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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18일 오후 6시 45분]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D증권사 객장. 코스피 지수가 전날에 비해 3.4% 떨어진 1782.46에 마감됐다.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D증권사 객장. 코스피 지수가 전날에 비해 3.4% 떨어진 1782.46에 마감됐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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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후.. 안 봐, 안 봐, 안 봐."


18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D증권사 객장. 고객용 컴퓨터 의자에 앉아 시세를 확인하던 강진수(가명)씨가 한숨을 내쉬며 돌아 앉았다. 저점을 치고 잠깐 반등하는가 싶던 지수는 강씨의 등 뒤에서 다시 내리막길을 탔다.

이날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유럽발 신용 문제로 장중 1770선까지 밀리며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주요 주식시장도 파랗게 질렸다. 현장의 개미 투자자들은 대부분 '그리스 때문이니 어쩔 수 없다'고 분석하면서 '지금은 살 때는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개미 투자자들 "더 떨어질 것"... 사진기자에게 "출연료 달라"

이날 D증권에서 만난 개미 투자자들은 코스피 종목의 실시간 주가가 반영되는 대형 전광판을 차분하게 응시하면서도 예민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숨을 거듭하던 강진수씨는 "지금도 손해를 보고 있어서 던지지도 못하고 있다"며 "좀 기다려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국민들이 한참 은행에서 돈 빼고 있다는데 아마 바닥났을 것"이라는 게 강씨의 전망이다. 그리스발 악재가 작용하고 있는 코스피 지수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기자가 "그럼 주식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강씨는 "그러게 말이야..."라며 말을 흐렸다.

객장 바깥에서 만난 이아무개씨는 "오늘 폭락과 16일에 있었던 폭락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16일 주가 하락을 삼성전자가 이끌었다면 오늘은 전 종목의 영향을 받은 진짜 폭락이다"라며 "앞으로 더 떨어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스마트폰으로 보여준 투자종목 목록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우량주 위주로 짜여져 있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이날 각각 4.66%, 4.78% 하락했다. 이씨는 "우량주들도 다 떨어지는데 이건 뭐 답이 없는 거지..."라고 말했다.

인근 H증권에서 만난 김아무개씨는 "해외 악재로 떨어지는 거니까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2008년 초 주식을 시작한 김씨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롤러 코스터' 장세를 이미 경험해서 그런지 한결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지금은 절대 새로 주식 들어올 시기는 아닌 것 같다"며 "나도 주식 가지고 있는데 처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후 3시가 지나고 장이 마감되자 D증권 객장 입구에는 주가 전광판을 촬영하러 온 취재진이 진을 쳤다. 말없이 전광판을 지켜보던 객장 내 투자자들은 "저것들 또 왔다"며 수군거렸다. 장이 폭락하거나 하면 언론사 카메라들이 객장 내 사람들과 전광판의 코스피 종가를 함께 찍으러 온다는 것이다. 한 투자자는 현장의 카메라 기자들에게 "지금 독이 오를 대로 올랐는데 사람들 출연료라도 주면서 찍으라"면서 객장을 떠났다.

코스피 폭락 원인은 유럽발 신용문제
이날 폭락의 요인은 유럽 신용문제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문제와 뱅크런(예금인출사태)에 대한 우려 속에, 17일 밤 사이 대거 강등된 스페인 은행의 신용등급이 뇌관으로 작용하며 투자심리가 악화됐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7일 새벽 스페인 은행 16개의 장기 신용등급을 1~3단계 강등했다. 신용등급이 3단계 강등된 은행 중에는 스페인 최대의 우량은행인 산탄데르와 대형 은행인 BBVA, 바네스토도 포함되어 있다. 무디슨는 은행 뿐만 아니라 카탈루냐, 무르샤, 안달루시아, 엑스트레마두라 등 스페인 4개 지방정부에 대해서도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또다른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같은 날 심각한 재정위기에 빠져있는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CCC'로 한 단계 낮췄다. 피치는 그리스 재총선 이후 유로존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오늘 폭락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그리스 재정위기와 유로존 탈퇴, 스페인 문제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 팀장은 "최근 중국쪽 상황도 좋지 않아 (국내)투자 심리가 악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1신: 18일 오후 4시 54분]

'대한민국은 멘탈 붕괴중?'

18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광장에 떠오른 글 제목이다. 이날 유럽발 금융위기 고조 속에 종합주가지수(코스피) 1800선이 무너진 것을 두고 나온 말이다. 아이디 '해머'라는 누리꾼은 "지금이 2008년 금융위기 시즌2 상황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리고, "멘탈 붕괴하는 대한민국"이라고 적었다.

이날 금융시장은 말 그대로 '공포'가 지배했다. 전날 잠깐 숨고르기했던 주식시장에선 너도나도 주식을 내던졌다. 물론 외국인이 주도했다. 특히 그동안 꾸준히 주식을 팔며, 한국을 떠난 유럽계 자금에 이어 미국 쪽도 동참했다. '지금이 주식 살 때'라며 말하던 금융전문가들도 이날 입을 닫았다. 대신 '더 떨어질수 있다'며 잔뜩 몸을 낮췄다.

'검은 금요일' 강타... 1800선 무너진 코스피

이날 코스피 지수는 1782.46으로 끝났다. 전날보다 무려 62.78포인트(3.40%) 폭락했다. 심리적 저지선이던 1800선도 허무하게 무너졌다. 작년 12월 20일 후 5개월 만이다. 이날 역시 외국인들이 주식을 내다팔았다. 오늘까지 주식시장이 열린 13일 동안 3조3000억 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쪽 자금이 많았다. 특히 장기투자 성격의 미국쪽 자금마저 한국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만큼 현재의 글로벌 금융상황을 나쁘게 보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지금은 현금 확보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한 증권사 투자분석팀 애널리스트는 "미국쪽 자금까지 이탈하고 있는 모습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쪽 자금 이탈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워낙 단기성 자금인데다, 그리스 상황이 악화되면서 현금확보가 우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쪽 자금까지 움직이는 게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그리스를 비롯해 스페인 등에서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쪽 자금은 완전히 겁에 질린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쪽도 JP모건의 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더 커지고 있다"면서 "불안한 유럽 상황까지 맞물리면서, 미국계 자금까지 흔들리고 있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ATM기' 한국 증시, 정부 "대책있다"고 하지만....

이 때문에 시장에선 코스피 지수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시장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향후 전망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지금 같이 공포감이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선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의 주식시장 분위기는 비이성적인 흐름이 주도하고 있다"면서 "투자심리 자체가 크게 위축돼 있어서, 지지선을 말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도 "유럽쪽 불안감을 잠재울수 있는 정책적인 대응이 나오지 않는한 주식시장의 하락세는 더 이어질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정책이 구체화되는 시점 역시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누리꾼 사이에선 이번에도 한국 시장이 글로벌 금융 호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이디 '행복세상'은 "한국 증시는 그동안 외국 투기자본의 충실한 '글로벌 ATM(자동현금인출기)'였다"면서 "단기적으로 돈을 넣고 거품 만들어 놓은 다음에, 버튼만 누르고 돈을 빼가 버린다"고 적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한 강연자리에서 "그리스 사태로 인한 여러 가지 금융시장 대응책을 마련해놨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은 오히려 반대로 움직였다.


태그:#코스피, #검은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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