 이전 공판에 비해 30분 가량  짧았다. 중요한 증거로 지목됐던 2008년 삼성특검 관련 자료가 검찰측 사정으로 28일에야 전달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양측 변호인들은 삼성특검 자료의 증거신청이 있었던 13일 이후 법정 밖에서 재판 일정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화우의 차동언 변호사는 "검찰에서 특검 관련한 증거가 늦게 나올 거라고 해서 원래는 9월 26일로 재판을 연기하자고 (이 회장 측 변호사들과) 합의를 했었다"고 밝혔다. 차 변호사는 "그러던 중 이 회장 측 변호사들이 갑자기 합의한 적 없다면서 부인하는 바람에 4차 공판이 원래 일정대로 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무법인 세종의 말은 달랐다. 윤재윤 변호사는 "애당초 재판 연기에 대한 합의는 한 적이 없다"고 말하며 팽팽히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 서창원 부장판사는 이날 재판을 마치며 다음 공판까지 양측 변호인들에게 대상재산에 대한 법리적 검토를 주문했다. 삼성특검 자료가 본격적으로 공개될 5차 공판은 9월 26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이맹희#이건희#삼성#유산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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