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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10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10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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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 반대' 촛불 문화제를 최선두에서 이끌던 10대 청소년들. 어린 학생들의 발랄한 목소리는 촛불 문화제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교육부의 중고등학생 집회 참여 제재 방침 때문일까? 청소년들의 모습이 전보다 드물게 보인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10일 촛불문화제에서는 전날과 달리 전체 참석자(주최측 추산 5000여명)의 10분의 1 수준. 예전보다 줄어든 규모다.

실제로 교육부의 제재 때문에 학생들의 목소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일까? 과연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10일 저녁 촛불집회에 참여한 10대 청소년들을 만나 사정을 들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학교마다 교육부의 방침이 적용되는 상황이 천차만별이었다.

많은 학교들이 학생들에게 교육부의 지침을 전달하고 있지 않았다. 교육자로서의 양심에 맞지 않는데다가 오히려 학생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가정 통신문을 돌리며 학생들의 참여를 막으려 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부모님께 문자메시지까지 돌리는 학교도 있었다.

"오히려 학교 선생님들이 함께 가자고 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6일 저녁 서울 여의도 공원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며 촛불을 붙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6일 저녁 서울 여의도 공원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며 촛불을 붙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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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중학교에에 재학 중인 김대경(16)군은 "학교 선생님들은 아무 말도 안한다"며 "(촛불 집회) 참여에 대해 가라고 하지도, 말리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김군은 "광우병 문제는 급식문제 뿐만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 생각한다"며 "우리도 사람인데 나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고 말했다.

같이 온 친구 유성재(16)군도 "선생님은 아무 말도 없다"며 "만약에 오지 말라고 막는다고 해도 놀러 간다는 핑계를 대서라도 이 곳에 나올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B여고에 재학 중인 심재희(18)양과 최혜림(18)양은 "학교 선생님들이 오히려 같이 가자고 독려한다"며 "우리들이 치마나 줄이는 생각 없는 애들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정말 다시봤다는 선생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심양과 최양은 "어른들이라면 함께 이야기하고 알아갈 수 있도록 소통의 장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무조건 '나오지 말라' '모르면 가만히 있어라' 하는 자세는 이해할 수 없다"며 "학생이기 이전에 사람인데 사람으로서의 기본권마저 막으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일갈했다.

C여고 재학 중인 김지인(19)양은 "아는 분이 중학교 선생님인데 그 학교는 교육부에서 가정통신문이 왔는데도 아이들에게 배포를 안 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오히려 학생들의 반발이 커질 것 같으니 그런 식으로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양은 "우리를 막으려는 모습을 보면 (정부가) 가소롭기도 하고 불쌍해 보이기도 한다"며 "우리 학생들은 이같은 방침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바른 저항의 방법을 가르쳐야할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저항'을 오히려 '반항'으로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정 통신문, 문자메세지 돌리며 참여 제재"

2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참여하고 있다.
 2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참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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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학생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제재하고 있는 학교도 더러 있었다. "교복 입고는 가지 말라"는 학교부터 가정 통신문을 나눠주며 참여를 막는 학교까지, 각 학교별로 지도방법이 달랐다.

D여고에 재학 중인 조아라(17)양은 "선생님이 그냥 '교복 입고만 가지 말라'고 말한다"며 "큰 제재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조양은 "우리를 공부로 가두는 것도 억울한데 국민으로서의 권리마저 박탈하며 가둬두려 한다면 과연 우리가 민주공화국인가"라고 반문했다.

E여중에 재학 중인 정아무개(15)양은 "선생님이 종례시간에 가지 말라고 말하기도 하고 부모님께 문자를 돌려서 참여를 하지 말라고 전달하기도 한다"며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여줬다.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학생들 참여하지 않도록 적극 지도 바랍니다."

정양은 "선생님들이 지하철역에 서서 참여하려는 학생들을 돌려보내는 일까지 하고 있다"며 "막으려 할수록 더욱 반감만 커지는 게 학생들인 만큼 이런 식으로 한다면 더 나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양은 "기성세대들이 우리를 괴담이나 믿는 어리석은 사람이라 보고 있다"며 "'17일 휴교령' 이런 문자 다들 무시하지, 그것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밝혔다.

C여고 조아라(17)양도 "어른들이 항상 우리가 판단력이 없다며 핀잔을 주는데 우리도 머리가 있다"며 "청소년들은 하기 싫은 것은 절대 안 하는데 이런 늦은 시간에 여기에 왜 나왔겠나, 우리가 못 느꼈다면 집에서 컴퓨터나 하면서 편하게 있었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F여고에 재학 중인 송혜진(18)양도 "우리도 꿈이 있는데 무조건 공부만 하라고 몰아넣기만 한다고 해서 꿈이 이뤄지나"라면서 "우리는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켜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10대 청소년들은 이 날도 무대에 올라 자유발언을 통해 "우리의 배후에 누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들의 배후가 우리"라며 당찬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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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광우병, #촛불문화제, #여중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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