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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21일 부대창설 61주년 기념식이 열린 기무사 부대 전경
 2011년 10월 21일 부대창설 61주년 기념식이 열린 기무사 부대 전경
ⓒ 기무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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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3년.'

22일 제7군단 보통검찰부가 상관모욕죄로 기소된 이아무개(28) 대위에게 내린 구형량이다. "기소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최후진술했던 이 대위는 예상보다 높은 구형에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날 공판에 참석했던 그의 어머니는 "1~2년 구형을 생각했는데 당분간 멘붕(멘탈붕괴) 상태로 지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관모욕죄를 규정한 군형법 제64조 제2항은 '문서, 도화 또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 또는 그 밖의 공연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대위의 상관모욕죄 기소 사건이 현역 군인의 표현의 자유 등 사회적 쟁점으로 크게 부각됐음에도 불구하고 군 검찰은 상관모욕죄상의 최고형량을 구형한 것이다.

이는 군 검찰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려고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군 검찰이 이 대위를 잡기 위해 최고형량 구형이라는 강수를 썼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군 검찰-이 대위쪽, 증거자료 위법성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

지난 5월 21일 이 대위의 상관모욕죄 기소사건 공판이 시작된 이후 석 달 동안 총 4차례(공판준비기일 포함)의 공판이 열렸다. 특히 이 대위에게 '3년 징역'이라는 구형이 내려진 22일에는 군 검찰이 법정에 제출한 증거자료의 위법성 문제가 다시 한번 주요하게 다루어졌다.

이 대위를 변호해온 이재정 변호사는 이날 "검찰의 피고인 심문조서를 제외한 모든 증거자료는 위법하게 수집한 것이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며 '증거 부동의' 의견을 내놓았다. 군 검찰이 제출한 대부분의 증거자료는 기무사에서 만들었고, 이는 기무사의 수사범위를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는 주장이다.

이어 이 변호사는 증거자료의 위법성 문제를 다투기 위해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2국 소속으로 알려진 서아무개 대위를 증인으로 다시 신청했다. 서 대위는 지난 2월 2일 이 대위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대량(473장)으로 출력해 군 검찰에 넘긴 인물이다. 이 대위의 상관모욕죄 기소사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군 검찰은 기무사에서 정당한 방첩활동을 한 것이기 때문에 서 대위를 증인으로 신청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첩보수집인지 수사인지는 법정에서 밝혀져야 한다. 서 대위는 이번 사건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

이에 군검찰은 "기무사가 (혐의자를) 강제로 수사하거나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임의로 접근했다면 기무사가 수사했다고 할 수 있지만 서 대위는 수사 담당자가 아니라 정보수집 담당자였다고 반박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트위터 글을 군대와 육사라는 검색어로 검색하다가 대통령을 모욕하는 현행범을 발견했지만 직접 소환해 조사하지는 않았다. 수사권한이 있는 군 검찰에 이런 첩보를 제공했다. 그런 점에서 위법한 수사가 아니기 때문에 서 대위를 증인으로 신청할 수 없다."

군 검찰은 "기무사에서 출력한 증거자료가 위법한 수사가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며 "수사라면 상관모욕죄와 관련된 글만 뽑아내면 되는데 모든 부분을 다 출력해 정보로 제공했기 때문에 위법한 수사가 아니다"라고 위법 수사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기무사가 어떤 혐의인지도 모르면서 그 많은 자료를 출력했단 말인가?"라며 "기무사는 관련 법률(군형법상 상관모욕죄) 적용에 맞추어 수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군검찰은 "기무사가 첩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범죄로 의심되는 트위터 글을 발견하고 출력해서 군 검찰에 제공한 것을 '수사'라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맞섰다.  

두 차례 증인신청 기각... 군 법원-검찰의 '기무사 비호 의혹' 제기돼

군 검찰이 상관모욕죄를 적용한 이아무개 대위의 글들. 대부분 정부의 정책과 관련돼 있다.
 군 검찰이 상관모욕죄를 적용한 이아무개 대위의 글들. 대부분 정부의 정책과 관련돼 있다.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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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검찰과 이 대위쪽 변호인이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자 재판장은 잠시 휴정을 선포했다. 하지만 휴정이 끝난 뒤 재판부는 "수사인지 첩보활동인지는 법리의 문제로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이지 증인심문을 통해 판단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증인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가 이 대위쪽의 '서 대위 증인신청'을 기각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이 대위 쪽은 지난 7월 17일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에서도 "이 사건의 모든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기 때문에 수사담당자인 서 대위가 반드시 법정에 나와 밝혀야 한다"며 서 대위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거부했다.

기무사의 상관모욕죄 자료 수집 과정이 과연 적법했는지, 위법했는지를 가리기 위해서는 서 대위가 증인으로 채택되어야 한다. 특히 군 검찰은 '정당한 첩보수집 활동'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서 대위를 증인으로 불러야 맞다. 하지만 군 검찰뿐만 아니라 재판부조차도 철저하게 서 대위의 증인 채택을 막았다.

'군 법원-검찰의 기무사 비호' 의혹이 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런 의혹 때문에 민주통합당 등 야당에서도 이번 사건을 군사법체제 개혁의 계기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재판부는 지난 7월 17일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대위가 트위터에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면 기무사가 방첩활동의 일환으로 관여할 수 있다"고 기무사를 엄호했다. 또 군 검찰은 이 대위가 올린 트위터 글을 대량으로 출력했다는 서 대위의 확인서를 증거목록으로 제출했다가 철회하는 '이상한 일'을 벌였다.

이재정 변호사는 지난 22일 "어떤 경유로 이 대위의 글이 특정되었는지, 위법한 수사인지 정당한 첩보수집인지 등을 가리기 위해서라도 서 대위를 법정에 불러 심문해야 하는데 부르지 않고 있다"며 "결국 (군 검찰과 법원이) 서 대위를 비호하고 있다는 의심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변호사가  재판부에 "서 대위의 증인 심문을 비공개로 진행해도 좋다"고 제안했지만, 재판부는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며 부동의한 증거들까지 증거로 채택했다.

한편 제7군단 소속 간부(중령)가 22일 공판 과정에 개입하려 했다가 제지 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날 군 검찰과 이 대위쪽이 증거자료의 위법성 문제로 공방을 벌이는 있는 와중에 이 간부가 소속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갑자기 일어서서 "(기무사의 위법한 수사라고 주장하는) 이 대위 변호인이 잘 모르는 게 있다"며 발언에 나선 것이다. 공판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행위였지만 재판장은 잠시 이 간부의 발언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 대위 변호인으로부터 "공판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결국 발언을 중단시켰다. 

이 대위, 트위터에 글 올렸다 실형받는 최초 군인이 되나?

이 대위 상관모욕죄 기소사건의 1심 선고는 9월 초께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군 검찰이 상관모욕죄 최고형량인 3년 징역을 구형했고, 재판부가 이 대위에 전혀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럴 경우 이 대위는 트위터(SNS)에 올린 글 때문에 상관모욕죄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는 최초의 현역 군인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육사 재학 중 국비장학생으로 일본 방위대에서 유학했고, 졸업할 때 우수논문상까지 수상했던 한 유능한 장교가 불명예스럽게 제대해야 하는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태그:#상관모욕죄, #기무사, #제7군단 , #이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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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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