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애플에서 공개한 삼성전자 내부문서.
 애플에서 공개한 삼성전자 내부문서.
ⓒ 삼성전자

관련사진보기


삼성 갤럭시S는 과연 애플 아이폰을 베꼈을까?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 간 디자인 특허 침해 소송에서 애플이 제출한 증거 문건 하나가 화제로 떠올랐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7일 애플은 갤럭시S 개발 초기인 2010년 3월 삼성전자 제품개발팀이 작성한 내부 문서를 공개했다.

삼성 제품개발팀은 이 문서에서 홈 화면, 브라우저, 메모 기능 등 126개 항목에 대해 갤럭시S와 아이폰을 분석·비교했다. 또한 각 항목마다 개선 방향을 권고했는데 대부분 권고가 사실상 아이폰처럼 만들라는 것이어서 논란을 빚고 있다.

공개된 삼성 문서 "아이폰의 메뉴 아이콘 모방했다는 느낌 없앨 것"

삼성과 애플 간 디자인 특허 침해 소송은 애플의 소 제기로 시작됐다. 자사 스마트폰과 운영체계 디자인을 삼성이 지나치게 베꼈다는 게 애플 쪽 주장이다. 이에 삼성은 성능이 월등한 정전식 터치스크린이 '대세'가 되면서 스마트폰 업계 전체가 아이폰과 비슷한 기기를 만들게 됐다는 입장이다. 만들다보니 비슷해진 것이지 베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날 애플이 제시한 자료는 이러한 삼성쪽 주장을 공격하는 내용이다. 삼성이 갤럭시S를 출시하기 전에 기능을 점검하면서 아이폰을 놓고 1:1로 비교했으며 대부분 개선 방향 역시 아이폰과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었다는 게 애플 쪽 주장이다.

132쪽으로 만들어진 문제의 자료를 살펴보면 이러한 애플의 주장을 부인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120번 '알람(Alarm)' 항목에서 삼성전자는 애플의 알람은 "시간을 설정하려고 드래그할 때마다 시계 태엽을 감는 듯한 소리가 나며 사용자들의 향수와 감성을 자극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자사의 알람 설정은 "단순한 기계음으로 인해 건조한 느낌이 들어 감성적인 만족도가 낮다"고 평했다. 그리고는 "사용자의 향수와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음향 효과를 넣어준다"고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애플이 공개한 삼성전자 내부 문서. 아이폰과 갤럭시S를 분석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하단 개선방향에 "디자인의 차별화로 애플 아이콘을 모방했다는 느낌을 없앨 것"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애플이 공개한 삼성전자 내부 문서. 아이폰과 갤럭시S를 분석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하단 개선방향에 "디자인의 차별화로 애플 아이콘을 모방했다는 느낌을 없앨 것"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 삼성전자

관련사진보기


메뉴 아이콘의 시각적 효과를 다룬 126번 항목에서는 아이폰의 아이콘이 "빛을 이용한 입체적이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부여했다"면서 "곡선을 완만하게 하여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고 호평했다. 이어 자사 제품에 대해서는 ▲ 빛을 이용한 입체적 효과가 덜함 ▲ 아이콘 테두리 곡선이 완만하지 않음 ▲ 아이폰의 아이콘 콘셉트를 모방했다는 느낌이 강함 이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개선 방향으로는 "디자인의 차별화로 아이폰의 메뉴 아이콘을 모방했다는 느낌을 없앨 것"을 꼽았다. 분석 대상인 126개 항목 대부분 이런 방식이다. 애플은 이런 메모 자체가 삼성이 아이폰과 iOS(아이폰 운영체계)를 베끼려고 한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표절이냐 벤치마킹이냐, 누리꾼 의견 분분

자료가 공개되자 국내 누리꾼들도 관심을 보였다. IT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클리앙에서는 해당 자료를 놓고 삼성이 애플 디자인을 베꼈는지 안 베꼈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특히 '아이폰의 메뉴 아이콘을 모방했다는 느낌을 없앨 것'이라는 문구가 화제로 떠올랐다. 

누리꾼 Jun****는 해당 자료에 대해 "벤치마크(참조) 정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이폰을 베꼈다는 느낌이 없도록 다른 디자인으로 교체하라는 지시 사항이 있다"면서 "오히려 베낄려는 의지가 없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에 누리꾼 MCm*****는 "타사 제품을 참조하여 자기만의 디자인을 창조하면 벤치마킹이지만 타사 제품을 그대로 카피(복사)해놓고 티나지 않게 수정하는 것은 도용"이라며 반박했다. 그는 "디자인 경험상 이런 경우 대개 '모방'할 때 하는 행위"라며 "베끼되 티 안나게 하라는 게 슬라이드(공개된 자료)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누리꾼 목***은 삼성이 애플 제품을 베꼈다고 생각하는 이유로 가로 모드 화면에서 하단 메뉴 바의 길이를 분석한 부분을 거론했다. 삼성은 이 부분에서 "가로 모드 화면 하단 메뉴 바가 아이폰 대비 많이 차지함(아이폰10%, 갤럭시S 18%)"이라고 분석하고 "메뉴 바 크기를 10% 정도로 줄였으면 한다"고 권고했다. 이 누리꾼은 "좋다 안 좋다, 불편하다 아니다도 없이 아이폰 대비 크니 줄여서 그냥 아이폰처럼 만들라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벤치마킹인지 표절인가를 떠나 126개 항목 중 애플이 배타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항목이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누리꾼 권***는 "여론에 호소하기에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법적효력을 갖기에는 부족한 내용"이라며 "애플이 갈수록 법적인 증명보다는 여론을 자기편으로 만들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미국 배심원들 누구 손 들어줄까?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은 7월 30일 이후 5차례에 걸쳐 심리를 진행해 왔다. 애플이 내놓은 이 자료는 소송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재판의 특징은 배심원들이 승패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이다. 배심원 다수의 눈에 삼성이 애플 디자인을 베낀 것처럼 보이면 법정 판결도 그렇게 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애플의 이번 자료 공개도 그런 측면이 고려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미국의 IT 전문 사이트인 올띵스디는 "애플이 이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삼성이 자사 스마트폰을 아이폰처럼 만들었다는 점을 더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또다른 IT 전문 사이트인 리드라이트웹 역시 "이번 자료 자체가 특허권 침해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태그:#삼성, #아이폰, #애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