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찰이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일을 4일 남겨 놓고 특정 후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기사가 실린 <조선일보>(4월 7일자)가 다량 무료로 배부된 목적과 배경 등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부평신문>의 단독 보도로 알려진 '<조선일보> 선거 전 무료 배부 사건'(☞ 관련기사 : 투표 4일전 <조선일보>는 왜 신문을 무료 배포할까?)은 현재까지 이른바 주류 언론에서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사건 발생 다음 날 정도에 진보적 인터넷 매체와 MBC 라디오 등에서만 보도했다.

 

하지만 선거를 4일 앞두고 통상적인 방법이 아닌 방법으로 신문을 배부한 목적과 배경은 아직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을 담당하는 인천지방경찰청도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인천 무료 배부 부수 3만여부 추정... 본사 국장급이 결재

 

현재까지 경찰은 인천에 무료로 배부한 부수를 3만여 부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이는 조선일보사 '경인서부지사장'의 건의로 본사 국장급이 결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천에 무료로 배부된 3만여 부는 'ABC협회 신문 발행부수 공사 보고서' 2010년도 기준으로 <조선일보>의 인천지역 발송 유료 부수 7만 3582부의 절반에 가깝다. 인천지역 가두에서 판매되는 1876부의 16배가 넘는 부수다. 가판대에서 판매하는 <조선일보> 신문 가격은 800원이다. 단순 계산해도 2400만 원 어치의 신문을 7일 인천 유권자에게 나눠준 것이다.

 

특히 2012년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린 문학야구장에서 무료로 배부할 때는 조선일보사 관계자들이 동원된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다.

 

이날 조선일보사 관계자들은 잠실·부산·대구구장에서도 5000부씩을 무료로 뿌렸다. 문제는 잠실·부산·대구구장에서 무료로 나눠준 신문은 지난 달 7일자 프로야구 개막 특집 섹션(D1-12)만이었다. 하지만 문학경기장에서 나눠준 신문에는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 기사와 <조선일보> 출신인 새누리당 김연광 후보와 관련이 있는 기사가 실린 신문(A32)만 무료로 배포됐다.  

 

또한 <조선일보> 4월 7일자 신문은 영종도를 제외한 인천 전역에서 무료로 배부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공직선거법 95조에 저촉된다고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95조는 '누구든지 선거법 규정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거에 관한 기사를 게재한 신문·통신·잡지 또는 기관·단체·시설의 기관지, 기타 간행물을 통상 방법 외의 방법으로 배부·살포·게시·첩부하거나 그 기사를 복사해 배부·살포·게시·첩부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선거에 관한 기사'는 후보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포함)의 당락이나 특정 정당에 유리 또는 불리한 기사를 말한다. 통상 방법에 의한 배부라 함은 종전의 방법과 범위 안에서 발행·배부하는 것을 말한다.

 

경찰, <조선>의 고의성 입증 등 전방위 수사 예고

 

인천경찰청은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와 인천삼산경찰서에서 이첩된 이 사건을 한 달째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조선일보사 경기서부지사장, 인천지역 지국장 20명, 본사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해왔다. 경찰은 이들이 고의적으로 신문을 이날 배포했는지 여부에 수사력을 집중하지만, 거대 언론을 상대로 한 수사라 긴장감을 놓지 않는 모습이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서에 출석한 조선일보사 관계자들은 '경기서부지사장이 본사에 건의해 본사에서 무료 배부를 결정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4월 7일자 신문에 게재된 '의료 한류의 기지 송도 국제병원 미 하버드-존스홉킨스와 협상 중'이란 기사 등을 통해 인천지역에서 <조선일보> 마케팅을 하기 위한 차원에서 무료로 배부했다고 진술했다. 7일자 신문 6면엔 '뉴 인천 길이 있다2' 시리즈 기사가 게재됐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진술한 내용과 통화 내역이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인천경찰청 소속의 한 경찰관은 "경기서부 지사장이 건의해서 본사 CS(Customer Satisfaction)본부장이 결정했다고 하는데, 임의 제출한 통화 내역을 보아도 언제 전화를 받아 언제 어떻게 했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이 경찰관은 "본사에서 거꾸로 (지시가) 왔을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여전히 의혹을 놓치 않았다. 

 

또한 일부 신문이 주말에 특집 기사를 배치해 보도해왔던 전례 등을 감안하면, 7일자 <조선일보>에 게재된 '뉴 인천 길은 있다' 시리즈 기사로 인해 3만여 부의 신문을 선거를 4일 남겨 놓고 무작위로 배포했다는 것은 통상적 배부로 보이지 않는다.

 

홍영표 후보 동행취재도 전후 사정 파악해야

 

인천지역에 무료로 배부된 4월 7일자 <조선일보> 1면엔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한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사진이 크게 배치되고, 머리기사 제목은 '한국 정치가 창피하다'로 뽑혔다. '교회는 범죄 집단 … 여성·노인 이어 종교도 조롱한 제1야당 후보'라는 부제목도 달렸다. 김 후보의 사진은 지난 3월 파업 중인 <국민일보> 노동조합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김 후보가 목회자 가운을 입고 있는 모습이었다.

 

3면엔 <이해찬·이용득 "사퇴하라" … 나꼼수 "끝까지 간다">, <민주 수도권 의원들은 난리인데 … 문제인, 부산서 나꼼수 방송 녹음> 등의 기사를 게재했다. 3면 전체가 김용민 후보 관련 기사로 채워졌다. 또한 총선D-4(4면)엔 '[총선 D-4] 김연광 "洪, 친일파 손자"… 홍영표 "막판 네거티브"'라는 제목의 기사도 게재됐다.

 

경찰은 이 기사가 작성된 시점, 그리고 신문 발행 부수를 늘리고(=증부) 무료로 배부할 것을 결정한 시점이 언제인가에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통상의 배부 방법이 아닌 방법으로 신문이 배부된 점을 감안해 증부와 무료 배부가 결정되기 전에 인천 관련 지면이 확정됐다면 고의성이 입증된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의 배부 방법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선거 관련 고의성 입증 문제가 남는다"면서 "선거 기사가 고의로 한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인천 시리즈 기사 때문에 (무료 배부)했다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선거 당시 홍영표 민주통합당 후보에 따르면 해당 기사를 쓴 <조선일보> 박아무개 기자는 6일 오전에 부평에 내려와 후보를 동행 취재했다. 이 과정에서 홍 후보가 '격전지도 아닌데 왜 왔냐?'고 물었고, 박 기자는 '잘 모르겠다, 편집국장의 지시로 왔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로 원내 대변인과 한명숙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홍 후보와는 잘 아는 사이다. 편집국장의 지시가 언제 이뤄진 것인지와 증부와 무료 배부를 결정한 시점이 언제인지도 이번 수사에 주요 사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일보> 출신 후보 지지·엄호?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가장 많은 혜택을 본 집단 중 하나는 조·중·동 보수 언론이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정부의 각종 광고와 행정 관청의 각종 고시 등을 눈부시게 수주(?)했다. 사양산업인 종이신문의 꿈인 종편의 특혜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 가운데 조·중·출신 대부분이 불명예스러운 퇴장을 맞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을 주도한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다. 사법처리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인다. 김두우(55)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 후원금과 골프채 등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불법 공격한 비서를 뒀던 최구식 국회의원도 <조선일보> 출신이다. 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으로 기소된 김효재(60·18대 국회의원) 전 정무 수석비서관과 이국철 SLS 회장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된 신재민(54) 전 차관도 <조선일보> 출신이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은 19대 국회에서 '종편 특혜'와 '언론사 낙하산 사장 임명' 등에 대한 청문회를 열겠다고 주장해왔다. <조선일보>의 입장에서는 자사 출신의 정치인이 18대 국회와 이명박 정부 때처럼 여러 분야에 진출하기를 희망했을 것이다.

 

<조선일보> 출신 중 19대 총선에 출마한 사람은 구성재·김연광·진성호·허용범·최구식씨 등 5명이다. 구성재·진성호·최구식씨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나머지 김연광(부평을·49)·허용범(동대문갑·47) 후보만이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다. 하지만 모두 낙선했다.

 

허용범 후보는 민주통합당 안규백 후보와 대결해 2.9%포인트 차이로 졌다. 김연광 후보는 41.2%를 얻는 데 그쳐 55.2%를 얻은 민주통합당 홍영표 후보에게 패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조선일보, #김용민, #무료배포, #김연광, #홍영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