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제인 정 트랜카
 제인 정 트랜카
ⓒ 제인 정 트랜카

관련사진보기


지난 11일 고정희기념사업회는 고정희자매상을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이하 TRACK, Truth and Reconciliation for the Adoption Community of Korea)에 주었다. 고정희기념사업회는 "TRACK이 선정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한국 사회 내에서 미혼모와 입양인들에 대한 편견을 개선하고 특히 미혼모들이 스스로 아기를 낳아 키울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문화적으로 보장받기 위해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내가 입양인 문제에 직접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5년부터다. 당시 해외입양인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들과 이야기 하면서 입양 문제는 곧 인권 문제이고 역사적 존재인 인간의 정체성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기독교사상가 함석헌은 식민지 조선민족의 정체성을 발견하기 위해 분투하며 그 과정에서 명저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를 저술한다. 내가 만난 해외입양인들도 함석헌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기가 어떻게 다른 나라로 입양 가게 되었는지 그 과거(역사)를 모른다. 국가에 의해 감추어졌기 때문이다.

인간은 내가 누구이고 어디서 왔나를 알고 싶어 하는 존재이고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역사적 존재라는 말이다. 입양인들의 정체성 찾기, 나의 뿌리 찾기는 그래서 그들의 당연한 권리이다. 우리사회가 저지른 죄값을 입양인에게만 지우는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난 11일 고정희상 기념식장에서 제인 정 트렌카 해외입양인모임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제인과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뿌리에 대해 알 권리가 있고 이것은 인권의 문제다"

 제인 정 트랜카
 제인 정 트랜카
ⓒ 제인 정 트랜카

관련사진보기

- 고정희 자매상 수상을 축하한다. 왜 TRACK이 이 상을 받게 되었다고 생각하나?
"입양인들이 한국 문인들로부터 도움과 지원을 받은 지 꽤 되었다. 고정희상은 문학과 페미니스트 운동에 헌신한 분들에게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지난 5월 11일 TRACK이 개최한 제1회 싱글맘의 날 국제컨퍼런스 때문에 이 상을 받는 것같다. 그날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친부모와 함께 자라날 권리가 있다는 아동의 인권문제와 미혼모도 자기 자식을 키울 권리가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우리 노력을 인정해준 고정희기념사업회에 감사한다."

- TRACK의 역사와 역할이 무엇이고 설립목적이 뭔가?
"2007년 한 스웨덴 입양인이 해외입양을 위한 단체를 만들자고 내게 제안한 적이 있다. 내가 미국입양인이기 때문에 그전에 개인적으로 다른 입양인들을 위해 일한 적은 있었지만 입양인 스스로 단체를 만들 생각은 못했다. 그래서 2007년 해외입양인 몇 사람은 진실화해를위한 해외입양인모임을 설립했다. TRACK은 입양인과 그 가족이 자신들의 입양과 관련한 과거와 현재 기록을 전부 알 수 있게 해주기 위해 만들었다. 인간은 자신의 뿌리에 대해 알 권리가 있고 이것은 인권의 문제다.    

우리의 중장기적 목표는 한국정부가 입양인들을 위한 정부차원의 '입양인 진실화해위원회(이하 진화위)'를 설립하도록 발판을 놓는 데 있다. 진화위의 역할은 입양인들이 자신의 뿌리인 과거를 앎으로서 현재와 미래를 위해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도록 도움을 주는데 있다. 우리의 단기적 목표는 입양이 미혼모와 입양인에게 인간으로서 얼마나 지울 수 없는 아픔인지 한국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입양아의 90%는 미혼모 자녀다."

- 국회에서 입양특례법 논의가 진행 중인데 그 핵심내용과 진행상황을 말해 달라?
'입양특례법' 개정 작업은 TRACK이 주도하고, 공익변호사그룹 공감과 해외입양인센터 뿌리의집, 국외입양인연대가 결합해서 2008년 가을부터 시작한 일이다. 후에 '한국미혼모가족협회'와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낸 엄마들의 모임 '민들레 어머니회'가 결합했다. 개정안은 민주당 최영희 국회의원이 받아 주었고, 의원실의 검토를 거쳐 2010년 5월 11일에 발의되었다.

보건복지부 역시 2009년 이 법안의 개정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입양특례법 개정을 위한 TF'를 구성하고 수차례 공청회를 개최했으나, 1년 여의 지연 끝에 정부안 발의는 불발되었다. 정부안이 발의되면 병합심의를 하기로 하고 1년을 기다렸으나 정부안은 제출되지 않았고, 결국 TRACK이 주도해서 마련한 최영희 의원안을 보건복지부와 함께하는 전문가회의의 조문심의를 거쳐 보건복지부와 합의한 합의안을 마련했다. 이 개정안은 오는 6월 20일 국회보건복지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심의될 예정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6가지이다. 1) 기존 법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입양촉진'을 삭탈시킨다. 2)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 법에 의한 입양은 가정법원의 허가제로 한다. 3) 생모의 모성권을 보장하는 뜻에서 입양숙려제를 도입한다. 4) 입양예비부모의 범죄경력, 가정 내 폭력, 성폭력, 약물중독, 정신병력 등에 대한 가정조사제를 도입하여 입양아동의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한다. 5) 입양인의 친생가족에 대한 알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한다. 6) 중앙입양원을 설립하여 입양정보의 관리를 비롯한 입양사업에 대한 관리기능을 보강한다.

'입양특례법' 개정안은 여당과 야당의 뜻이 다르지 않고, 보건복지부까지도 합의를 했다. 그러니 남은 절차가 신속히 진행되어 6월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켜 거의 60년에 이르고 있는 한국의 부정적인 입양 관행에 종지부를 찍고 아동과 모성의 인권을 보호하는 새롭고도 따뜻한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 해외입양인으로 살아오면서 가장 어려운 면은 무엇이었나?
"내가 19살이었을 때 미국 아버지는 자기 자식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날 죽이려 했다. 그때 내가 입양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후 미국에서 대학 다닐 때도 나를 스토킹한 남성에게 성폭력 당할 뻔하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그후 나는 깊은 우울증에 빠졌다. 그리고 '인종이나 성은 내 선택이 아닌데 나는 왜 그런 선천적인 것으로 인해 차별받아야 하나'라는 깊은 고민과 생각으로 잠 못 이룬 밤을 보낸 적이 많다. 대학 때 겪은 이러한 아픔과 고통은 내게 큰 후유증으로 남았다. 그래서 나는 30대까지 내 20대 악몽의 추억 때문에 환각을 느끼거나 밤에 악몽을 종종 꾸었다.

너무나 사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미국을 떠났고 내가 내어난 한국에 왔다. 대학시절 나를 스토킹하고 죽음에 문턱까지 몰고 갔던 그 남자는 지금 살인미수로 20년째 감옥에서 복역 중이다. 많은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와, 책을 3권이나 썼군요, 서울대학교에서 석사를 공부하고 있군요, 당신은 아주 성공적이군요!' 그러나 삶의 진정한 모습은 단순히 성공 실패로 표현하기보다는 복잡하다. 인간의 삶은 고정된 것이라기보다 희로애락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것 같다."

 고정희 자매상을 받는 제인 정 트랜카
 고정희 자매상을 받는 제인 정 트랜카
ⓒ 김성수

관련사진보기


- 싱글맘 콘퍼런스에서 당신은 한국에 해외입양이 많은 것은 한국이 심한 성차별국가라는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했다. 그때 인용한 세계경제포럼 자료에 한국의 성차별 지수가 몇몇 중동국가보다 못한 것을 보고 충격받았다. 이 자료에 대해 설명을 더 해달라?
"세계경제포럼은 4가지 범주로 각 나라의 여성차별 수준을 평가한다. 여성의 경제력과 경제기회, 교육율, 보건권과 생존권, 정치주도권. 2010년 남녀차별평가 보고서에서 한국은 134개국 중 104위를 했고 한국의 순위는 아랍에미리트와 쿠웨이트 사이였다. 1등은 아이슬랜드였다. 2009년 <뉴욕타임즈>는 66%의 아이슬랜드 자녀들이 결혼과 무관하게 태어난다고 보도했다. 

북유럽 국가에선 남녀평등차원과 국가의 장래에 대한 투자라는 입장에서 아동과 엄마를 전적으로 지원한다. 엄마가 미혼모라고 해서 그 자녀를 구조적으로 그 엄마와 이별할 수밖에 없이 만드는 것은 지상에서 없어져야 한다. 한 여성이 한 남성에게 속해 있어야만 한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다는 생각은 아주 가부장적인 사고다. 한국사회는 미혼모에게 낙인을 찍는 사회다. 대부분 미혼모들은 남자(아빠)가 애를 돌보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도망간 상황에서 혼자 아이를 힘겹게 키운다.

그런데 그런 엄마의 희생이나 책임의식이 오히려 한국사회에서는 지탄받고 낙인찍힌다. 이러한 편견은 아동에게 정말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다. 자기의 살이고 피인 자녀를 버린 아버지엔 대해선 별 문제 삼지 않고 그 아이를 어떠하든지 키워보려고 애쓰는 엄마를 오히려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회는 극도의 가부장적 사회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입양 자체를 반대하지 않지만 현재 한국의 입양제도는 반대"

 고정희상 시상식
 고정희상 시상식
ⓒ 김성수

관련사진보기


- 당신의 책 <피의 언어>에서 당신 생모와의 극적만남과 죽음에 대해 읽었다. 생모를 처음 만났을 때의 감회와 또 생모의 죽음에 대한 소회를 말해 줄 수 있나?
"1988년부터 난 생모와 서신을 교환했다. 처음 2년 동안 생모는 날씨에 대해서만 이야기 했다. 그래서 1990년 나는 생모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해주지 않으면 다시는 편지를 안 쓰겠다고. 다행히 생모는 아름답지 않은 그 이야기를 내게 다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래서 1995년 난 입양된 후 한국에 처음 왔다.

엄마는 2001년 암으로 돌아가셨다. 난 엄마와 정말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는 것을 지금 깨닫는다. 엄마는 항상 내 옆에 있을 것 같았다. 언어와 문화적 차이 때문인지 처음엔 엄마의 죽음이 실감이 안됐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충격이 크다. 그래서 난 항상 다른 입양인들에게 말한다. 망설이거나 두 번 생각하지 말고 생모를 찾아라. 생모가 돌아가시면 영원히 만날 수 없다고. 나는 다른 생부모에게도 같은 말을 하고 싶다. 지금 당신 자녀를 찾으세요. 아니면 영원히 못 찾는답니다."

- 해외입양아와 재회를 앞둔 한국가족에게 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
"종종 친부모는 입양아에게 미안해하고 부끄러워한다. 그래서 변명같이 들릴까봐 당시 상황도 이야기 잘 안 해준다. 그러나 입양아는 자기가 입양된 이유와 친부모가 지금 어떤지 알 권리가 있다. 진실을 직면하기가 처음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신뢰를 쌓기 위한 필수조건은 진실하다. 진실은 어떤 어려움도 극복한다. 입양아들은 자기 과거에 대한 진실에 목말라 있다. 또 해외입양아들이 자란 나라들도 대부분 감추는 것 보다는 공개하기를 권하는 문화에서 왔다. 이 점도 친부모가 배려해주면 좋을 것이다.

또 해외입양인들은 친부모와 관계를 갖기 위해 정말 노력을 많이 한다. 해외입양인들은 한국어를 배우고, 모든 돈과 시간을 써서 한국에 오고 한국문화를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친부모는 최소한 책임감을 갖고 늦게라도 입양 보낸 자식을 찾으려고 하면 좋겠다. 친부모는 입양 보낸 사실을 평생 감출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입양아는 그 사실을 영원히 숨길 수 없고 무덤까지 가져간다. 다른 말로, 입양인들은 살면서 하루도 안 빠지고 매순간 자기가 입양인인 것을 의식한다. 입양인은 숨길 게 없다. 입양인의 잘못된 사회의 피해자다. 진실함만이 입양인의 상처를 치료 할 수있다.

입양인은 결코 친부모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도 자기가 낳은 자식을 포기 하고 싶은 부모는 없다. 입양 자체도 개인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입양기관, 비자와 여권을 발행하는 정부, 다른 말로 입양은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다. 친부모는 잘못된 사회구조의 희생자로서 영원히 그 상처를 안고 산다. 보다 나는 미래와 현재의 잘 못된 사회제도를 고치기 위해 친부모와 가족들이 나서서 입양아를 찾아주기 바란다. 그래서 우리 함께 이 잘못된 사회구조를 고치자." 

- 입양아로서 입양, 특히 해외입양이 왜 멈춰져야 한다고 보나?
"TRACK은 입양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단지 현재 한국의 입양제도를 반대한다. 친척 입양은 찬성한다. 예로, 한 미국여성이 한국에 와서 한국홀아비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기로 하고 함께 미국에 가면 그 미국여성은 한국남성의 자녀를 입양해야 할 것이다.

친척이 아닌 다른 대부분 입양은 투명하고 윤리적인 제도가 뒷받침 되어야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입양제도를 봐라. 아기농장과 같다. 미혼모는 암소 같고 갓 태어난 송아지(아기)는 입양기관에 의해 서구에 판매, 공급된다. 입양기관이 돈받는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 뭐라고 위장을 하던 한국은 지금 돈을 받고 해외에 아기를 판매한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복지가 결여된 탓이다. 입양이 인종이나 국가권력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아무 미국입양기관에 메일을 보내서 '난 한국인이고 건강한 미국 백인 아이들 입양하고 싶다'고 해봐라. 어떤 답장을 받는지."

- 한국정부와 국회에 미혼모 문제와 관련하여 하고 싶은 제안이나 권고가 있는가?
"미혼모를 돕는 것은 곧 국가의 미래가 될 아동을 돕는 것이다. 아동을 돕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가? 정부의 역할은 이들을 돕는 창의적 재원을 마련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지금 현재 입양기관에게 주는 재원을 친모에게 주라. 현재 한국에서는 편부모가 최저생계비 대상자일 때한에서만 한 아이 당 한 달 5만 원을 국가가 지원한다. 그러나 그 편부모가 생활고로 아이를 못 키우고 고아원에 보내면 그 고아원은 한 아이 당 한 달 105만 원에서 107만 원을 국가에서 지원받는다. 현재 한국은 입양을 사회구조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고아원에 주는 105만 원을 생모에게 주라. 그리고 아이는 상품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라."

덧붙이는 글 | 제인 정 트랜카는 TRACK 대표이다. 저서에 <피의언어: The Language of Blood><도망자 비전: Fugitive Visions>이 있고 편저에 <내부의 외부인: Outsiders Within>이 있다. 1972년 그녀는 미국에 입양되었다. 현재 서울대 대학원에서 입양에 관한 공공정책을 공부하고 있다. <피의언어>는 미네소타 자서전 상을 받았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국민권익위윈회 청렴포럼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