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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무슨 자기 회사에요? 대통령 마음대로 하게."

"국민들이 싫다고 하면 그만둬야죠. 무슨 '떼쟁이'도 아니고."

"허경영이 대통령 됐으면 웃기기라도 하죠. 이건, 목숨을 구걸해야 하니."

 

여고생들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그리고 당당했다. 유쾌한 웃음으로 최고 권력자를 비판하는가 하면, 교과서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인용하며 자신들의 권리를 이야기했다. 지난 며칠 동안 청계천 광장에서 교복을 입은 채 "미친소 너나 먹어!"라고 외친 그 '포스'가 그대로 느껴졌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1일 여고생 7명을 서울 상암동 사무실로 초대해 약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모두 최근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여해 미국산 쇠고기 반대를 외쳤던 여고생들이다.

 

모두 서울 소재의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로 지난 9일과 10일 촛불문화제 현장에서 섭외했다. 1학년 안지현·조아현, 2학년 오미선·김지혜·강유진 3학년 조아람·이수연 학생은 흔쾌히 방담에 응했다. 물론 이들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학생들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름과 학교를 밝히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가슴속에 할 말이 가득해도 학생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언론에서 사회와 교육 문제를 이야기하는 건, 아직 우리 교육환경에서는 부담되는 일이다. 그래서 <오마이뉴스>도 신분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많은 중고생들이 광장으로 나올 것이란 예상은 누구도 못했다.

교복 복장에 한 손에 촛불을 들고 춤을 추며 "광우병 쇠고기 막아내자!"고 외치는 '놀라운 소녀들'의 탄생은 기성세대에 충격 그 자체였다.

 

이들은 왜 광장으로 나왔을까. 그리고 처음 잡아보는 촛불에서, 사람들과 함께 외치는 구호 속에서 이들은 무엇을 배웠을까. '배후조종' 공세 속에서도 이들이 촛불을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물음에 대한 일곱 '원더걸스'의 대답은 아래와 같다. 참고로 방담이 진행됐던 상암동의 한 식당 사장은 이들의 대화를 엿듣고 이렇게 평가했다.

 

"학생들 말이 가슴에 팍팍 박히네요. 시원합니다."

 

내용이 길다. 하지만 10대의 생각을 알고 싶다면 한번 쯤 '스크롤바의 압박'을 극복하라고 권하고 싶다.

 

 

- 어떤 계기로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나.

강유진 "이명박 대통령을 믿을 수 없어요. 미국산 쇠고기를 마구잡이로 개방해놓고 언론에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잖아요. 그래 놓고 소비자의 몫이니 하면서 알아서 하라는 식이잖아요." 

이수연 "취임 2개월 만에 20%대 지지율, 이거 정말 기록 아니에요? 이명박 대통령은 나같이 19년 동안 정치에 관심 없던 사람을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였어요."

오미선 "저는 MBC <피디수첩> 보고 정말 열 받았어요." 

강유진 "지금 정부를 보면 현대판 언론 통제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인터넷을 자주 접하는 10대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조아현 "얼마전 촛불문화제 자리를 정리하는데 어른들이 와서 이러더라고요. '우리는 이런 거 주위 눈치 보느라 잘 못하니까 너희들이 열심히 해 달라.' 그래서 더 열심히 해요.

 

"마구 개방하고선 알아서 하라? 이명박 대통령 믿을 수 없어요"

 

- 촛불문화제에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는 게 놀라웠다. 왜 학생들이 많다고 보나.

김지혜 "선생님들은 교과서를 펴고 민주주의를 가르치잖아요.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도 가르치고요. 그런데 갑자기 이런 식으로 무시하니까 정말 화나더라고요."

이수연 "사회책 첫 장을 펴면 이런 말이 써 있어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말대로 한 거죠."

조아람 "주위 친구들이 급식 때문에 많이 걱정해요. 조류 독감 퍼지면 닭고기가 많이 나오는 게 학교급식인데 광우병 소가 들어오면 어떻겠어요."

 

- 그런데, 왜 유독 여고생들이 많이 참여 했을까.

안지현 "여학생들이 먹는 것에 많이 민감해서 그런 것 같아요."

강유진 "글쎄요. 여자들은 학교 가면 서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서 그런가?"

이수연 "남자애들도 많이 참가해요. 심한 발언 하는 애들도 많던데."

김지혜 "여고 애들은 몰려다니는 경향이 있으니까 다 연락해서 데리고 나오는 것 같아요."

오미선 "우리야 이런 기회를 줘서 대통령께 감사할 따름이죠. 반어법으로.(웃음)"

강유진 "<피디수첩>에 소송을 걸어서 더 고마운 것 같아요. 더 이슈화 시켰잖아요"

이수연 "편파보도 하는 게 누군데, 누가 누구한테 소송을 걸어요?"

조아람 "참여정부 때는 (조중동이) 한국인이 더 잘 걸린다 등의 말을 하더니···. 아 열받아서 이젠 말이 꼬이네."

이수연 "요즘 조중동을 보면 어찌나 시대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시는지···. 근데 그런 건 별로 배우고 싶진 않아요."

 

- 말이 나온 김에 이야기를 해보자. 학생들이 보기에 요즘 언론의 모습은 어떤가.

김지혜 "광우병 소동 전부터 언론이 편파적인 것은 알고 있었어요. 신문들의 말이 너무 달라서 무엇을 봐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한겨레>와 <조선>을 같이 볼까 했었는데, 이번에 보니 조중동은 영 아닌 것 같아요."

강유진 "조중동의 편파보도는 정말 심한 것 같아요. 자꾸 확률 따지는 보도도 속상하고."

조아람 "자꾸 확률 이야기하는데, 그중에서 걸리는 사람은 어떻게 해요?"

 

- 이번이 처음 집회 참여인가.

강유진 "저는 처음이에요. 그 전엔 뉴스도 잘 안봤어요."

이수연 "19년 동안 사회에 관심 없이 살았다니까요."

조아람 "효순이 미선이 사건 때 참석해봤어요. 그런데 그때는 자의가 아니었고, 선생님이 경험삼아 가보라고 한 거였어요. 그러나 이번에는 스스로 생각해서 나왔어요."

 

"19년간 사회 관심 없었는데, 이제 '21세기 유관순'이라 불러요"

 

- 경찰에서 불법집회라며 제재 방침도 이야기하는데, 망설임은 없었나.

강유진 "불법집회란 말도 있고 난리도 아니어서 망설였는데, 집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어요. 나중에 일이 커지면 내가 아무것도 안했다는 죄책감이 클 것 같아서 나갔죠. 그래서 시험 기간임에도 학교에서 큰 일 났다고 떠들고 다녔어요. 근데 애들이 잘 안 들어줘서 속상했어요. 그래도 집회 가서 사람들 보니까 '나만 하는 게 아니구나' '뜻이 같은 사람도 많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이수연 "촛불문화제에서는 정말 사소한 거 하나하나가 감동으로 다가왔어요. '양초에 불 붙여 줄까요?' 이 말이 그렇게 좋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에요."

김지혜 "맞아, 촛불에 머리 탔나 서로 만져주고."

조아라 "저는 무대에서 춤도 춰서 창피했지만 좋았어요. 언니 오빠들 완전 환영해주고."

 

- 고등학생들인데, 공부 걱정은 없었나.

이수연 "수능 잘 보면 뭐해요? 광우병 때문에 죽을 수도 있는데···."

강유진 "맞아요. 그래서 정말 공부가 안 됐어요."

이수연 "시험기간인데도 광우병 때문에 세 시간씩 인터넷 검색하고 그랬는데, 한 번 시작하면 끝낼 수가 없었어요."

안지현 "아는 언니는 알바 빼고 촛불집회 자꾸 나오다가, 편의점에서 짤렸어요."

 

 

- 학교에서 친구들이 미국산 쇠고기 문제 이야기를 많이 하나.

김지혜 "많은 얘기가 오가죠."

조아람 "시험기간 때는 억눌려 있으니까 뉴스 보면 참 재미있잖아요. 그래서 시험 기간에 오히려 더 뉴스를 많이 보고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학생들 갑자기 말이 빨라지기 시작했고, 목소리 톤도 높아졌다.)

 

강유진 "저는 시험 포기하고 촛불 문화제 갔어요. (웃음) 광우병 정보를 알아보니 도저히 공부가 되지 않았어요. 지금 시험이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조아현 "저도요. 1일부터 시험이었는데 2일, 3일 다 촛불문화제 갔어요.(웃음)"

김지혜 "시험기간에 <피디수첩> 방송돼서 애들이 공부가 아닌 광우병 얘기만 했어요."

이수연 "'시험이 끝나기만 해봐라' 이런 식으로 벼르고 있던 애들이 많았어요. 근데 제가 열심히 광우병 문제 외치고 다니면 애들이 무슨 투사 취급을 하기도 했어요."

조아람 "맞아. '21세기의 유관순이다' 이런 식으로요.(웃음)"

강유진 "불법집회, 제재조치 이런 말 나오니까 걱정하는 애들도 있었어요. 나한테 '내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연행되면 어쩌냐' 이런 식으로요. 지금이 무슨 독재시대도 아니고.(웃음)"

김지혜 "우리반에 일본인 친구가 있는데, 자기도 촛불문화제 나가고 싶다고 했어요. 일본에 있는 친구에게도 말했더니 '정부 왜 이러냐, 미친 거 아니냐' 하면서 격분하더라고요." 

 

- 학교는 촛불문화제 참여에 대해 어떤 견해인가. 

조아현 "우리 학교는 '교복만 입고 가지 말라'고 하던대요."

강유진 "저희는 선생님마다 다른데요, "꼭 가라"는 선생님도 있고, 말리는 분도 계세요."

조아람 "학교마다 선생님마다 다 다르게 지도하는 것 같아요."

김지혜 "대체로 보면 젊은 선생님들은 참여를 독려하는 것 같고, 나이든 선생님들은 막으려 하는 것 같아요."

조아람 "특히 비정규직 선생님들은 정말 말씀을 안 꺼내죠. 아니 못 꺼내는 거죠. 무서워서."

김지혜 "인터넷의 영향도 상당히 큰 것 같아요.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말씀 하시는 것, 비디오 보여 주는 것 등이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강유진 "어떤 학교는 촛불문화제에 참여하지 말라고 방송으로 내보낸다고 해요."

이수연 "우리 학교가 그랬어요. 점심시간에 방송으로 촛불문화제 가지 말라더라구요. 그래도 저는 그냥 갔어요." 

 

 

-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학생들 배후 조종세력이 많다고 했는데. 

안지현 "누가 시킨다고 학생들이 야밤에 촛불 들겠어요? 우리가 바보예요?"

조아현 "자꾸 배후조종 이야기하는데, 학생들은 싫은 거 절대 안해요."

김지혜 "촛불문화제 나가면 벌점을 주고, 징계까지 하는 학교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교복입고 절대로 언론 인터뷰 하지 말라고. 학교 난처해지니까요."

오미선 "왜 우리가 그런 눈치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학교에 피해간다는 이유로 내 이름과 학교 이름도 밝히지 못하고. 내가 왜 그래야 해요?"

이수연 "본명, 학교, 교복비표를 우리가 왜 가려야 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 돼요."

 

"놀이 문화 없으면 시위하나? 급식은 끊을 예정"

 

- 그래도 일각에서는 계속 누군가 학생들을 배후 조종한다고 하는데. 

강유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어."

오미선 "참나, 우리를 밖으로 몰아낸 게 누군데."

이수연 "국민들 분노 잠재울 생각은 안하고, 여론이 뜨거우니 임시방편으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광우병 다 퍼지고 하면 뭐합니까. 정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게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에요. 검역주권도 다 포기하고 이게 현대판 조공이죠."

오미선 "물건을 살 때도 파는 사람이 이거 사라마라 하지 않잖아요. 사는 사람이 고르는 건데 왜 우리가 눈치를 봐야하는지···."

 

- 학생들 촛불문화제 참여를 두고 '놀 거리가 없어서 그렇다' '연예인 때문이다' 등등의 말도 있었는데.

조아람 "학생들이 놀 거리가 없어서 나왔다고? 놀 거리 없다고 시위나가나요?"

김지혜 "청소년들이 촛불문화제에 나가는 게 연예인을 선망해서라는데, 그건 말도 안 돼요. 나도 연예인 팬이지만, 제 생명권이 더 큰 이유 아닌가요. 생각 없이 연예인 때문에 나가고 그러진 않아요. 그런 식으로 학생들 비하하면 정말 화나요. 그래서 더 나가는 것 같아요."

 

- 학교 급식도 말이 많은 것 같다.

김지혜 "중식, 석식 다 끊을 거예요. 도시락 싸 갈 거예요."

강유진 "저는 지금도 안 먹어요."

조아현 "저는 석식이라도 안 먹으려고요."

오미선 "쇠고기가 들어간 음식이 많잖아요. 우려내고, 다져 넣고 등등. 불안해요."

이수연 "공무원들도 '우리가 마루타냐'고 반발했잖아요. 정말 우리가 마루타에요? 무슨 코미디도 아니고."

 

(순간 모두들 "짜증나"를 연발했다. )

 

안지현 "미국산 쇠고기 이명박 대통령이 먼저 1년 동안 시범적으로 먹었으면 좋겠어요."

강유진 "나는 미국산 쇠고기 생각 때문에 밥을 몇 끼 못 먹었어요."

이수연 "다이어트가 절로 된다니까."

안지현 "이명박 대통령이 전국민을 다이어트 시키고 있어."

오미선 "광우병 걸릴 것 같으면 안 먹으면 된다고요? 그 전에 안 들여오면 되잖아요! 미국가서 뭘 받았는지 참···. (캠프데이비드에서) 카트까지 운전하면서···. 내가 창피해서···.(웃음)

강유진 "나도 그거 보고 정말 '쪽팔렸어'.(웃음)"

 

- 촛불문화제를 막는 어른들의 논리는 '학생들은 공부나 하라'는 것이다.

강유진 "상황이 이런데 어린 학생들은 모이지 말고 공부나 해라? 이런 이야기 정말 못 들어주겠어요. 제발 그런 말 안 했으면 좋겠어요."

이수연 "4.19나 5.18 그리고 87년 민주화 운동도 학생이 주도했잖아요."

오미선 "얼마 안 있으면 우리도 사회인 되잖아요." 

이수연 "저는 1년만 지나면 유권자예요."

 

- 많은 교육청 직원들이 그동안 촛불문화제 현장에 나왔는데, 두렵지 않았나.

조아현 "한심했어요."

이수연 "저렇게 사는 분들도 있구나 싶더라구요."

김지혜 "시대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 요즘 학생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이수연 "이런 말이 있잖아요. '광우병에 걸려, 의료보험 안 돼 죽으면 대운하에 뿌려 달라.'

조아람 "본인 임기 때 어떤 업적을 쌓으려고 욕심부르는 것 같아요."

이수연 "이명박 대통령의 장점으로 추진력을 뽑잖아요. 그런데 추진력은 말이 되는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 때 쓰는 말이죠. 그게 아니면 노망인거죠." 

조아람 "맞아 노망이야.(웃음)"

이수연 "사람들이 그래요. '이명박 대통령 벌써 미국산 쇠고기 먹은 거 아니냐'고."

강유진 "'이명박 대통령은 뇌가 없어서 광우병 걸릴 위험이 없다'는 말도 있어요"

 

(일동 웃음.)

 

조아람 "또 있어요. 2메가바이트(MB)가 20년 전에는 충분한 용량이었지만 지금은 택도 없 없다고."

강유진 "4월 27일까지 대통령 미니홈피에 욕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28일부터 욕설이 쏟아져서 결국 문 닫았잖아요." 

조아람 "허경영씨 홈페이지 가보세요. '이명박 좀 어떻게 해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댓글 엄청 많아요. (웃음)"

강유진 "'허경영이 대통령 됐으면 재미라도 있지.' 이런 댓글도 있어요."

김지혜 "'눈빛만으로 이명박 좀 고쳐주세요'라는 글도 있고. (웃음)"

이수연 "아, '아이큐 480의 정책을 펼쳐주세요'라는 글도 있어요."

 

(모두 한동안 크게 웃으며 "맞아" "맞아" 연발.)

 

오미선 "제 동생이 초등학교 2학년인데 걔가 TV보며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사람들이 이렇게 안 원하는데 왜 추진하려 하는 거야?' 이게 맞는 말 아닌가요. 국민을 섬긴다고 하면서 왜 말을 안 듣는지. 위험하고 안하고를 떠나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하지 말아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아예 말을 안 듣잖아요. 무슨 '떼쟁이'도 아니고."

김지혜 "우리가 왜 가명을 쓰고 학교를 가리고 사진까지 찍으면 안 되는지 너무 서글퍼요."

이수연 "지금도 사람들 자극시키고 공포 유발하는 건 정부잖아요. 국민들이 다 불안해서 들고 일어나는 것이잖아요. 지금은 믿음을 심어줘도 모자랄 판인데, 불신을 심어주고 있으니 정말 답답해요."

 

"국민이 싫다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떼쟁이'"

 

- 이명박 정부 들어 교육문제도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김지혜 "정부 당국자들이 학생 신분으로 돌아와서 체험해 봤으면 좋겠어요."

조아람 "0교시, 야자 이런 것들 지금까지 해왔던 것이라 불법인줄 몰랐어요."

오미선 "신문을 봐도 우반인 애들은 당당하게 사진 다 나오는데, 열반 애들은 모자이크 처리돼서 나와요. 정말 웃기지 않아요?"

김지혜 "우리 학교는 지금도 영어 우열반 있어요. ABC반 이러면 티 나니까 다른 이름으로 해요."

강유진 "그대로 애들은 다 알죠. 그것이 결국 우열반이란 걸 말이에요."  

김지혜 "학원 12시까지 하는 것도 불법인 줄 몰랐어요."

강유진 "우리 학교에서는 분반하는 게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해요. '이게 평등한 거다. 수준에 맞춰서 하는 거니까'라고 해요."

이수연 "그리고 수학이나 과학 등 영어로 한다는 과목은 한국말로 해도 못 알아듣는데 영어로 한다니요?"

김지혜 "알아듣는 학생과 못 알아듣는 학생의 격차만 더 벌어질 것 같아요."

이수연 "대통령도 미국 경영인들 왔을 때 'you are here?'(맞는 표기는 Are you here?")이러지 않나요? (웃음) 정말 이명박 대통령은, 스스로 대통령이 아니라 기업 경영자인 줄 아는 것 같아요."

 

-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미국산 쇠고기에 분노하는 것 같나.

조아람 "정부가 광우병에 관한 논문 같은 거 다 무시하고 변명만 늘어 놓잖아요."

이수연 "정부는 자기들 유리한 것만 보는 것 같아요."

강유진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 하는 거 보고 정말 놀랐어요. 어떻게 그렇게 말이 바뀌냐."

김지혜 "아주 돌겠더라."

강유진 "어떻게 광우병을 복어 요리에 비유해요?"

조아람 "복어 요리사는 자격증이라도 있지."

이수연 "정부 정책이 퇴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치아감별법을 한다니요?"

강유진 "어떻게 이빨로 나이를 구분 합니까." 

이수연 "정말 웃음도 안 나와요. 우리가 먹는 식품 안전을 왜 미국이 지켜줍니까. 그리고 뭐 우리의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고요? 자기들도 계속 그렇게 먹어놓고선. 누가 누구보고 바꾸라는 거예요?"

 

 

- 어른들이 촛불문화제 참여 막으려 할 때 기분이 어떤가. 

이수연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는 건지 모르겠어요. 제 권리 행사하는 건 국민의 기본권 아닌가요? 만날 책으로는 그렇게 가르치면서."

오미선 "국민 기본권보다 우위에 있는 권리가 뭔지 궁금해요. 청소년들이 이렇게 나서는 게 처음이라 두려운가 봐요."

조아현 "학생들이 워낙 많으니까 학생들 힘이 무서웠나 봐요."

 

- 여러분들을 바라보는 부모님들의 생각은 어떤 것 같나.

이수연 "엄마한테 '나 시위 같다왔어'라고 말하면 엄마는 '네가 그런데 안 갔으면 좋겠어'라고 말해요. 그러면 저는 '난 엄마가 광우병 안 걸리고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라고 대답하죠."

강유진 "'왜 그런데 휩쓸려서 공부안하고 뭐하는 것이냐, 설마 대통령이 국민들한테 폐를 끼치는 일을 하겠냐.' 이런 말을 하기도 하죠. 하지만 부모님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뽑은 게 경제 살려달라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국민들이 목숨을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조아람 "이명박 대통령도 가난했던 시절 있었잖아요. 지금 미국 소 들어오면 피해볼 사람들은 뻔하잖아요."

김지혜 "광우병에 걸려서 이명박 대통령 손자랑 결혼하자는 농담도 나오고 있어요.(웃음)"

 

-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경험이 앞으로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나?

오미선 "좋을 것 같아요. 나중에 역사의 한 장면에 나올지도 모르는데."

강유진 "나중에 정말 뿌듯할 것 같아요."

이수연 "역사 교과서에 한 줄 나올지도 모르잖아요. 폭력적이지 않게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줄 아는 방법을 배운 것 같아요."

오미선 "하지만 이게 아무리 자랑스럽다 해도, 좀 서글픈 것 같아요."

조아람 "내가 왜 이 나이에 밖으로 나와야 하는 건지."

이수연 "지금 공부하는 것만 신경 써도 머리 아픈데, 무역협정문까지 읽고 있어야 하니 오죽하겠어요."

안지현 "학교에는 이렇게 나서는 애들이 사실 많지는 않은데 직접 한번 나와 보면 정말 뿌듯해요."

조아현 "난 젖소 모양 옷 입고 돌아다녀보니까 정말 재밌어요. 인터넷 뉴스에도 떴어요. '깜찍한 젖소천사'라구요. 요즘에는 만날 인터넷기사 다 뒤져본다니까요.(웃음)"

 

"우리의 행동 역사책에 나올지도... 진짜 민주주의 배웠다"

 

- 학생들이 나서서 우리 사회가 조금 자극을 받은 것 같나?

(학생들은 입을 모아 "자극은 준 것 같은데 아직 큰 것 같진 않다"고 답했다.)

조아현 "광우병 위험한 것 다 아니까, 이제 어른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지 말고."

김지혜 "협상은 사실 양쪽에 이득이 있다는 전제에서 하는 것이잖아요 이번 협상은 너무 미국에 아부만 떠느라 섣부른 판단을 한 것 같아요."

오미선 "동물성 사료 규제도 더 느슨해진 것 같아요. 그리고 석유만 가지고도 전쟁하는 나란데 재협상을 할까요?"

조아람 "왜 정부는 좋은 정책은 놔두고 외국의 실패한 정책만 들여오는 걸까요?"

이수연 "국민을 대표해서 일 하라니까 제멋대로 하는 것 같아요. 게다가 난 뽑지도 않았는데."

 

- 정말 '난 뽑지도 않았는데'라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 

조아람 "투표연령을 낮추는 것은 어떨까요? 중학교 때 그런 움직임 있었는데 그때 만약 바뀌었으면 투표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강유진 "어른들이 설마 이명박 대통령을 뽑았을 때 이럴 줄 알고 뽑았겠어요? 우리가 뽑은 대통령도 아닌데 우리가 들고 일어나야 하는 현실이 서글퍼요."

김지혜 "지금 어른들은 대통령에 이어 총선까지 모조리 한나라당을 뽑은 거잖아요. 이제 광우병 문제뿐만이 아니라 민영화 추진 등 중요한 사항 다 밀어붙일텐데. 어른들이 한심하고 답답해요."

 

- 앞으로 이번 일이 잘 될 것이라 보나.

강유진 "사람들이 끝장을 보기도 전에 잠잠해 질까봐 걱정돼요."

이수연 "태안 기름유출 사태도 그런 식이었잖아요."

강유진 "그래도 아직까지는 많이 나와 주시니까 고맙죠."

오미선 "10년 뒤면 우리는 정말 한창 나이잖아요. 결혼도 해보고 싶고, 2세도 낳아보고 싶은데."

이수연 "내 애한테 미안해 질 것 같아요."

조아람 "수능이 다가오면 저희 같은 고3들은 시들어 질 거고, 이제 누가 들고 일어날지 걱정이에요." 

이수연 "정말 개그맨 김구라 말대로 우리나라 종교를 힌두교로 통일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 그동안 촛불문화제 참여하면서 무엇이 가장 즐거웠나. 

강유진 "참가한 사람들의 발언에 너무 공감될 때. 그리고 하고픈 말 맘껏 외칠 때."

김지혜 "사람들이 함께 모여 하나가 돼서 외쳤을 때 정말 좋았죠."

오미선 "수만 명의 사람들이 같은 뜻으로 모였다는 것 자체가 기뻤어요."

이수연 "내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함께 들어주고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조아람 "저랑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이 좋았어요."

이수연 "교과서적인 말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봤을 때 아직 대한민국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죠. 정말 눈물 날 뻔 했어요."

김지혜 "끝나고 촛농까지 닦는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하죠."

이수연 "조선일보가 촛농을 가지고 꼬투리 잡아서 그거 다 긁고 있는 거 아닌가?"

강유진 "촛불문화제 끝나고 쓰레기 하나도 없는 모습을 보니까 우리나라 시민정신이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게 느껴졌어요." 

오미선 "그런 것들 보면서 정말 많이 배운 것 같아요. 학교에서 배우는 것 보다 더. 멋있지 안나요?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일이잖아요. 이렇게라도 증명을 하고 싶어요. 우리의 목소리가 옳다는 것을요. 우리가 놀러 나온 것 아니고, 정당한 목소리를 내려고 나선 거잖아요."

 

- 이번 경험으로 배웠고 스스로에게 남은 게 있다면?

강유진 "공부가 전부는 아니구나. 가치를 추구하면서, 정말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게 좋은 거구나, 이런 느낌을 받았죠."

조아람 "학교만 다녔던 정형화된 일상에서 벗어나 쇠고기 문제 뿐 아니라 우리의 꿈을 우리 힘으로 펼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는 게 정말 소중해요. 지금 보면 교육이 다 기계로 찍어내는 식이잖아요."

김지혜 "촛불문화제를 통해 내 힘이 이렇게까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으면 더 자신감을 가지고 노력할 것 같아요."

오미선 "저는 당시 야자를 빼고 참여했는데, 이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빠도 이거는 역사에도 남을 일이고 젊은이들이 나서야 한다며 가서 촛불 한번 들어 보라고 하더라고요. 갔더니 정말 감동이었어요. 어른이 돼서도 계속 이런 행사에 참여할 것 같아요."

강유진 "이게 진짜 사회 공부 아닌가요?"

이수연 "이게 정말 민주주의 공부인 것 같아요."

김지혜 "사회시간에 배운 것을 직접 해본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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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미국산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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