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다섯손가락> 드라마 서두에서 미리 본 두 형제의 피아노 배틀을 통해 예정된 결말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느냐가 이 드라마의 관건이다.

▲ SBS <다섯손가락> 드라마 서두에서 미리 본 두 형제의 피아노 배틀을 통해 예정된 결말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느냐가 이 드라마의 관건이다. ⓒ SBS


약점 잡기, 맞보복의 집안

부성악기의 회장 유만세(조민기 분)의 집안은 온통 불륜으로 어울렁 더울렁거린다. 유만세의 아내 채영랑(채시라 분)의 앞에 후배 한 명이 등장한다. 한데 그녀는 채영랑에게 우호적인 후배가 아니다. 유만세로부터 받은 오피스텔과 차를 자랑하면서 불쑥 반지 하나를 채영랑에게 건넨다. 채영랑이 받은 반지는 그녀가 남편과 결혼할 때 끼었던 결혼 반지. 후배 불륜녀는 차마 이 반지만은 받지 못하겠노라고 채영랑에게 되돌려준 것이다.

채영랑이라는 캐릭터는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다. 통상적인 아내라면 불륜녀 하나만으로도 남편의 약점 하나를 잡은 셈일 텐데, 그녀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감정의 동요가 발생하지 않는 캐릭터다. 채영랑은 '신데렐라' 혹은 '콩쥐 팥쥐'에 빚지는 캐릭터다. 그 어떤 현실의 굴욕 가운데서도 현실에 굴복 당하지 않는 캐릭터로서 말이다.

불륜도 모자라 유만세는 자신의 혼외정사로 태어난 아들 유지호를 집 안으로 끌어들인다. 자신의 피붙이니 오늘부터 아들로 키우겠다고 선언하며 말이다. 아무리 콩쥐같은 채영랑이라 할지라도 이번에는 남편에게 반기를 든다. 아들 외에 다른 아들을 둘 수는 없다며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만세가 반격의 카드를 꺼낸다. 결혼 전 유만세가 제공한 후원금으로 채영랑이 유학 가 있을 동안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 않았었느냐며 말이다. 아내만 남편의 약점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남편 역시 아내의 처녀시절의 약점을 잡고 있던 것이었다.

아내 채영랑이 '신데렐라' 혹은 '콩쥐 팥쥐'처럼 당하는 굴욕 이면에는 아내와 남편의 서로를 향한 약점잡기 카드가 숨겨져 있던 셈이다. 남편과 아내가 잡은 상대방을 향한 약점잡기 카드를 차후 방영분에서 어떻게 요리하느냐는 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다.

 SBS <다섯손가락>의 포스터.

SBS <다섯손가락>의 포스터. ⓒ SBS


모차르트 vs 살리에리

유만세의 아들 유인하는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노력파'다. 피아노 건반에 땀방울이 떨어지도록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하나 배다른 형 유지호 역시 만만하게 당하지는 않는다. 유지호는 '절대 음감'을 갖고 있는 신동이다. 유만세의 집에 오기 전에는 피아노 건반 한 번 두드린 적 없지만 금세 피아노의 음을 익히고 동생 유인하의 기악부에도 실력으로 당당하게 입성한다. 음악 신동인 형 유지호와 음악 노력파인 동생 유인하의 정면 승부가 예고된다.

유지호의 어머니는 채영랑의 라이벌이자 절친한 친구였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유만세의 후원금으로 공부하던 관계이자, 채영랑보다 빛나는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음악에는 문외한이던 유지호가 피아노에 타고난 재능을 보이는 건 작고한 어머니의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덕이다.

유지호와 유인하 형제의 라이벌 관계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관계와 비견하여 바라볼 수 있다. 알다시피 살리에리는 노력형 음악가였다. 하나 모차르트는 살리에리와는 정반대 유형인 음악 신동이었다. 살리에리가 죽어라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음악을, 모차르트는 머릿속에서 자연스레 척척 악보로 옮겨 적었기에 그렇다. 모차르트는 음악을 '작곡'하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천재'였기에 살리에리의 노력이 절대로 당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유지호와 유인하의 관계도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관계에서 자유롭진 못할 듯하다. 어촌에서 피아노 건반 한 번 제대로 만져보지 못했던 유지호가 절대 음감을 선보인다는 건 모차르트를 떠올리게 만든다. 반면 유인하는 살리에리처럼 노력형 음악가다. 천재와 노력파가 맞붙는 것이다. 이들이 어떤 대립구도로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을지는 차후 방영분의 연출에 달려 있다.

다만 이들의 대립각이 어떻게 승부가 날 지는, 드라마 서두에서 이 두 형제가 성인이 된 이후의 피아노 배틀에서 미리 볼 수 있었다. 과거회상형 플롯이 요즘 드라마 구조의 대세이긴 해도 이는 시청자로 하여금 결말을 미리 알 수 있기에 이 드라마의 결말을 미리 아는, 김 빠진 사이다가 될 공산도 크다.

다섯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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