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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교에 걸린 총학생회 선거 현수막
 한 대학교에 걸린 총학생회 선거 현수막
ⓒ 이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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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말 전국의 대학들이 총학생회장 선거를 통해 학생들의 대표를 선출하였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해가 바뀌고 새 학기가 시작된 3월에도 총학생회가 출범되지 않은 대학들이 있다. 기자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서울 시내 대학 중 최소 8개 대학은 학생회장이 공석인 상태이다.

총학생회장이 선출된 대학일지라도 대부분 저조한 투표 참여율로 투표 기간을 연장하거나, 여러번의 재투표에도 유효투표율이 나오지 않아 선거시행세칙을 개정해
통과시키는 방법으로 총학생회를 출범시켰다. B대학교의 경우 투표율이 너무 낮아 4학년 투표수를 제외시키고 투표율을 계산하는 방법으로 과반을 넘겼고, U대학교는 4학년의 투표수는 따로 계산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도 하였다.

A대학교는 선거를 연장했음에도 투표율이 선거시행세칙이 정한 50%를 넘지 않아 재선거를 결정하고 현재는 단과대학 학생회장들이 모여 연석회의를 진행 중이다. N대학교, J대학교, I대학교, L대학교 등 서울시내 8개 대학의 상황이 이러하다.

'2차·3차 연장선거' 끝에 겨우 선출되는 경우 부지기수

서울시내 4년제 대학 24곳의 2012학년도 총학생회 선거 투표 결과
 서울시내 4년제 대학 24곳의 2012학년도 총학생회 선거 투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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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전화통화로 서울에 위치한 4년제 대학교 24곳의 2012년도 총학생회장 선거 투표율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대학들이 선거시행세칙에서 유효투표율 기준으로 삼고 있는 50%를 겨우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총학생회장이 공석이거나 간신히 투표율 50%를 넘겨 선출되는 것이 비단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A대학교의 경우 벌써 3년 동안 재선거를 통해 학생회장을 선출하였다. J대학교도 2년 연속 2차, 3차 선거까지 벌여 학생회장을 선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과 총학생회 대신 임시로 조직된 협의체, 그리고 재학생 모두가 고충을 겪고 있다.

2012년도 총학생회장 선거의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한 J대학의 전형준(24)씨는 선거를 거듭하면서 쌓인 체력적·정신적인 피로함을 토로하였다.

"선거운동을 준비하고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으로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는데 선거 기간이 연장되거나 재선거가 결정되면 그만큼 더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투표율 미달로 뽑지 못한 총학생회를 대신하여 임시로 조직된 협의체의 관계자인 X대학의 김수아(21)씨 역시 나름의 고충을 토로하였다.

"협의체는 단과대 학생회장들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단과대학 업무가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나 총학생회의 부재로 학교 전체 행사와 업무도 맡아야 하니 업무량이 많아 부담을 느낀다. 또 인수 인계 과정을 밞지 못해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다."

학생과 소통 부족, 기성 정치판 재현... "투표하고 싶은 맘 사라져"

대학의 총학생회 사무실의 모습
 대학의 총학생회 사무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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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이 총학생회장 선거에 투표하지 않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J대학의 권구목(22)씨는 "어느 순간부터 총학생회가 일반학생들의 복지향상 보단 행사중심으로 운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누가 대표가 되든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는 이치훈(24)씨 역시 "총학생회가 꾸려져도 그 이후에 공약이 이행되었는지에 대해 확인할 수가 없어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밝혔다.

몇몇 대학의 캠퍼스를 찾아 대학생 1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총학생회에 관심이 없어 총학생회장 선거에 불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학생회에 관심이 없는 이유로는 '공약에 대한 공감 부족'이 가장 많았고 학생회의 업무가 행사 위주로 변질된 점, 재학생과의 소통 부족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총학생회에 대한 관심 부족 이외에도 기성 정치판의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는 점도 투표율 저조의 원인으로 꼽혔다. 후보들 간의 공약 대결은 사라진 지 오래이고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과 폭로로 얼룩진 총학생회 선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J대학교의 경우 지난 11월, 총학생회 선거에서 4개의 선거운동본부(선본)가 선거운동을 벌였는데 이중 한 선본이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3차례 경고를 받아 후보 자격을 상실했다. 해당 선본이 경고를 받은 이유 중 하나는 당시 총학생회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글을 담은 선전물을 재학생들에게 나눠준 것 때문이었다. 이와 유사하게
N대학교에서도 개표 직전 한 선본이 상대 후보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 등으로 후보 자격을 상실한 일이 발생했다. Q대학교에서는 개표 당시 한 후보의 선본대표참관인이 투표용지를 지참하고 있어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대학생 김소라(가명, 21)씨는 "기성 정치판처럼 상대 후보를 강하게 비방하는 모습을 보며 반감을 느낀다"며 "투표를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기성정치판에서 쇄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요즘, 작은 정치판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에도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후보자와 선거운동원들이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아닌 매니페스토 운동을 통해 공정한 선거를 펼치고 재학생들과의 소통을 회복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 비슷한 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 이혜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총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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