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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소 미친교육 반대! 이명박 심판! 제80차 집중촛불문화제'가 열린 2008년 7월 26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촛불소녀'들이 무대에 올라 이명박 정권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며, 투표권이 있는 어른들의 투표를 호소하고 있다. (자료 사진)
 '미친소 미친교육 반대! 이명박 심판! 제80차 집중촛불문화제'가 열린 2008년 7월 26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촛불소녀'들이 무대에 올라 이명박 정권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며, 투표권이 있는 어른들의 투표를 호소하고 있다. (자료 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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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4·11 총선에서 20대의 투표참여는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절정을 이룬 20대의 투표참여 열기는 집권여당 '한나라당'의 15년 당명과 보수적 친재벌 정강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 버릴 정도로 폭발력이 컸다.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싸잡아 늙고 낡고 지루하고 매력 없는 정치집단으로 바라본다"(<정치의 몰락> 중)는 20대 정서의 바탕에는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있다. MB식 '불통정치'를 비판하며 촛불을 들었던 당시 고등학생들이 어느덧 대학생이 돼 '생애 첫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있다. 5일 인사동에서 2008년 촛불과 인연을 맺었던 4명의 대학생들을 만나 총선을 앞두고 한국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2008년 당시 고등학교 2학년생으로 그해 5월 이후 열린 모든 촛불집회에 '개근'했다는 이유진(22, 세종대 3)씨. 이씨와 친구들은 당시 <오마이뉴스>와 촛불소녀의 방담에서 "허경영이 대통령이 되면 그나마 웃기기라도 한다"며 "이 대통령은 국민이 싫다고 하는데 막무가내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떼쟁이"라고 재치 있는 입담을 과시했다. (관련 기사 : "국민이 싫다는데... 대통령은 떼쟁이인가" "배후 조종?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배웠다")

20대 청년으로 성장한 '2008년 촛불 소녀·소년들'

5일 대담에서 이씨는 "촛불집회가 정치적 사안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면서도 "촛불집회에도 불구하고 변하는 것이 없는 현실에 한계를 느껴 좀 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고 털어놨다.

2008년, 입시를 앞둔 고3 학생이었던 김지수(23, 경희대 4)씨는 당시 인터넷에서 열린 촛불관련 토론에 댓글달기를 하며 촛불과 인연을 맺었다. 그녀는 "촛불이 사그라진 이후에도 촛불집회가 우리사회에 던진 정치적 영향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자리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도 여전히 시민기자 활동과 SNS를 통한 정치토론 등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방에서 촛불집회를 경험한 강영호(22, 경희대 2)씨와 김자현(21, 경희대 2)씨는 "촛불의 경험으로 많은 사회참여활동을 했지만 혼란도 많았다"며 "20대의 투표율이 높아진 사회현상에 비해 일상적인 정치참여와 토론문화는 아직이다"라고 평가했다.

4년 전 비교적 다양한 형태로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이들이지만 공통적으로 정부·여당에 대해서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대표적으로 영호씨는 "측근비리와 불법사찰 등의 문제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인간적 실망감을 느꼈다"고 비판하면서 "새누리당의 좌클릭에 관심이 갔지만 부재자 투표에서 결국 민주통합당을 선택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들은 새누리당을 대신해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대변해줄 정당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졌다. 야권이 제시하는 '정권심판론'으로는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에 2% 부족하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새누리당과 진검승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활발해진 청년정치참여 움직임에 대해서는 청년들의 의제에 정치권이 관심을 갖게 된 부분을 반기면서도 단순히 청춘을 달래고 정치의 소모품으로 쓰려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를 표시했다. 또래의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부산 사상)나 이준석 새누리당 비대위원에 대해서는 '얼굴마담', '인텔리'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거리감을 드러냈다.

다음은 이들과의 대담 내용이다.

18, 19살에 촛불 든 4명... "2008년 진압 장면 큰 충격이었다"

2008년 촛불세대 대학생들이 4월 6일 인사동에서 4·11 총선을 앞두고 대화를 나눴다.
 2008년 촛불세대 대학생들이 4월 6일 인사동에서 4·11 총선을 앞두고 대화를 나눴다.
ⓒ 이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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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촛불집회와의 인연을 소개해 주세요.
이유진(이하 유진) : 당시 고2였는데 시험 기간이었어요. 광우병 관련 정보를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시험공부도 못하고 언니와 계속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봤죠. 광우병 관련 소식을 찾아볼수록 심각함을 느꼈어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당시 5월 이후 촛불집회는 다 갔어요. 그 당시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한 마음이다 보니까 재미있어죠. 나중에 가수 김장훈도 오고 윤도현도 오고 너무 좋았어요. 콘서트처럼 노래도 부르고. 몰론 단지 재미있기 때문에 참여 한 건 아니에요. 당시에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했죠.

김자현(이하 자현) : 당시 학교 편집부 활동을 했었어요. 특집기사 때문에 주제를 선정하고 있었는데 마침 광우병 관련 내용을 접했죠. 평소에 제가 살고 있는 전주지역에서는 시위가 거의 없었어요. 지방에 살면서 처음으로 접한 대규모 시위였죠. 헌법 1조 노래도 따라 부르고 서로 촛불 붙여주고 촛불집회 자체가 신선했어요. 학생들이 많이 왔었던 것 같아요. 저는 남자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집회장에서 옆에 보면 여고생들이 자주 보이고….

강영호(이하 영호) : 집회장에서 피어나는 사랑?(웃음)
자현 : 대학교 학생회장들이 나와서 발언하고 시민들이 발언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끝났을 때 길을 막고 있다가 정리를 하잖아요. 그때 한일 월드컵 당시와 같은 느낌을 받았죠.

유진 : 촛불 때문에 촛농 떨어지니까 다 같이 긁으면서 치우고….
자현 : 쓰레기 한군데다 모아두고….

김지수(이하 지수) : 저는 그때 고3이었어요. 신문이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촛불집회에 대해 알았죠. 그 당시에 인터넷에서 광우병 문제를 다룬 웹툰 만화가 있었는데 그걸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아 진짜 문제구나 생각이 들었죠. 고3이라 촛불시위에 적극 참여를 못하는 대신에 거기서 열심히 댓글을 달았죠. (웃음)

영호 : 당시 체육시간에 축구를 하다가 인대를 다쳤어요. 수술을 하고 열흘 정도 입원하면서 완전히 사회랑 단절되어 있었거든요. 근데 딱 퇴원하고 나왔는데 인터넷에 시위영상이 뜨는 거예요. 시위진압 과정에서 물대포를 쏘는 모습이 당시에 완전 충격적이었거든요. 그게 딱 근현대사 시간에 배운 민주화 운동과 오버랩 되더라고요. 궁금해서 촛불집회에 대해 찾아봤어요. 정치적 선동이라는 의견도 있었고 아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와서 하는 거다 다양한 의견이 있었죠. 정치적 사안에 엄마들이 유모차 끌고 나오는 것도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촛불집회, 사회·정치 관심 촉발... 바뀌지 않는 현실에 한계 느껴"

2008년 촛불집회 당시 고2 여학생이었던 이유진씨
 2008년 촛불집회 당시 고2 여학생이었던 이유진씨
ⓒ 이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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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집회가 이후에도 여러분들의 정치참여에 영향을 미쳤나요?

유진 :
촛불집회를 한 달 정도 나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아, 이렇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구나 라는 생각을 했죠. 그 뒤로도 교육감 선거 당시에 학생의 입장에서 교육감 선거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글을 기고하기도 했어요. 촛불집회는 내 스스로 조금 더 정치적인 것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였죠.

자현 : 촛불집회 이후 사회문제에 대한 참여활동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촛불이 이 방향이 옳은지에 대해 답을 준 적은 없었거든요. FTA 반대 시위도 나갔었고 '희망버스'에도 탔었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 무엇이 옳은지 알고 싶었어요. 당시 사회문제에 대한 진보진영의 주장에 공감했어요. 그러나 방법적인 부분에서도 옳았었나 하는 의문도 여전히 남아있죠.

지수 : 촛불집회 이후 촛불이 우리사회에 미친 정치적 영향에 대한 토론회에도 참여했고 관련 책에도 관심을 가졌어요. 이를 통해 시민으로서 정의롭지 못한 국가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이 있구나 하는 것도 느꼈죠.

- 촛불집회 이후에도 4대강 문제, 용산참사, 한미FTA와 같이 주요 정치·사회적 이슈에 참여했나요?
유진 : 아니오. 촛불집회 당시는 정말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참여했는데, 언론에서 생각 없이 휩쓸렸다고 왜곡하니까 가기가 꺼려지더라고요. 두 달 넘게 촛불을 들었는데 협약 체결하는 것을 조금 미루는 정도였어요. 해낼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는 한계에 부딪힌 것 같아요. 집회를 해도 변하는 건 없으니까 점점 참여를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자현 : 점차 시들어 간 것 같아요. 지루해 졌다고 해야 되나. 예를 들어서 반값등록금 시위를 계속했잖아요. 근데 결국에는 실현이 안 되고, 한미FTA도 열심히 했었는데 통과되니까 허탈했어요. 보람을 얻지 못하니까 있는 관심도 떨어져나가는 것 같아요.

지수 : 촛불이 갖는 의미가 평화·비폭력인데 이제는 반값등록금 집회에서도 촛불을 꺼내들잖아요. 문화제라든지 집회성격이 바뀐 건 좋은데 너무 흔해졌다고 해야 하나 너무 상투적이라고 해야 하나. 시위의 진정성이 사람들에게 잘 안 와닿는 것 같아요.

영호 : 전 개인적으로 제 정치적 성향을 누가 물어봤을 때 보수다 진보다 얘기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지만, FTA 시위나 반값등록금 촛불시위에 참여를 했어요. 저는 한때 유시민씨가 쓴 책을 읽고 한미FTA를 꼭 해야 된다는 입장이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읽었던 책의 저자가 그 한미FTA 반대 시위에 나와서 마이크를 잡고 있는 거예요. 유시민씨가. (웃음) 그때 상당히 충격적이었어요. 저는 FTA를 찬성하는 제 입장에 대해 나름의 프라이드가 있었거든요. 그런 느낌을 가지게 해준 사람이 몇 년이 지난 다음에 거기 앞에 딱 서있는 거예요. 그러면서 같이 참여했던 선배들도 거기에 대해서는 전혀 해답을 주지 않더라고요. 그냥 구호만 외치고 있을 뿐이지.

반값등록금의 경우에도 취지는 좋은데 정확하게 반값등록금이 뭔지를 짚어주는 그런 주체가 없더라고요. 반값등록금 실현은 어떻게 할 것이며 구체적인 방안은 있는지 그런 것에 대한 해답은 주지 않고 그냥 구호만 외치다 보니까 제가 지치더라고요. 이런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대학생들이 시위하고 있으니까 어른들한테 떼쓰는 느낌. 회의감이 들었죠.

유진 : 정치적 사안에 대해 관심은 있어요. 다만, 수만 명 중에 1명으로 집회에 나가서 내 의견을 표출했을 때, 국가 정책에 내 의견이 반영이 안 되고 공권력에 의해 무시당하고 억압당하는 경험을 거치며 어느 정도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죠.

지수 : 저는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사람들이 사회적 사안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포털에 나의 의견을 알릴 수도 있는 거고, 학내에 대자보를 쓸 수 도 있는 거잖아요. 다시 한 번 광우병 촛불집회 처럼 전 국민의 사회참여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자기가 속한 공간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 2010년 6·2 지방선거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는 참여했나요?
자현, 영호 : 투표권이 없었어요.
지수 : 저는 2010년 지방선거에 참여했죠. 그 때는 후보 보다는 당만 보고 결정했어요. 반MB 정서 때문에 민주당을 찍었죠.
유진 : 저는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를 했는데 야권을 지지했어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찍으면 왠지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강했죠. 내 생각과도 안 맞았고요.

"새누리당 싫어서 야권 찍어... 'MB 비판'이 다가 아니야"

2008년 당시 전주에서 촛불집회에 참가한 김자현씨
 2008년 당시 전주에서 촛불집회에 참가한 김자현씨
ⓒ 이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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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청년들의 투표율이 이례적으로 높았죠. 촛불의 경험이 정치참여를 확대시켰다는 분석이 많은데?

자현 : 약간 비약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틀린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촛불집회 당시의 정서가 이후 정치참여에 영향을 준 것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솔직히 좋은 경험이었거든요. 2008년 당시의 촛불집회는 신선했고 내가 무엇인가를 바꿔 볼 수 있다는 생각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그런 기억들이 잠재적으로나마 남아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지수 : 굳이 촛불 때문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삶은 계속해서 나아진 적이 없으니까요. 20대의 정치무관심에 대해 '20대 포기론, 개XX론'이라며 비판도 나왔잖아요. 근데 사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죠. 다만 계기가 없어서 안 하거나 못하는 것이지.

자현 : 그런데 일상적으로는 정치를 이야기 하지는 않죠. 정치인도 이정희, 유시민 정도는 알법한데 누구야 막 이러고.

영호 : 맞아요. 지난해 10·26 보궐 선거 때 과 친구에게 박원순 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권유했더니 싫다고 그러더라고요. 정치성향으로 봐서 한나라당을 지지할 것 같지 않은 친구라 왜 싫으냐고 물었더니 박원순, 한나라당이잖아 이러는 거예요. 어이가 없어서.(모두 웃음) 신문 좀 보고 살아라 그랬어요. 그 친구는 박원순과 나경원이 모두 한나라당 후보로 경선하는 줄 알 고 있었던 거예요… 주변에서는 정치 이야기 하면 욕먹죠.

자현 : 술자리 가면 무조건 연예인 이야기 하고…
지수 : 그 표정 알아? 그런 이야기 꺼냈을 때 뭐야 하는…(웃음)

- 이번 4·11 총선에 대해 이야기 해보죠. 젊은 층에서 MB정권에 대한 반감이 높고 야권에서는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왔는데?

자현 : 새누리당이 싫어서 야권을 찍는 거지 민주통합당이 좋아서는 아닌 것 같아요.
영호 : 저는 지역구가 해운대구예요. 부산이지만 개인적으로 야권성향이라 이번에 비례대표 투표에서 민주통합당을 선택했죠.(영호씨는 대학 내에서 부재자 투표를 했다) 그런데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했어요. 통합진보당은 공약실현 가능성이 의심되고요. 그러면서 많은 고민을 했죠. 새누리당이 로고도 바꾸고 좌클릭을 하면서 무엇인가 새로운 공약도 내고 나름의 비전도 보였어요. 그런데 민주통합당은 너무 반MB, 이명박과 박근혜를 묶으려고만 하고 그 이상의 무엇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결국 새누리당은 찍지 못했어요.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지수 : 반MB는 처음에는 진정성을 가졌을지 몰라도 지금 야권에서 너무 우려먹는 것 같아요. 촛불당시는 정말 이명박이 잘못을 했고 그것에 대해 국민들이 막 끓어 올랐죠. 그런데 이젠 MB만 까면 다가 아니다 라고 생각을 하잖아요. 지금 야권에서 꺼내는 '이명박근혜'라는 말이 있는데, 그냥 억지로 끼워 맞추기로밖에 안 보여요. 왜 MB와 박근혜를 거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진정성을 제시해야지 그냥 둘을 이어 맞추며 반감을 조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영호 :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상당히 똑똑한 사람이라고 봤어요. 그리고 2007년에 국민들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그를 선택한 결정도 이해가 가요. 노무현 정부가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살렸지만 경제는 실패했다고 국민들이 판단한 거죠. 제가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면 저라도 그랬을 거예요. 그런데 시장논리에 경도된 것이나 측근비리 그리고 최근의 사찰 문제를 보면 보수적 정치인이라 싫은 것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 너무 실망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에 대해 박근혜의 새누리당은 이명박과 아예 갈라선 것 같아요. 저는 야당이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 정권을 바꾸고 싶다면 이명박을 상대할 것이 아니라 박근혜 새누리당의 실체에 대해 공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임기 말년의 대통령을 공격해 봐야 얻을 게 없죠. 제가 봤을 때, 새누리당이 기본 지지율도 있고 나름의 비전이 통하는 것도 같고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이기기 힘들 것도 같아요.

"청년 정치인들 '얼굴마담' 같아... 손수조, 청년 이미지만 베껴 와"

4·11 총선 부재자 투표에서 "최선 대신 차악을 선택했다"는 강영호씨
 4·11 총선 부재자 투표에서 "최선 대신 차악을 선택했다"는 강영호씨
ⓒ 이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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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청년들의 직접적인 정치참여 움직임이 활발했죠. 야당의 청년비례대표나, 이준석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그리고 손수조 후보 같은 청년 정치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지수 : 청년이 뜨거운 의제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그 전에 안철수 교수가 하는 청춘콘서트를 보면서 청년의 문제가 우리사회에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가 되었다고 생각은 했어요. 청년비례대표는 청년을 대표하는 사람에게 의석을 주는 거니까. 아 이 제도가 잘 되면 우리를 대표할 수 있겠구나 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청년비례에 응모한 사람들을 보면서 이들이 정말 우리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정당에서 오랫동안 정치인턴을 하고 의원들을 도와주면서 정치 감각을 익혔겠지만 거리감이 있죠. 이준석 같은 경우는 완전히 인텔리잖아요.(웃음) 하버드 나오고….

자현 : 나이만 젊지 생각하는 건…
유진 : 신선한 느낌은 들어요. 그런데 젊은 사람들이 나오는 걸 보면서 저들이 뭘 할 수 있을까 이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왠지 자기가 속한 당 안에서도 무시당하고 의견을 잘 낼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영호 : 손수조씨는 저와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아요. 그런데 저는 그 분이 좀 불쌍해요. 얼굴마담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할까. 정치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나 소신이 있어야 하는데 공약도 새누리당에서 제시한 걸 그대로 따르는 것 같아요. '존경하는 박근혜 대표님' 이러면서… 그저 문재인의 파급력을 낮추기 위한 수단. 괜히 야권에서 온갖 공세는 다 받고… 불쌍했어요.

자현 : '정치권의 평균연령 낮추기'로 보였어요. 소신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도 들고요. 위에서 치면 못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이벤트성 행사 같은 느낌을 받았죠.
유진 : 그렇게 얼굴마담으로 후보를 들이미는 것이 장기적으로 어떤 효과를 가질 것 같지는 않아요.

지수 : 손수조 후보가 거물인 문재인 후보와 맞붙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이 몰렸잖아요. 언론에서 한 번씩은 다 취재해 가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손수조 후보가 청년의 이미지만 베껴 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손 후보가 자기도 88만원 세대라고 한 순간 저자 우석훈씨가 88만원 세대가 너무 많이 이용당한다고 절판을 선언 했잖아요. 그리고 3000만 원으로 선거 뽀개기 그 공약도 지키지 못하고 그런 시행착오들을 보면서 실망감이 들었죠. 민주통합당의 청년비례대표라든지, 통합진보당의 위대한 진출 같은 것도 그나마 대표성을 띨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까지는 의문이에요.

촛불 이후에도 시민기자 활동과 SNS를 통해 사회참여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김지수씨
 촛불 이후에도 시민기자 활동과 SNS를 통해 사회참여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김지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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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정치인이 청년을 대표할 수 있다고 보나요?

지수 :
청년들의 아픔을 체감하는 사람이요.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에 지원한 분들 중 경제적 이유로 대학교 중퇴하고 계속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청년세대의 아픔을 고민하던 분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안 됐더라고요. 그런걸 보면 일반 대학생이 국회의원이 될 수는 없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죠.

유진 : 지금 정치인들이 대부분 40~50대인데 그분들이 청년시절을 겪었다고 해도 그들이 겪은 1980년대와 지금은 너무 다른 사회적 조건이니까 저희를 대변하기가 쉽지 않겠죠.

- 청년당이 청년세대의 아픔을 해결하겠다고 나왔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지수 : 젊은 세대가 청년당을 잘 알까? 자세히 몰라서…
유진 : 시작하는 시기이니까 당연히 힘들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일단 그들이 청년의 의견을 대변해 준다면 그 자체가 긍정적인 것 같아요.
자현 : 관심은 가는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확신이 없죠.
유진 : 시간이 지나서 믿음을 주고 혁신적인 정치를 한다면 표를 줄 수 있겠죠. 지금은 확신이 없지만.

- 이후에 청년들의 정치참여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지수 : 최근 청년의제가 정치의 전면에 나타난 건 청년들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중요해지면서 (정치권이) 다루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청년들의 아픔을 그냥 달래는 정도로 소모되는 것 같아요. '아프니까 청춘이다' 처럼. 청년 관련 책들도 봇물을 이루는데 개뿔, 우리가 지금 달라진 게 있나요. 이를 넘어서기 위해 청년들의 아픔을 겪은 이들이 우리의 대표로 정치에 참여하고 정말 열심히 뛰어다녀야죠. 우리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요.

유진 : 청년 정치인이 당선 된다고 해도 지금 당장 당내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해요. 청년들을 생각하고 젊은이들을 위해 일을 하고 싶다면 본인들의 힘을 키워야 하지 않을 까요.
지수 : 가장 이상적인 것은 정치권에서 청년들의 의제를 같이 끌어안고 가는 것이라고 봐요.

자현 : 젊은 후보를 낸 다음에 당에서 연륜 있는 정치인들이 그 후보를 기술적으로 도와주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지수 : 저 같은 경우에는 SNS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토론하면서 소통했어요. 특정 정치 사안에 대해 궁금하거나 입장이 다르면 염치 불구하고 이건 왜 이런 겁니까, 이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이건 좀 아닌지 않나요 용감하게 질문을 던졌는데, 답이 돌아오더라고요. 우리 청년들도 학교나 주변에서 서로 토론할 수 있는 이들을 찾아보는 것도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 이동철, 이혜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4.11 총선, #20대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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