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휴가철을 맞아 동해를 찾는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횟감이 있습니다. 바로 '오징어회'입니다. 산 오징어는 얇게 채 썰듯이 썰어 놓으면 그 담백한 맛 때문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즐기는 횟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주 초(2일) 여름 동해바다에서 오징어회를 먹기에는 그 가격이 만만치 않더군요. 항구내 좌판대 에서 아주머니들이 볼펜만한 크기의 작은 오징어 두 마리를 썰어 놓고 1만 원을 받고 있으니 썰어놓은 양을 생각한다면 그 가격이 웬만한 고급 생선회 가격을 웃도는 것 같습니다. 오징어가 잡히지 않아서 일까요? 아니면 수요가 워낙 많아서 그럴까요?

아침 경매에는 횟감용 생선 뿐 아니라 선어 종류도  경매에 올라왔습니다. 수협공판장 바닥에는 큼지막한 물메기 십여 마리가 경매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다가 달라서 그런지 서해쪽 물메기 보다 반배 이상 커 보이더군요.
 아침 경매에는 횟감용 생선 뿐 아니라 선어 종류도 경매에 올라왔습니다. 수협공판장 바닥에는 큼지막한 물메기 십여 마리가 경매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다가 달라서 그런지 서해쪽 물메기 보다 반배 이상 커 보이더군요.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정치망으로 잡은 오징어 20마리 한 마리 경락가격은!

지금 까지 제가 돌아다녔던 전국의 각 항구 수협 공판장에서는 어민들이 잡은 생선을 놓고 즉석에서 경매가 벌어집니다. 동해 최북단 항구인 대진항도 그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곳은 아침 7시에 경매가 이루어지고 있더군요.

새벽 일찍 조업을 나가 밤새 드리워 뒀던 그물에서 걸려든 각종 생선을 배에 싣고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수협에서 실시하는 경매에 참가하는 것이지요. 지난 2일 아침 7시에 들른 강원도 고성 대진 항에서는 수많은 어민들과 상인들이 참가해 즉석에서 생선가격을 매기느라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대진 항 아침 경매에 참가하는 어민들을 살펴보니 크게 두 부류 이더군요. 유자망 조업이나 통발 조업을 위주로 1인이 조업을 하는 어민과 함께 정치망 조업을 하는 기업형 어민들로 나누어 볼 수 있더군요.

어부 한 사람이 바다에 나가 잡아서 내놓는 생선은 보기에도 그 양이 빈약해 보였습니다. 죽어 있는 채로 잡아온 가자미 몇 십 마리가 이날 어획량의 전부인 어부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와 반해 10여명이 선단을 구성해 정치망 그물에서 고기를 싣고 오는 배에는 제법 많은 생선들이 실려 있었습니다.

경매에 참가하고자 정치망 어장관리선이 배를 부두에 접안하고 있습니다.
 경매에 참가하고자 정치망 어장관리선이 배를 부두에 접안하고 있습니다.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정치망은 고기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수킬로 달하는 그물을 미리 쳐놓고 입구는 크지만 고기가 모이는 끝 부분은 작아지는 어구로 생선을 산채로 잡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곳 대진 항에는 세 곳의 정치망 선단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날 대진 항 경매에 나온 오징어는 바로 이들 정치망 조업을 하는 세 척의 배가 잡아 올린게 그 전부였습니다. 오징어는 채낚기로 조업하는 방식과 이처럼 정치망에 들어오는 오징어를 잡는 방법이 있는데 이날 경매에 나온 오징어는 그 전량이 정치망 조업에 의해서 였기 때문입니다.

오징어는 올봄 태어난 햇오징어가 주를 이루고 있기에 그 크기가 무척이나 작았습니다. 다 자란 오징어의 절반 크기나 될까요? 하지만 그 가격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한 어민이 이날 잡아온 어획량의 전부 입니다. 2kg남짓의 자연산 광어가 있어서 제법 돈이 될것 같더군요.
 한 어민이 이날 잡아온 어획량의 전부 입니다. 2kg남짓의 자연산 광어가 있어서 제법 돈이 될것 같더군요.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네 개의 물통에 담겨있는 생선이 또 한명의 어부가 이날 잡아온 어획량의 전부 입니다. 횟떼기등 가격이 싼 생선이 주를 이루고 있더군요. 이 어부의 총 경락가격은 4만원이 채 안되었던 같습니다.
 네 개의 물통에 담겨있는 생선이 또 한명의 어부가 이날 잡아온 어획량의 전부 입니다. 횟떼기등 가격이 싼 생선이 주를 이루고 있더군요. 이 어부의 총 경락가격은 4만원이 채 안되었던 같습니다.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네~개~~~ 네~개~~~!"...."에! 45번 오만사천!"

지역에 따라 경매사들은 고기이름이나 숫자와 관련해 일반인이 알아듣기 힘든 자신들만의 독특한 언어를 구사하는데 이곳 대진 항은 알아듣기가 무척이나 쉽더군요. 군대 용어로 말한다면 타인이 알아듣기 힘든 암구호를 사용해 경매가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평어'즉 일상적인 단어를 사용해서 경매가 있다고나 할까요? 

이날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기에 경매사는 군용 녹색 판초우의를 걸치고 있었습니다. 그는 쉴 새 없이 낮은 목소리로 뭔가를 말하고 있습니다. 또 그는 숫자를 표시하는 손가락 싸인을 게속해서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앞에는 십 수 명의 상인들이 손아귀에 들어가는 작은 판에 숫자를 적은 후 옆 사람이 볼 수 없도록 경매사에게만 재빠르게 펼쳐보인 후 경매 결과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비가 오고 있는 가운데에도 경매는 꾸준하게 이어졌습니다. 주변에는 관광객들이 이른 아침인데도 신기한듯 구경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비가 오고 있는 가운데에도 경매는 꾸준하게 이어졌습니다. 주변에는 관광객들이 이른 아침인데도 신기한듯 구경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네~개! 네~~~개!...45번 오만사천"

한번의 경매는 순식간에 이루어집니다. 1~2분이나 걸렸을까요? 경매사가 경매에 참가한 상인들에게 이번 경매에 올린 숫자를 말하고 상인들은 미리 보아 두었던 생선의 적정 가격을 작은판에 적어 경매사에게 보여주면 가장 높은 가격을 적어 넣은 상인에게 해당 생선이 경락되는 거지요.

이번 경매는 다름 아닌 오징어 입니다. '네 개'라는 것은 오징어 20마리를 한축이라고 하는데 네축이기에 총 80마리가 경매에 오른 거였습니다. 오만사천이라는 것은 54000원을 말합니다. 2분이 채 걸리지 않았을 법한 이번 경매에서 20마리 한축에 54000원이니까 한 마리당 가격은 2700원 입니다. 그러니 소매로 팔때는 썰어서 스티로폼 그릇에 담아 줘야지 거기에 더해 초장등 양념장과 함께 깻잎등 야채까지 셋트로 줘야만 하니 그 가격이 높을 수 밖에요.

오징어와 방어등 정치망 조업으로 잡아온 생선은 상인들이 어장관리선에 올라간 후 배에 실려 있는 수조안에 들어 있는 해당 생선을 들여다보고 그 가격을 매긴 후 곧 바로 경매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오징어와 방어등 정치망 조업으로 잡아온 생선은 상인들이 어장관리선에 올라간 후 배에 실려 있는 수조안에 들어 있는 해당 생선을 들여다보고 그 가격을 매긴 후 곧 바로 경매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정치망 선단이 잡아온 고기는 오징어가 그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다양한 생선이 잡히는데 이날 가장 많이 정치망 그물에 들어온 생선은 '방어'였습니다. 십 킬로 남짓은 족히 나갈법한 큼지막한 방어도 눈에 띄더군요. 또 낚시꾼들이 가장 선호하는 40cm급 감성돔 두어 마리와 함께 큼지막한 자연산 광어도 경매에 내놓았구요.

물통 안에는 자연산 광어와 도다리 가자미 그리고 세 마리의 감성돔이 경매에 올라갈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물통 안에는 자연산 광어와 도다리 가자미 그리고 세 마리의 감성돔이 경매에 올라갈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세척의 정치망 어장관리선은 20톤 남짓 크기의 배였는데 각각 차례대로 부두에 접안을 한 후 경매에 참가 하더군요. 어장관리선은 정치망 그물을 끌어올리기 위한 크레인이 설치되어 있고 배 가운데에는 큼지막한 수조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정치망 조업에 대해 선장에게 물어보니 그물 값만 억대가 넘고 고용된 선원만 10여 명이라고 합니다. 여름철에는 그리 큰 재미를 보지 못하나 가을철 물고기 회유시기에는 한번 고기떼가 들어오면 한번 경매에 수천만 원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자신만만해 하더군요. 정치망 조업을 하기 위해서는 십 수 억의 돈이 들어간다는 설명도 뒤따라 답니다.

경매는 배가 부두에 닿는 순서대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날씨가 궂어 많은 배들이 조업을 나가지 않아 이날 경매진행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더군요. 경매사에게 물어보니 이날 아침 경매에서는 1천여만 원 남짓의 생선이 거래되었다고 합니다.

수협공판장 바로 앞에는 노점에서 회를 썰어서 파는 상인들이 분주한 손길을 놀리고 있었습니다.
 수협공판장 바로 앞에는 노점에서 회를 썰어서 파는 상인들이 분주한 손길을 놀리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경매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빈손으로 갈 수는 없어 오징어회를 샀는데 두 마리에 1만 원에 팔고 있던 아주머니도 관광객들에게 팔고 있는 가격이 자신도 비싸게 여기는 듯 "비싸긴 비싼데 경락 가격이 워낙 비싸 이렇게 팔 수 밖에 없다"며 미안한 표정을 짓더군요.

하지만 거친 동해 바다의 새벽파도를 이겨내고 바닷물에 절어진 투박한 손으로 끌어 올렸을 어부들의 노력을 생각하니 1만 원짜리 한장을 내미는 제 손이 오히려 더 미안하게 느껴졌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오징어, #정치망, #대진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화물차는 굴러가는게 아니라 뛰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물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신문고 뉴스> 편집장 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