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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야 한복을 입고 상투 튼 머리에 두툼한 돋보기를 쓴 노인이 무슨 뜻인지도 모를 한자 책을 펼쳐놓고 봐주는 것이 사주팔자였지만 요즘은 컴퓨터에 탑재된 프로그램에 생년월일을 입력시켜서 봐주는 것이 사주팔자입니다.
 예전에야 한복을 입고 상투 튼 머리에 두툼한 돋보기를 쓴 노인이 무슨 뜻인지도 모를 한자 책을 펼쳐놓고 봐주는 것이 사주팔자였지만 요즘은 컴퓨터에 탑재된 프로그램에 생년월일을 입력시켜서 봐주는 것이 사주팔자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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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이상적인 먹거리를 간단하게 설명하라고 하면 '맛 좋고, 먹기 좋고, 건강에도 좋은 음식' 쯤으로 정리 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좋은 책'을 간단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하면 '읽기 편하고, 재미있고, 내용 좋고, 내용에서 실생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 쯤으로 정리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안향림 지음, 도서출판 한울에서 출판한 <무의식이 팔자다>를 필자에게 간단하게 정리하고하면 좋은 책, 읽기 편하고, 재미있고, 내용 좋고, 내용에서 실생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으로 정리할 것입니다. 

거반 100꼭지쯤 되는 글들은 잘 썰어진 김밥처럼 한두 페이지 정도로 알차게 정리돼있어 읽기가 편합니다. 김밥에 들어가 있는 단무지나 게맛살, 시금치나 오이가 식감과, 맛, 영양가를 높여 주듯이 글 꼭지 마다 저자의 경험과 전문지식이 넉넉하게 들어가 있어 재미있고 내용 또한 좋습니다.

김밥을 버무릴 때 넣은 참기름에서 풍기는 고소함처럼 꼭지꼭지의 글에서 풍기는 저자의 지혜와 가르침은 실생활에서 응용하거나 지침으로 삼기에 충분할 정도로 독자를 지혜롭게 해주리라 기대할 수 있으니 '좋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좋은 음식에도 이물질이나 '뉘'가 들어있을 수 있듯이 <무의식이 팔자다>를 읽으면서 '뉘'처럼 느껴졌거나 뉘가 아닐까 생각되는 부분들이 있기에 몇 자 적습니다.

팔자가 집단 무의식이라고? 

<무의식이 팔자다> 표지
 <무의식이 팔자다> 표지
ⓒ 도서출판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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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은 사주팔자가 내가 태어난 날의 기둥에 쓰인 여덟 자라는 것도 모르면서 팔자가 있는 것 같다고 믿는다. 이것이 바로 융C. G. Jung이 말한 우리 민족의 집단무의식이다. 우리는 팔자가 있다고 집단무의식으로 믿으면서 그 팔자가 개인 무의식인 것은 더더욱 모른다. -본문 12쪽-

사주팔자는 출생한 연월일시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자녀를 만들면서 자녀에게 전달되는 무의식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고, 무의식이 뭔지 모르니까 무엇인가에 찍어다 붙이다 보니 출생한 연월일시를 찍어다 붙여 팔자라고 했다. -본문 21쪽-

수원여자대학교 사회복지과에 재직 중인 안향림 교수는 그의 저서 <무의식이 팔자다>에서 '우리가 팔자가 있다고 믿는 것을 집단무의식'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앞글에서는 '사주팔자가 내가 태어난 날의 기둥에 쓰인 여덟 자'라고 하면서 뒷글에서는 '사주팔자는 출생한 연월일시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전에서는 '사주팔자'와 '팔자'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를 먼저 찾아 봤습니다.

사주팔자 [四柱八字] 1. 타고난 운수. 2. 사람의 생년(生年), 생월(生月), 생일(生日), 생시(生時)의 간지(干支) 여덟 자(字).

팔자1 ① 사람의 타고난 운수나 분수. 사람이 태어난 년(年), 월(月), 일(日), 시(時)를 간지(干支)로 나타내면 여덟 글자가 되는데, 이를 가지고 그 사람의 운명을 점치던 데서 나온 말이다.

저자가 말한 '팔자'는 우리가 말하는 '팔자타령'에 해당하는 '팔자'라 생각됩니다. 요즘도 조그만 발품을 팔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것이 사주팔자를 이용해 팔자(운수)를 점치고 있는 현장입니다.

예전에야 한복을 입고 상투 튼 머리에 두툼한 돋보기를 쓴 노인이 무슨 뜻인지도 모를 한자 책을 펼쳐놓고 봐주는 것이 사주팔자였지만 요즘은 컴퓨터에 탑재된 프로그램에 생년월일을 입력시켜서 봐주는 것이 사주팔자입니다.

사주팔자는 최소 2500여 년 전, 공자 재세 시 이전부터 유래되거나 통용되었던 통계나 확률을 바탕으로 한 예측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사주팔자는 최소 2500여 년 전, 공자 재세 시 이전부터 유래되거나 통용되었던 통계나 확률을 바탕으로 한 예측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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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팔자를 프로그램화 할 수 있다는 것은 통계이며 확률이라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사주팔자는 최소 2500여 년 전, 공자 재세 시 이전부터 유래되거나 통용되었던 통계나 확률을 바탕으로 한 예측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사주팔자는 누구에게나 엄연히 존재하는 기록(생년월일시)입니다. 다만 그 사주팔자가 그 사람의 운수가 결정되는 고정불변쯤으로 혹세무민하거나 미신하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걱정이 팔자다'와 '걱정도 팔자다' 달라

저자는 '걱정이 팔자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속담에 '걱정이 팔자다'라는 이야기가 있다."-본문 16쪽-라고 하였습니다. 우리속담에 '항상 남의 일에 참견을 잘하는 사람'을 일컬어 '걱정도 팔자소관'<고사성어·속담사전>(1995. 성문사)이라고 하는 속담은 있습니다.  

우리속담에 '같은 내용의 이야기라도 어떻게 말하는지에 따라 다르다는 말'을 일컬어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라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걱정이 팔자다'라는 말과 '걱정도 팔자'다 라는 말이야 말로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라는 속담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내용(주체)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자는 "내 안에 있는 저승자사"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불교에서는 아침에 도道를 깨치면 저녁에 죽어도 괜찮다고 말한다.-본문 184쪽-'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도道를 깨치면 저녁에 죽어도 괜찮다'는 말은 논어 학습방법에 나오는 '『朝問道 夕死可矣』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으리라'는 말로 생각됩니다. 공자의 말씀이 졸지에 불교의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제사를 일찍 지내도 귀신은 귀신같이 알고 일찍 올 텐데 귀신을 믿는 사람들이 귀신을 못 믿고 귀신이 나온다는 자정이 되어서 제사를 지내니 얼마나 아이러니한 이야기인가? -186쪽-

제사 시간을 자정으로 고집하는 것은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이 자정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제삿날을 확실하게 설명할 때는 '드는 날'과 '나는 날'로 구분해 설명했습니다. 7월 7일 돌아가신 분이라면 초엿새가 드는 날이고 이렛날이 나는 날입니다.

이럴 경우 7월 6일 낮에 제사 음식을 준비해 자정쯤에 제사를 지내지만 이 시간이 7일이 시작되는 시간입니다. 따라서 지금 제사를 지내고 있는 자정은 돌아가신 날을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그러기에 가정의례준칙에서는 제사시간을 돌아가신 날 저녁시간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제사 시간을 자정으로 고집하는 것은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이 자정이기 때문입니다.
 제사 시간을 자정으로 고집하는 것은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이 자정이기 때문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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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지금 제사를 지내고  있는 자정에서 시간을 앞당기면 살아계시던 날 제사를 지내는 것이 되니 일찍이 아니라 제사 시간을 늦추어 다음날 저녁에 지내면 될 것입니다.   

저자는 '게으름도 오복五福의 하나다. -본문 253쪽-'라는 제목으로도 글을 쓰셨습니다. '우리속담'이라고도 하였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오복五福이 어떤 복 다섯 가지를 말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보편적으로 말하는 오복은 장수(壽), 부유(富), 심신의 건강(康寧), 좋은 덕을 갖는 것(攸好德), 천명을 다하는(考終命), 이 다섯 가지를 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건강한 치아를 흔하게 '오복 중 하나'라고 말하듯이 그냥 게으름도 오복중 하나라고 표현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속담'이라고 출처까지 제시하고 있으니 여기서 말하는 오복은 무엇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난하거나 몸 불편한 이는 아이 낳지 말라고요?

준비가 된 부모가 낳은 자녀의 팔자는 행복하게 되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부모가 낳은 자녀는 불행하다. 하느님이 이 세상을 다 만들어 사람에게 줄 준비가 되었을 때 아담을 만들었듯이 아이에게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줄 준비가 된 다음에 낳아야 한다. -본문 21쪽-

저자는 '참 좋구나'라는 제목의 글에서 아이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줄 준비가 된 다음에 낳아야 한다고 합니다. 정형, 정량화 될 수 없는 것이 행복이지만 이 조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줄 준비가 된 부모가 과연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비관하게 하거나 슬프게 할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됩니다. 행복의 조건에 '돈'을 넣으면 가난한 사람은 아이를 낳으면 안 되고, 행복의 조건에 '건강'을 넣으면 '장애'를 가진 사람은 아이를 낳아서는 안 된다는 말로도 들릴 수 있습니다.

저자 스스로가 글 중에서 밝혔듯이 저자는 사회적 지도층입니다. 지도층의 말 한마디, 지도층이 남기는 글 한 줄은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유·무형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기에 감히 다르다고 생각되는 일부를 나열하였습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가 공감할 깨달음과 치유의 메시지가 될 것이기에 맛난 김밥에 들어가 있는 뉘를 골라내는 심정으로 읽는 마음에 걸리는 몇 곳을 골라내며 '좋은 책'으로 평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무의식이 팔자다>┃지은이 안향림┃펴낸곳 한울┃2012.6.22┃값 16,000원



무의식이 팔자다 - 안향림 교수가 들려주는 깨달음과 치유의 메시지

안향림 지음, 한울(한울아카데미)(2012)


태그:#무의식이 팔자다, #안향림, #한울, #사주팔자, #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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