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열린 국회 독도영토수호대책특별위원회(이하, 독도특위)는 12일 독도에서 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최해 최근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한 우려를 담은 결의안을 채택하고 독도 유인도화 사업 현황을 시찰할 계획인 것으로 보도됐다.
또 일본 내 극우인사 및 단체의 한국 입국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관리하는 방안을 정부에 촉구하고, 필요시 일본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 러시아와 공조하는 방안도 논의할 수도 있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독도특위 위원장인 민주당의 강창일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국가원수'의 자격으로 독도를 방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한 항의 결의안을 채택하고 실효지배 방안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것은 독도특위의 성격상 당연한 조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본 극우인사와 단체의 블랙리스트 작성,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공조 모색, 대통령의 방문 요구 등은 매우 부적절한 것으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우선 일본 극우인사와 단체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한국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자칫 일본 국민 전체의 반한 감정을 유발할 수 있다. 2005년 시마네 현 의회가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을 제정했을 때까지 다케시마가 일본 고유영토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다케시마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랐으며, 다케시마가 한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독도라는 것은 더더욱 몰랐다. 당시 시마네 현 지사였던 스미타 노부요시는 2005년 3월 29일 기자회견에서 조례안 제정을 계기로 일본 국민들이 "다케시마 문제를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을 정도다(마이니치신문, 2005년 3월 30일).
조례 제정을 계기로 이 문제가 한일 간의 외교문제로 비화되면서 불행하게도 일본 국민들은 한일 간의 독도 문제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후 다케시마가 일본 영토라는 자국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이려는 일본 국민들의 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독도특위가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는 개인과 단체들의 한국 입국을 금지하는 블랙리스트 작성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알려지면 보수적인 정치가나 논객, 단체들은 물론 이 문제가 한일 간의 우호관계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조차 적대적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
그러면 일본의 여야 정치가들은 앞 다투어 울릉도(독도) 방문 계획을 발표할 것이며, 자국의 배를 이용해 독도를 방문하려는 단체나 개인들도 나타날지도 모른다. 더욱이 전쟁을 경험한 세대에 비해 침략의식이 희박한 일본의 젊은 세대들은 사이버공간을 이용해 한국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행동에 나설 것이다.
1981년 1월 일본 정부는 일본과 제정 러시아가 최초로 국경을 확정지었던 일로화친조약이 체결되었던 2월 7일(1855년)을 '북방영토의 날'로 정했다. 이후에는 자민당을 중심으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지도 모른다. 이런 일본의 움직임은 한국 정부와 국민들을 극도로 자극할 것이며, 한일관계는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둘째, 중국이나 러시아와 공조하겠다는 생각도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이런 주장은 한국이 일본과 영토분쟁 중인 중국이나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인데, 제3국의 영토문제에 섣불리 관여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자민당 국회의원들의 울릉도 방문 계획 발표 뒤에는 독도특위 국회의원들의 쿠릴열도 방문이 자극제가 되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러시아 당국의 입도허가를 받아 3명의 독도특위 의원이 쿠나시리 섬을 방문했는데, 이것은 의원들이 러시아 측 입장을 지지한다는 암묵적인 전제가 있었을 것이다. 만일 의원들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혹은 일본 측 입장을 지지하는 것처럼 비춰졌다면 러시아 당국이 쿠나시리 섬의 방문을 허가했을 리 없을 것이다.
더구나 쿠나시리 섬은 2010년 11월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방문하면서 러일 간 외교적 마찰을 일으켰던 곳이었다. 이들 의원들은 "일본국의 국익에 한줌의 손상도 끼치지 않는 합법적이고도 정상적인 의정활동"이며 "우리나라 정치인으로서는 처음 있는" 쾌거인양 추켜세우며 쿠나시리 섬 방문에 항의하는 일본 정부와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한국 정부를 함께 비난했다(2011년 5월 25일자 독도특위 소속의 강창일, 장세환, 문학진 의원의 성명서, 강창일 의원 홈페이지).
북방영토 문제와 관련해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2차 대전 말기 소련의 대일전 참전 선언은 당시 법적으로 유효했던 양국 간의 중립조약 위반이며, 일본의 포츠담선언 수락 이후 소련은 쿠릴열도를 침공한 뒤 북방영토를 점령하고 일방적으로 영토로 편입했지만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일본이 포기한 쿠릴열도에는 북방영토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전후 만주에 있던 일본군과 민간인 등 50만~60만 명이 소련의 포로로 끌려가 이 가운데 6만 명이 시베리아에서 사망한 역사 때문에 일본은 소련에 피해를 줬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일본이 피해자라는 의식이 강하다.
이런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북방영토 문제는 독도 문제와 성격이 다를 뿐만 아니라 당사국 사이의 고유하고 복잡한 역사적 문맥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중일 간의 센카쿠열도 문제도 마찬가지다.
셋째,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오히려 한일 간의 독도문제를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시킬 우려가 있다. 한일 간에 영토분쟁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입장인데, 해결해야 할 국정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나서서 독도를 방문해야 할 이유가 없다. 2010년 9월 센카쿠열도 주변 수역에서 중국 어선이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과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억류했던 중국인 선장을 석방하면서 중일 간에는 영토분쟁이 존재하지 않으며 선장의 석방은 일본 국내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중일 간의 영토문제가 미해결 상태라는 것을 내외에 다시 한 번 부각시켰을 뿐이다.
대통령의 독도방문은 한일 간에 독도영유권 분쟁이 존재한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줄 뿐이다. 또한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한 가장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인식되어 심리적인 만족감을 줄지는 모르지만, 독도 문제의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문맥에서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도 문제를 언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실익은 없으며 일본의 보수파만 자극할 뿐이다. 대통령이 독도 문제를 언급하면 일본 정부도 강력하게 항의를 할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주한 일본대사를 소환할 수도 있다. 그동안 미뤄졌던 대통령의 일본 국빈 방문은 다시 취소될 것이며 엉클어진 한일관계를 외교적으로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이번에 한국 정부가 취한 자민당 의원들의 입국 금지조치에 대해 민주당 정부는 겉으로는 유감을 표명하고 있지만 매우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 측이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조치를 취한다면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민주당보다 훨씬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자민당의 속내도 불편한 듯하다. 한국 방문을 강행했던 신도 요시다카, 이나다 도모미 두 중의원 의원은 국회 개회 중의 해외도항을 위해 필요한 중의원 운영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아 자민당 측 간사가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외상을 역임한 가와구치 요리코 참의원 의원은 2일 열린 외교부회에서의 한국방문 경과보고회에서 "독도문제로 한일관계가 이상해지는 사태는 피해야 하며, 한국의 국회의원을 불러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역시 외상을 역임한 고무라 마사히코 중의원 의원도 "의연(毅然)한 주장과 우호관계 유지를 양립시킬 수 있는 현명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둑에서 장고 끝에 악수를 두고, 악수는 악수를 낳는다는 말이 있다. 독도특위가 악수를 두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