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를 위한, UFC140 다시보기!

UFC140 포스터 캐나다에서 개최한 UFC 140의 공식 포스터이다.

▲ UFC140 포스터 캐나다에서 개최한 UFC 140의 공식 포스터이다. ⓒ UFC.com


미국, 브라질에 이어 최대의 격투 시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격투 강국 캐나다에서 열린 UFC 140이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와 함께 막을 내렸다. 이 충격이란 어떤 팬들에겐 긍정적인 면으로, 또 다른 팬들에겐 부정적인 충격으로 다가왔을 텐데, 본 편에서는 후자를 위로하고자 이번 대호의 부제를 '낙심천만(落心千萬)'으로 정했다.

그럼 지금부터 UFC140 대회 경기의 평가와 더불어 오늘 참가한 선수들의 향후 행보에 대해 예측해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다. 오늘 경기를 본 후 선수들의 앞으로가 궁금한 팬들이라면 필독하시길!

낙심천만1 : '코리안 좀비' 정찬성 vs '더 머신' 마크 호미닉
- 이제는 세계 랭커! 캐나다를 순식간에 충격의 도가니로 만든 코리안 좀비의 활약!

앞서 설명했듯이 이번 대회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렸다. 다른 국적의 팬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국 팬에게 있어서는 '하필' 토론토였다. 우리나라의 정찬성 선수와 맞붙을 상대가 토론토 출신의 마크 호미닉이었기 때문.

안 그래도 상대가 세계 TOP5 강자인데 미국 외 지역에서 경기가 열릴 경우 판정이 더 편파적으로 나오는 UFC였기 때문에 더욱더 걱정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정찬성 선수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경기 전 인터뷰에서 KO나 서브미션으로 승리를 거둘 것이라 했는데, 그 말이 정확히 적중해버렸다. 그것도 UFC 최단 시간 KO로 말이다. 당연하게도 캐나다 팬들의 낙심은 이만저만이 아닐 수 없었다.

경기는 초반 기세 좋게 들어온 호미닉의 가드가 허술해지면서 시작되었다. 이를 놓칠리 없는 정찬성 선수는 스트레이트에 이은 파운딩으로 단 7초 만에 경기를 끝내버렸는데, 이는 헤비급의 토드 듀피와 더불어 UFC 최단 기간 KO 승에 해당되는 기록이다. 더구나 경량급에 속하는 페더급에서 이룬 기록이기 때문에 더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기 전부터 정찬성 선수가 만약 승리할 경우 타이틀 전 자격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해외 팬들의 주장도 있었는데, 사실 지금 당장은 이루어질 가능성이 적은 것이 현실적이다.

현 챔피언인 '폭군' 호세 알도에게 도전할 다음 상대는 강력한 레슬러 체드 맨데즈(11승 무패)가 될 예정이며, 그 다음 도전자는 '다이아몬드' 더스틴 포이리어(11승 1패, 4연승)와 '뉴 브리드' 에릭 코흐(13승 1패, 4연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찬성(12승 3패, 2연승) 선수가 바로 도전하기엔 주변에 강자가 너무 많은 셈인데, 여기서 바로 다음 상대가 차기 타이틀 도전권을 따낼 수 있을만한 강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유추해 낼 수 있다.

그 중 가장 유력한 후보는 내년 2월 26일, 히오키 하츠와 바트 팔라제스키의 경기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찬성 선수와 같은 동양권 선수가 포함되어있으며 승자는 충분히 타이틀전을 도전할 만한 명분이 서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에 패배한 마크 호미닉은 이로서 2연패의 늪에 빠졌으며, 다음 경기 승패 여부에 따라 퇴출에 기로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UFC가 계속해서 진출하길 염원하는 캐나다 선수이고 경기가 워낙 화끈한 선수이기 때문에, 다음 경기는 조금 쉬운 상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경기 평가 : ★★★★★

오늘의 KO 보너스를 받은 경기. 적어도 한국 팬들에게 있어선 올해 최고의 경기가 아닐까 싶다. 7초 밖에 되지 않지만 수십 번을 보아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멋진 장면이었고, 수십 번을 보아도 몇 분 걸리지도 않으니 몇 번이고 시청하길 추천한다!

낙심천만 2 : 안토니오 호제리오 노게이라 vs 티토 오티즈
- 약점을 떨쳐버리고 완벽히 복귀한 동생 노게이라!

UFC 초창기부터 활약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강자와 명승부를 펼쳐온 노장 티토 오티즈. 하지만 허리 수술 등의 이유로 지금은 예전만 못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년의 이미지 때문인지 UFC에서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는데, 오늘의 패배로 그의 재기를 바라던 미국 팬들은 또 다시 낙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은 확실히 호제리오 노게이라(동생)의 날이었다. 초반 전략적 변화를 노려 타격에서 우위를 점했던 오티즈는 오히려 자신의 최대 강점인 클린치 상황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떨어지는 순간 타격을 허용하며 노게이라에게 페이스를 완전히 내주고 말았다.

이 후 이어진 니킥과 파운딩은 버티고 있는 티토가 보기 안쓰러울 정도였는데, 노게이라에게 있어선 항상 약점으로 지적되던 레슬링의 두려움을 벗어난 좋은 경기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의 승자인 노게이라는 연패 탈출과 더불어 다시 한 번 탑 파이터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다음 상대는 티토 보다 강자가 될 것은 당연한데, 지금 어지간한 라이트 헤비급 선수들은 이미 경기 일정이 잡혀있는 상태.

이 점을 감안한다면, 얼마전 경기 때 입은 부상 회복만 잘 된다면 다음 상대는 마우리시오 '쇼군' 후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미 이 둘은 프라이드에서 1차전을 펼친 바 있는데, 당시는 쇼군의 승리 끝이 났지만 경기 자체는 희대의 명경기였다. UFC에서도 이 점을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팬들 역시 바라는 점이다.

경기 평가 : ★★★★
다소 원사이드 했던 경기는 아쉽다. 경기 자체는 화끈했고 멋진 장면도 많이 나왔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시청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낙심천만 3 : 프랭크 미어 vs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
- 프랭크 미어, UFC 최강 주짓떼로 등극!

헤비급에서 주짓수 하면 둘 째 가라면 서러운 프랭크 미어와 안토니오 호드리고가 다시 만났다. 1차전은 프랭크 미어가 노게이라에게 생에 최초의 KO 승을 거두면서 충격을 선사했는데, 이번에는 생에 최초의 서브미션을 성공시키면서 더 큰 충격을 선사했다.

1차전이 컨디션 난조였음을 증명하려는 듯이 노게이라는 초반 굉장히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타격에서의 압박도 좋았고 클린치에서는 레슬링이 상대적으로 좋다고 평가받던 미어에게 우위를 점하기도 했다. 게다가 스탠딩에서의 큰 정타를 성공시키며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가 싶었는데, 성급하게 서브미션을 시도했던 것이 화근이 되었다.

완벽한 기무라 그립을 잘 잡은 미어가 롤링 이스케이프를 하려던 노게이라에게 완벽한 기무라를 선사한 것이다. 결국 노게이라는 생에 첫 서브미션 패배를 당하며 주짓수 유단자로서의 자존심을 구기게 되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논란이 될 만한 여지가 있었다. 기무라 그립을 완벽히 잡혔음에도 버티려고 했던 노게이라에게 항복을 받기 위해 미어가 더 꺾는 순간 그의 어깨가 부셔져버린 것이다.

이는 분명 미어의 잘못이라고 하기 힘든 부분이고, 심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지만 누구보다 큰 책임은 노게이라에게 있다고 본다.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탭(항복)을 치지 않은 것은 경기마다 냉정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던 그의 모습을 떠올렸을 때 상당히 아마추어 같은 행동이지 않은가 싶다.

분명 스파링에서는 탭이 나올만한 상황까지 가면 풀어주는 것이 당연한 예의이다. 스파링에서 상대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UFC는 분명한 프로 경기이고 만약 스파링처럼 했다간 오히려 공격하던 사람이 손해를 보는 것이 사실이다.

주짓수는 애초에 자신보다 강한 상대는 얼마든지 있고 그 사람들에게 당하고, 배우면서 더 강해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스포츠이다. 그렇기 때문에 탭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노게이라가 유단자의 자존심 때문에 탭을 하지 않은 것은 분명 잘못인 것이다.

그 결과로 노게이라의 복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어깨는 워낙 부상 회복이 더딘 부분인데다가 그 정도가 심해 수술에 들어갈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기 때문. 명예 때문에 더 소중한 건강을 잃어버린 셈이다.

한편 프랭크 미어는 이번 경기를 통해 자신이 여전히 UFC 탑 파이터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게 되었다. 이미 경기가 잡혀있거나, 복귀가 불투명한 선수들을 빼면 유력한 다음 상대는 전 UFC 챔피언 케인 벨라제스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케인은 최근까지 챔피언이었으나 현 챔피언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에게 불의의 일격에 당했지만 여전히 최고의 헤비급 선수 중 한명.

또는 UFC 복귀설이 돌고 있는 파브리시오 베우돔과의 주짓떼로 대결 역시 기대되는 상황이다.

경기 평가 : ★★★★★
역전에 역전, 분명 내용 자체는 매우 훌륭한 경기였다. 마지막이 아쉽긴 했지만 수준 높은 공방과 기술이 오갔던 경기. 또한 무리한 버티기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경기였다. 오늘의 서브미션 보너스를 받은 경기!

낙심천만 4 : '극강' 존 존스 vs '드래곤' 로툐 마치다
- 무너진 마지막 대항마, 존 존스의 절대 왕정 시작

UFC 역사상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낸 존 존스. 한 해 동안만 탑 10의 선수를 4명을 상대했기 때문인데, 그 경기들 하나하나가 압도적이었다는 점은 경이롭다고 할 만하다. 특히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침착함이나 피니쉬 능력은 보는 이를 하여금 혀를 내두를 정도.

1라운드는 로툐 마치다의 전략대로 흘러갔다. 거리 싸움 하나는 라이트 헤비급 최고라 평가 받는 로툐는 그 명성에 걸 맞게 존스를 괴롭혔다. 킥으로 들어오면 카운터로 응수하고 기회가 되면 연타를 집어넣었는데, 팬들은 잠시나마 이변을 기대하게되었다.

하지만 1라운드는 존스가 얼마나 괴물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보조 장치에 지나지 않았다. 단 한 번의 테이크 다운에 이은 파운딩 압박으로 마치다의 체력을 방전시켰으며, 이어지는 크로스 카운터에 이은 스탠딩 초크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특히 보통 경기에서 나오기 힘든 스탠딩 초크는 존스가 얼마나 유연한 상황 대처 능력을 가졌는지를 보여주었으며, 로툐도 설마 이게 걸리겠어 하는 심정으로 버티다가 항복하는 기회를 놓쳐버려 실신하고 말았다. 이에 라이트 헤비급이 다시 춘추 전국 시대로 돌아가기를, 혹은 동양 무술을 베이스로 한 로툐의 활약을 기대했던 팬들은 망연자실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로서 존스는 지금까지 종합격투기에서 나올 수 있는 어지간한 스타일의 탑 파이터를 모두 꺾게 되었다. 강력한 레슬링을 기반으로 했던 라이언 '다스' 베이더, 전진 압박이 강한 전천후 스트라이커 마우리시오 '쇼군' 후아, 가드가 좋은 하드펀처 '람페이지' 퀸튼 잭슨, 거리 싸움을 잘하는 '드래곤' 로툐 마치다 까지 꺾은 존스. 이젠 더 이상 그의 대항마가 있을 수 있는 일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 정도

현재 존스의 다음 상대는 자신의 앙숙 '슈가' 라샤드 에반스가 '미스터 원더풀' 필 데이비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에반스와, 만약 패배한다면 '핵폭탄 레슬러' 댄 헨더슨과 맞붙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 두 선수 모두 도전한다고 한들 존스의 패배는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헤비급으로 증량해서 2체급 제패를 도전해 보는 것을 생각해볼 정도. 만약 정말 존스가 나머지 선수들마저 꺾어 버린다면 UFC 역사상 최초로 헤비급-라이트헤비급 통합 챔피언이 탄생에 도전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경기 평가 : ★★★★★
존스가 결국 이기긴 했지만 로툐도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제시해주었다. 다만 상대가 너무 강했을 뿐이다. 이제는 존스가 격투계의 마이클 조던이 될 수 있을지를 기대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오늘의 경기 보너스를 받은 경기인 만큼 긴장감 넘치는 경기! 다시 보기도 강력 추천한다.

대회 총평 : ★★★★★
연말연시에 UFC가 정말 마무리를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연말에 있던 대회들이 하나 같이 명승부, 명대회가 되고 있으니 말이다. 본 리뷰에서는 메인 경기 5경기 중 4경기만을 분석했는데, 그 4경기 중 가장 긴 경기가 존 존스와 로툐 마치다의 경기였으니 이 대회가 얼마나 화끈했던 대회인지 짐작 갈 것이라 본다.

이 기세로 올해 마지막 대회인 UFC141 대회도 성공적으로 개최되길 바라며, 필자는 UFC141의 다시보기와 더불어 양질의 칼럼으로 또 다시 찾아올 것임을 약속드린다.

덧붙이는 글 UFC140을 보고 향후가 궁금한 팬들을 위한 지침서
UFC UFC140 정찬성 존존스 노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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