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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악(국악)을 접하는 대중들의 호응이 '시큰둥'에서 '얼씨구'로 변화되고 있다.

어제(30일) 함안문화예술회관에서 펼쳐진 부산국립국악원의 '신명나는 우리춤 우리소리' 에 참가한 관객들은 '홍보가'중 박타는 대목의 '판소리 입체창', 흥과 멋을 갖춘 '통영교방진춤과 동래한량무', 논이나 밭에서 일하면서 부르는 '영남들노래 모음', 화려하고 아름다운 '부채춤', 신나는 음악과 경쾌한 율동의 '풍장놀이' 등 다양하게 진행된 공연을 보면서 무용수의 아름다운 몸짓과 현란한 기교에 중간 중간 우뢰박수로 응답했고, 흥부가 박타는 대목의 판소리를 들을 때는 '얼씨구', '잘한다', '지화자', '좋다' 등 추임새까지 넣으면서 소리꾼과 함께 공연을 즐기고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상모놀이꾼이 무대를 꽉 채우는 12발 긴 상모를 자유자재로 돌리며 익살맞은 동작과 화려한 기교를 선보일 때 관객들의 환호와 폭풍박수는 공연의 절정이였다. 초등학생 정민규 왈 "쩔었다. 완전 죽여줬다"는 평.
▲ 12발 상모놀이 상모놀이꾼이 무대를 꽉 채우는 12발 긴 상모를 자유자재로 돌리며 익살맞은 동작과 화려한 기교를 선보일 때 관객들의 환호와 폭풍박수는 공연의 절정이였다. 초등학생 정민규 왈 "쩔었다. 완전 죽여줬다"는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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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교방진춤은 통영교방의 기녀출신인 이국희씨로부터 배운 춤을 바탕으로 엄옥자씨가 우아한 자태와 섬세하고 아름다운 기교, 흥과 멋을 갖춘 춤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 통영교방진춤 통영교방진춤은 통영교방의 기녀출신인 이국희씨로부터 배운 춤을 바탕으로 엄옥자씨가 우아한 자태와 섬세하고 아름다운 기교, 흥과 멋을 갖춘 춤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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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모양의 수를 놓은 궁중당의를 입고 화관을 머리에 쓴 이쁜 무용수들이 양손의 부채를 사르르 접고, 빙그르 돌리고, 촥 뿌리고, 아름다운 꽃잎모양을 한 채 파르르 떨 적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참석자들은 이야! 감탄사를 쏟아내었고, 사그라지지 않는 폭풍박수로 호응하며  무대를 환호와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관객들은 은은하면서 흥겨운 음악을 타고 흐르는 무용수들의 어깨 들썩임, 꺾어지는 팔동작, 갈듯 말듯 내딛는 발걸음 하나 하나에 맞추어서 흥겹게 박수를 치며 신나했다. 풍장놀이에서 12발 상모놀이꾼이 말린 상모종이를 무대에서 관객석쪽으로 휘리릭 던질 때는 관중들이 자지러질 듯 와아~하며 고함을 질렀고, 상모꾼이 무대가 좁아보일 정도의 긴 상모를 자유자재로 돌리며 익살넘치는 동작과 화려한 기교를 선보일 때는 관객들의 반응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함안칠원초등학교 정민규 학생의 말대로 "쩔었다. 완전 죽여줬다".

참석자 중 인상적인 것은 국악수업을 담당하는 심수미(39) 선생님과 학부모(4명)의 인솔하에 참석한 함안칠원초등학생들(29명)의 공연 전과 공연 후의 반응이었다. 공연 전에 만난 아이들은 "국악이 재미없고 따분해요", "국악은 시시하고 지루해요", "국악 배우는 거 조금 힘들어요", "장구소리가 신기하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등 대체로 수업시간에 배우는 국악에 대해 그다지 흥미와 재미를 갖고 있지 않은 듯 보였다.

근데, 재미있는 것은 공연을 본 뒤의 학생들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상모놀이 옆돌기, 완전 비보이같다(조민석)", "풍장놀이 한번 해보고 싶다(주지은)", "공연을 보니 좋았다. 국악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박소혜)", "국악을 실제로 보니 신났다(윤지윤)", "쩔었다. 완전 죽여줬다(정민규)", "부채춤 재미없는 줄 알았는데, 파도타기 신기했다(박해찬)", "풍장놀이 너무 신났다(김도형)", "우리나라 국악의 미를 알 것 같다(오한희-6학년이라 말투가 의젓함)" 등 국악무대를 관람한 후의 아이들은 국악을 신나고 재미있고, 한 번 해보고 싶은 대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궁중당의를 입고 화관을 쓴 예쁜 무용수들이 부채를 접고, 돌리고, 뿌리면서 꽃잎이 떨리는 모양, 물결치는 파도모습 등 화려하고 우아한 모습을 연출해 관객들로부터 우뢰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 부채춤 궁중당의를 입고 화관을 쓴 예쁜 무용수들이 부채를 접고, 돌리고, 뿌리면서 꽃잎이 떨리는 모양, 물결치는 파도모습 등 화려하고 우아한 모습을 연출해 관객들로부터 우뢰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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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장놀이는 연희자들과 여러 명의 무용수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장구춤, 소고춤과 상모놀이 등 다양한 기예를 선보이는 무대다. 신나고 경쾌한 타악기 선율과 화려한 기교로 관객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했다.
▲ 풍장놀이 풍장놀이는 연희자들과 여러 명의 무용수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장구춤, 소고춤과 상모놀이 등 다양한 기예를 선보이는 무대다. 신나고 경쾌한 타악기 선율과 화려한 기교로 관객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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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인솔한 심수미 선생은 "너무 수준 높은 공연이었다. 부산국립국악원이라 브랜드 도 있고, 레퍼토리도 다양하고 흥겨웠다. 국악의 멋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며 "아이들에게 이번 공연이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대중들의 국악에 대한 이런 인식변화와 긍정적 호응을 이끌어 내는데는 부산국립국악원의 숨은 노력도 한몫 했다. 경남의 조그만 도시인 함안군 공연을 위해 부산국립국악원의 총단원 75명 중 절반이 넘는 40여 명의 단원들이 내려왔고, 오상아(45) 안무자는 알차고 좋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조명과 음향, 리허설 등을 꼼꼼하게 챙기고 점검했다. 부산국악원 박영도(56) 원장도 함안공연장으로 내려와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단원들을 격려하였고,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등 '함께하는 국악 만들기'를 위해 노력했다.

박영도 원장은 "국악이 아직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다. 아직은 젊은이들이 국악을 느리고, 어렵고, 재미없어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나 보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국악을 흥겹고, 재미있고, 젊은이들도 즐길 수 있게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국악은 우리나라 정신이다. 국악도 내재된 그 독특함으로 K-POP처럼 대중에게, 세계에 어필할 수 있다."고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부산국립국악원은 '국악을 국민 속으로'라는 표제를 내걸고 우리음악을 원하고 들어줄 사람들이 있는 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재미있고 신나는 국악, 알기 쉽고 흥겨운 국악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함안문화예술회관 공연은 그 열 번째에 해당된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함안문화예술회관(소장 박이근)은 대도시에 인접한 좋은 지리적 요건에 힘입어 군단위에서는 보기 드물게 1년에 70여회의 예술공연을 유치하고 있으며, 유료회원 500명, 무료회원 1700명을 확보하고 있는 등 지역문화계에서 모범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국악수업을 담당하는 심수미 선생님과 학부모의 인솔하에 이번 공연을 관람한 함안칠원초등학생들 29명은 공연이 끝난 후 "국악이 이렇게 신나고 재미있는 줄 몰랐다"며, 꼭 "자신의 이름을 적어달라"고 신신당부 했다.
▲ 함안칠원초등학교 학생들과 인솔자 국악수업을 담당하는 심수미 선생님과 학부모의 인솔하에 이번 공연을 관람한 함안칠원초등학생들 29명은 공연이 끝난 후 "국악이 이렇게 신나고 재미있는 줄 몰랐다"며, 꼭 "자신의 이름을 적어달라"고 신신당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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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부산국악원 안무 오상아, 원장 박영도, 홍보담당 김추자, 함안문화예술회관 홍보담당 한상훈, 관리담당 유원근, 소장 박이근.
▲ 함안문화예술회관 운영진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는 부산국악원 관계자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부산국악원 안무 오상아, 원장 박영도, 홍보담당 김추자, 함안문화예술회관 홍보담당 한상훈, 관리담당 유원근, 소장 박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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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신명나는 우리춤 우리소리, #부산국립국악원, #함안칠원초등학교, #함안문화예술회관, #박영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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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tracking photographer. 문화, 예술, 역사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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