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제인 정 트랜카
 제인 정 트랜카
ⓒ TRENKA JANE JEONG

관련사진보기


저는 1972년 제 생각이나 의사와는 상관없이 미국 미네소타주로 입양된 해외입양인입니다(관련기사: "미혼모엔 5만원, 고아원엔 105만원"). 그래서 제 외모는 한국인이지만 제 생각이나 의식구조는 한국인보다는 미국인에 가깝다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책을 두 권 썼고 다른 인종 간 입양 문제를 다룬 책을 편집출판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지난 2007년 한국에 살고 있는 해외입양인들이 모여 설립한 트랙(TRACK)이라는 '진실화해를위한해외입양인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서울대학교에서 공공정책분야 대학원과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많은 한국분들이 지난 2~3년간 한국의 입양제도를 개선하는 일에 열심히 일하시며 저희 입양인들에게도 여러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는 아주 긍정적인 변화이며 우리 해외 입양인들의 장래를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도 우리 해외입양인들의 일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저는 한국이 그 경제력에 걸맞게 장래에 좀 더 강화된 사회복지제도를 갖춘 나라가 되기를 열망합니다.

어떤 한국의 학자분들은 한국의 복지제도를 미국과 비교합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자라서 대학교를 나오고 30여 년을 산 제 경험에 의하면 미국은 결코 사회복지의 선진국이 아니고 한국이 따라가기에 좋은 모델도 아닙니다. 저는 미국보다는 유럽, 특히 북유럽의 사회복지 모델을 연구하고 한국에 적용하는 것이 훨씬 적절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입양과 관련해 한국의 장래에 대해 무지갯빛 희망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한국의 과거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60년간 입양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만한 인권침해가 자행되었는지를 역사적으로 이해하고 인정함으로써 향후 우리가 힘을 모아 보다 아동의 인권이 보장받는 사회를 위한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많은 입양, 특히 해외입양이, 서류상으로는 합법적으로 진행된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해외입양인들은 자신의 입양이 실제로는 입양을 촉진 시키기 위해 남용되었음을 종종 발견합니다. 미국인 학자 데이비드 스몰린(David Smolin) 박사는 이러한 아동의 권리에 대한 법적남용을 자금세탁이나 합법적인 표면으로 위장한 불법적인 행위에 비유하며 '아동세탁(child laundering)'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TRACK이 보유하고 있는 그 '아동세탁'에 관련한 기록을 몇 가지 예로 보여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동세탁'에 대한 기록

'입양인의 날'을 기념해 지난 2009년 5월 10일 보신각 앞에서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 주최로 열린 해외입양인 인권찾기 인형 퍼포먼스.
 '입양인의 날'을 기념해 지난 2009년 5월 10일 보신각 앞에서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 주최로 열린 해외입양인 인권찾기 인형 퍼포먼스.
ⓒ 최방식

관련사진보기


1. 불명확한 양도 : TRACK은 부모가 아이를 실명으로 양도하지 않은 사례, 부모가 아닌 제3자가 아이를 양도한 사례, 부모 중 한 쪽만이 아이를 양도한 사례, 부모는 해외입양이 아닌 국내입양을 조건으로 양도하였으나 해외입양된 사례, 또는 양도서류에 도장이 위조된 사례 등을 발견했습니다.

현행 한국법은 아동의 부모를 찾는 책임을 입양기관에 지우고 있습니다. 이는 이해의 상충이라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입양기관에게 아이는 수입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해외에 '판매'함으로써 입양기관은 아이 1명당 약 1000만 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입양기관이 아동의 부모를 찾기 위해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2. 가족에 의한 납치 : TRACK은 특히 아동의 부계친척이나 할머니에 의해 아동이 입양되는 가족납치 사례에 대한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의 현행법에 의하면 모친의 양육권이 아직까지도 지나치게 약합니다. 그래서 친모는 자기 친자식이 입양되는 것을 전혀 몰랐거나 알아도 결정과정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의 남성 위주 가부장제 문화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신상서류 허위진술 : 양부모에게 보내어지는 아동에 대한 신상서류의 허위진술 사례는 입양사회에 만연해 있습니다. 서류상 아동의 연령, 사회력, 병력, 모친의 혼인상황 등의 정보를 조작함으로써 양부모와 서양의 입양기관에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사례가 그것입니다.

4. 남겨진 기록의 상이함 : TRACK은  같은 아동의 입양서류에 모순이 발견되는 사례를 발견했습니다. 기록의 모순은 국문기록에서 국문기록으로 옮겨지면서, 즉 경찰청에서 고아원, 입양기관으로 혹은 입양기관 사이에서 기록이 전달되거나 또는 국문기록에서 영문(또는 기타 서양어) 기록으로 옮겨질 때 발생합니다.

5. 고아원에 의한 납치 : 이 역시 종종 언급되는 것이며, 유명한 운동선수 토비 도슨(Toby Dawson) 사건이 주요사례로 뽑힙니다. 한국인 부모가 아동을 찾기 위해 고아원에 갔었으나 고아원은 아동이 없거나 사망했다고 거짓된 정보를 주었습니다. 의사분별이 가능한 나이의 아동들이 본인의 신원과 집주소를 알고 있어 집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나 고아원에 붙잡혀 있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현재 한국의 고아원은 아이 1명당 국가에서 한 달에 105만~107만 원을 지원 받습니다. 반면 생모는 한 달에 최저생계비 88만 원 이하일 경우에 한해서만 국가에서 1달 5만 원의 지원을 받습니다. 이렇게 아동은 고아원 수입의 절대적 원천이고 그래서 고아원은 온힘을 다해 아동을 집에 보내지 않고 '지키는' 것이 한국의 현실입니다.

6. 호적위조 : 적법하게 진행된 모든 해외입양의 경우, 입양을 촉진시키기 위해 고아호적이라는 것을 형식상 절차로 만든 경우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미 가족호적에 등록된 아동들의 경우에도 입양을 위해서 고아호적을 새로 만들었던 것 입니다. 이는 명백한 법문서의 위조행위입니다.

7. 시민권 위조 : 아동이 실제로 입양된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로 입양된 것으로 잘못 기록이 되어, 다른 나라의 시민권을 획득한 것으로 기록이 된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나중에 생모가 아동을 찾는 길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8. 신원위조 : 디안 보르쉐이(Deann Borshay)가 기록한 그 유명한 다큐멘터리 <1인칭 복수(First Person Plural)>를 보면 본래 입양하기로 예정되었던 아동이 어떤 이유에서든 갈 수 없는 사정이 생겼을 때, 입양부모 몰래 다른 아동으로 바꿔치기되어 입양된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윗글에서 간략하게 '아동세탁'에 관한 몇 가지 예를 들었습니다. 이제 저는 한국인들에게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인들에게 드리는 질문

미혼모 인형이 해외입양인의 눈물을 닦고 있습니다. 핏줄을 떠나보내고 눈물을 삼킨 세월이 얼만지, 엄마 품을 벗어나 차가운 가슴으로 살아온 게 또 얼만지 멍든 가슴의 상처는 언제 나...
 미혼모 인형이 해외입양인의 눈물을 닦고 있습니다. 핏줄을 떠나보내고 눈물을 삼킨 세월이 얼만지, 엄마 품을 벗어나 차가운 가슴으로 살아온 게 또 얼만지 멍든 가슴의 상처는 언제 나...
ⓒ 최방식

관련사진보기


1. 지금 한국에서 해외입양아 숫자가 한국전쟁 후 50년대보다 4배나 많은 것을 아세요?
1950년대 한국 해외입양아 숫자는 연 250명이었지만 지금은 연 1000여 명이랍니다.

2. 미혼모에겐 한 달 5만 원만, 그러나 고아원에겐 한 달 105만 원을 지원해 주는 것 아세요?
미혼모가 최저생계비 이하일 때만 한국정부는 현재 한 달 5만 원의 양육비를 지원해 줍니다. 그러나 생활고로 아동을 못 키우고 미혼모가 고아원에 보내면 정부는 그 고아원에 한 달 105만~107만 원을 지원해 줍니다.

3. 해외입양인 자살률이 일반인의 4배, 알코올 중독률 3배인 것 아세요?
특별히 청소년기의 입양아들은 극심한 우울증, 마약남용, 자살충동 및 기타 적응관련 문제들이 일반아동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친부모와 살 수 없는 입양아들의 정서불안정 등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지난 7월 20일 한국의 여성가족부는 가족송 UCC 동영상 콘테스트에서 해외아동 입양가정의 행복한 일상을 담은 '알콩달콩 행복언덕이네'를 1등으로 선정했습니다. 이것은 해외입양에 대해 잘못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면에서 우리 해외 입양인들은 아주 염려하고 있습니다.

4.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5위이지만 해외입양아 숫자는 세계 4위인 것 아세요?
1위 중국, 2위 에티오피아, 3위 러시아. 다음이 한국입니다. 2003년까지는 한국이 해외입양 단연 세계1위였답니다.

5. 해외입양아 1명 당 국내입양기관에서 해외로부터 수수료로 961만 원씩 받는 것 아세요?
아동은 상품이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아동 1명당 해외에서 961만 원을 받고 아이들을 외국으로 끊임없이 보내고 있습니다. 현대판 노예무역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질 듯 아프답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위와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한국아동의 권리가 법적으로 보호 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1989년 유엔총회는 국가가 아동을 보호할 책임을 명시한 '유엔아동권리협약'(아래 '협약')을 채택했답니다. 그리고 1991년 한국정부는 이 협약을 비준했습니다. 하지만 비준과정에서 한국정부는 '아동의 부모면접권, '입양절차과정에서 아동의 권리', '아동상소권 보장' 등 3개 조항에 대해서는 유보했답니다.

협약은 '자녀의 부모면접권'을 보장하지만 한국은 지금 부모의 아동면접권만을 보장할 뿐 아동의 부모면접권은 보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협약은 '입양절차'로서 관계당국의 허가를 통한 입양만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당사자 합의나 호적법에 따른 입양신고만으로 입양이 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말은 입양절차에 있어서 아동의 권리가 전혀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협약은 사법절차의 모든 단계에서 '아동의 상소권'을 '보장'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아동의 상소권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현재와 미래만 생각하고 과거 또는 역사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 특별히 한국에서는, 더욱 매력적이라고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과거 위에 우리가 과연 올바른 미래를 건설할 수 있을까요?

더욱이, 저와 많은 해외입양인들은 과거에 입양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입양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우리들 현재의 삶은 과거의 입양 때문에 지금도 계속해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과거를 조사하여 입양이 한국사회에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를 알아야 하는 이유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의 역사적 뿌리를 이해하는 길이며 미래를 위해 오늘 우리가 어떤 방향을 취하는 것이 최선의 길인가를 가늠해 보는 길입니다. 미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저주를 받는다."

그래서 저는 한국 분들이 우리 입양인들과 함께 일할 것을 제안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힘을 합치면 한국의 전체 입양 문제에 대한 진실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엔 과거의 입양정책과 그 실태문제가 포함될 것입니다. 그러한 활동을 통해서 우리는 한국과 국제사회가 해외입양과 관련하여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했는지 더욱 역사적으로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자선의 이름'으로 인권침해당한 분들의 상처를 치료해 드리는 일에도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 제인 정 트렌카 : 미국입양인이며, 진실화해를위한해외입양인모임(TRACK) 대표, 저서엔 <피의 언어>, <도망자 비전>, 편저엔 <내부의 낯선자들> 이 있다. <피의 언어>는 그녀의 자전소설로 2003년 가을 반즈앤노블이 정한 '신인작가'에, 2004년 미네소타 북어워드 '자서전', '새로운 목소리' 부문의 상을 받았으며 현재 미국 내 여러 대학에서 영문학과 부교재로 채택하고 있다.



태그:#입양, #제인 정, #인신매매,TRACK,고아,아동세탁,피의 언어,납치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74,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