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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가 알림장을 가져왔다. 알림장에는 '가정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두 가지만 적어오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순간 내 눈에는 '가정'이 '강정'으로 보였다. 강정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트위터에서는 제주 강정마을과 관련된 멘션들을 열심히 리트윗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제주도 해군기지의 부당함을 외치고 다녀도,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어제 오후 6시 6분, 정부는 구럼비 바위인 '물터진 개'를 끝내 기습폭파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가지를 하기로 했다. 며칠 전 고대녀 김지윤씨 해적기지 발언과 관련해, 한 트위터리안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 후 시간이 좀 지나 때늦은 감이 있는 것 같아 그냥 묵혀두려 했던 참이었다. 오늘 소개한다.

난데없는 '해적' 출몰로 트위터는 뜨겁다. 제주도 강정의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 표현한 김지윤 전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후보(이하 김지윤씨)의 발언에 김성찬 전 해군참모총장 등이 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또한 지난 12일, 자신을 해병대 출신 고대남이라 밝힌 김이환(대학생미래정책연구회 명예회장)씨는 광화문 이순신 동장 앞에서 김씨의 사과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해적발언'을 둔 소송과 시위.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대부분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문제의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 해군출신 고대남 김이환씨는 성명서를 통해 '고대녀 김지윤씨의 발언은 상식을 벗어난 망언이자, 60만 장병의 부모, 형제, 친척, 연인을 순식간에 범죄 집단의 일원으로 비하시킨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해군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반대의견을 갖고 있는 해군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들의 의견은 언론에 노출되지 않거나 묵과되기 십상이다. 그러던 중 한 트위터리안을 만났다. 이름은 정훈(트위터 아이디 @pkm365r). 정씨 역시 해군출신이다. 정씨는 "'해적발언'을 정치적 레토릭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해군과 보수언론을 비판했다. 다음은 정훈씨와 지난 13일, 전화로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정씨는 지난 99년부터 2002년 2월까지, 연평도 북방한계선에서 해군생활을 했다.
 정씨는 지난 99년부터 2002년 2월까지, 연평도 북방한계선에서 해군생활을 했다.
ⓒ 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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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자기 소개를 해달라.
1979년생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주로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성장했다. 99년 9월 해군에 입대해 평택의 2함대에 배치됐다. 작전지역은 연평도 북방한계선 근처였다. 주로 고속정 임무와 초계임무로 배를 탔다. 2002년 2월에 제대했다.

- 해군을 지원한 이유가 있나?
군 입대를 할 당시 IMF무렵이었다. 당시 군대에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해군은 지원하면 비교적 빨리 입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원했다. 물론 어린시절부터 배를 타는 것에 동경도 품었다. 막상 타 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게됐다.

- 복무하던 당시, 해군 분위기는 어땠나?
내가 근무했던 지역이 굉장히 불안한 지역이었다. 서해교전, 연평교전이 있던 곳. 실전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가슴을 쓸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동지애도 누구보다 강하고, 생각보다 화목하다.

- '해적기지'가 김지윤씨가 처음 발언한 단어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의 발언에 해군측에서 고발을 했는데, 한때 해군이었던 한 사람으로서 김지윤씨의 해적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처음 김지윤씨의 '해적기지' 발언을 듣고 명예훼손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해적 기지'에 대한 명예 훼손은 보수 진영에서 말하는 정치적 레토릭이다. 강정문제나 해군기지와는 떨어져있다. '빨갱이' 낙인찍는 한 레토릭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선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해군은 군가권력인데, 국가를 상대로 해서 명예훼손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발언의 앞뒤 맥락을 보고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봐야할 것은 행간에 담긴 의미지, 발언 자체가 아니다.

- 송광호 박사가 공개한 비디오 영상 보았나?(송 박사를 폭행하고 수면 위로 V자 그리던 동영상)
분노를 많이 느꼈다. 여러 해군 중 일부라고 생각한다. 해군 중에는 고생하는 사람이 더 많다. 사실, 배 타는 것 자체가 곤혹스럽고 힘든 일이다. 그러나 국민의 안전과 재산과 생명을 지킨다는 사실에 자랑스럽고 자부심을 느낀다.

- 한때, 해군에 근무했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제주 강정의 해군기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해군기지를 지으려는 목적 자체를 생각해봐야 한다. 해군 기지는 신속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뉴스타파> 7회(강정특집 2탄)에서 공개한 해군측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그 결과를 보면 1년 중 약 7개월 동안, 배를 띄우지 못하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들이 말하는 안보위협이라는 것도, 지금 당장 시급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강정마을에서 제기하는 의문제기들, 첫 번째 주민투표 문제점,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자연환경, 휘두르고 있는 공권력에 대한 문제를 한번 더 짚어보자는 것이다.

정훈씨는 인터뷰 말미에서 '정말 안타까운 것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너무 정치적으로만 몰고 갈려는 분위기다. 툭하면 종북세력이니, 좌빨이니, 빨갱이니 운운하며 왜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지 그게 화가 날 뿐'이라고 강조했다.


태그:#해적기지 발언, #강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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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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