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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엄지뉴스로 올린 사진이랍니다. 수도꼭지에 물이 말랐어요.
▲ 물이 안 나와요 엊그제 엄지뉴스로 올린 사진이랍니다. 수도꼭지에 물이 말랐어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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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거 왜 이래?"
"왜?"
"물이 안 나온다. 왜 그러지?"
"어머! 물이 갑자기 왜 안 나와? 물 끊긴단 말이 있었나?"
"모르지. 우리야 오늘 온종일 시골에 있었으니까 방송도 못 들었는데, 구미시청 누리집에 가봐야겠다."


어이쿠, 큰일 났습니다. 남편이 옷도 다 벗은 채 목욕한다고 들어갔는데, 물이 안 나온다는 거예요. 그날(지난 8일)은 77밴드 무료봉사공연이 있는 날이라서 시골마을에 가서 어른들을 모시고 잔치를 하고 돌아왔는데, 씻으려고 하니 뜬금없이 물이 안 나오는 겁니다. 온종일 공연도 하고 어른들과 함께 재롱 피우며 놀아드린다고 온통 먼지를 뒤집어쓰고 땀범벅이 되어 돌아왔는데 씻지도 못하게 생겼으니 참으로 큰일입니다.

임시보 유실? 그게 무슨 말이야?

얼른 컴퓨터를 켜고 구미시청 누리집에 들어가니, 게시판에 난리가 났습니다. 구미시 전 지역 사람들이 모두 물이 안 나온다고 항의하는 글로 도배가 되었더군요. '너무하네요' '보상받아야 돼요' '아 똥 좀 싸자' 등등. 게다가 '취수 중단에 따른 단수 안내'라는 공지글이 달랑 하나가 있는데, 물이 안 나오는 까닭이 '해평취수장에 취수를 위한 임시보 유실에 따른 취수중단'이라고만 적혀 있었답니다.

게시판에는 온통 항의글로 도배가 되었어요. 각 동에 사는 주민들이 모두 물이 안 나와서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 구미넷 게시판 게시판에는 온통 항의글로 도배가 되었어요. 각 동에 사는 주민들이 모두 물이 안 나와서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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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보 유실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글쎄, 뭔가 물을 막아놓은 보가 무너졌다는 말인가?"
"그런데 저렇게 느닷없이 물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하냐? 이거 물 받아놓은 것도 하나 없고 큰일 났다."


그랬어요. 텔레비전을 켜니, 온통 구미시에 물이 안 나온다는 이야기뿐이더군요. 알고 보니, 4대강 공사구간인 낙동강 해평취수장에 임시로 만들어 놓은 보가 무너졌다는 거였어요. 어쨌거나 적어도 다음날 오전 8시까지는 복구가 된다기에 몸을 씻지 못해 몹시 찝찝하긴 했지만, 그냥 참고 잤지요.

이튿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수도꼭지를 열었으나 물은 한 방울도 안 나오더군요. 출근은 해야겠기에 생수기에 있는 물을 받아서 얼굴만 대충 씻고 나왔어요. 그 때만 해도 저녁에 집에 가면 마땅히 물이 나오겠거니 생각했지요. 아뿔싸, 그건 우리 바람일 뿐이었어요.

퇴근해서 돌아왔지만, 물은 나오지 않았어요. 당장 쓸 물이 하나도 없고, 화장실에 볼일 볼 것도 걱정이었어요. 안 되겠다 싶어 가게에 생수를 사려고 갔더니, 6개들이 물이 달랑 하나밖에 없더군요. 어제부터 생수가 없어서 난리였다는 거예요.

나흘째 물이 안 나온다

구미시에는 지난 8일부터 벌써 나흘째 물이 안 나오고 있답니다. 그 까닭이 어이없게도 4대강 공사 구간인 낙동강 해평 취수보가 무너져서 그렇다는데,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닙니다.
▲ 생수가 동이 났어요! 구미시에는 지난 8일부터 벌써 나흘째 물이 안 나오고 있답니다. 그 까닭이 어이없게도 4대강 공사 구간인 낙동강 해평 취수보가 무너져서 그렇다는데,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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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는 온종일 전화통에 불이 납니다. 제가 일하는 곳이 바로 생수를 다루는 음료대리점이랍니다. 지난 월요일(9일) 아침부터 오늘(11일)까지 쉴 틈을 안 주고 전화가 수도 없이 많이 옵니다. 바로 생수를 주문하는 거였어요. 보통 때 같으면 한주에 기껏해야 생수 한 팔레트(6개들이 80상자)쯤 나가는데, 주문량이 엄청납니다. 전화 오는 곳마다 거의 30~50상자씩 주문을 넣습니다. 미리 준비해둔 제품도 없었는데, 부랴부랴 공장에 주문을 넣고 차 몇 대 분(16파레트)을 받았지만, 오는 즉시 바로 다 동이 나고 말았어요. 하다못해 우리 사무실 직원들이 물을 사가고 싶어도 못 샀으니까요.

보통 때 수도공사를 하면서 물이 끊길 때엔 길어야 하루쯤이었으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가 아주 고생을 하고 있었어요. 먹을 물이야 생수를 사서 어떻게든 하지만, 다른 허드렛물까지 비싼 생수를 사서 쓰려니 여간 고생이 아닙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화장실 변기 쓰는 일이 문제였어요. 아니나 다를까, 허드렛물을 쓰고 모아두었다가 그걸로 변기에 붓고 물을 내리곤 했는데, 아뿔싸, 그만 변기가 막히는 일까지 겪었답니다. 변기 뚫는 꼬챙이로 몇 시간씩 뚫어 봐도 제대로 뚫리지 않아서 애를 먹었어요.

사무실 전화통에 불이 납니다. 온통 생수를 주문하는 거였어요. 그러나 이제 팔 수 있는 제품도 없답니다.
▲ 주문은 이렇게 많은데, 사무실 전화통에 불이 납니다. 온통 생수를 주문하는 거였어요. 그러나 이제 팔 수 있는 제품도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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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니는 일터가 바로 생수를 다루는 음료 대리점이랍니다. 이 정도 물량이면 한주는 기꺼이 쓴답니다. 그러나 요 며칠, 5톤 차로 여러 대를 받았지만, 오는 즉시 동이 나고 말았어요.
▲ 생수가 이 정도면, 제가 다니는 일터가 바로 생수를 다루는 음료 대리점이랍니다. 이 정도 물량이면 한주는 기꺼이 쓴답니다. 그러나 요 며칠, 5톤 차로 여러 대를 받았지만, 오는 즉시 동이 나고 말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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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지변도 아니고 인재라고?

그때부터 오늘까지 벌써 나흘째입니다. 구미시와 수자원공사에서는 금세 복구가 될 것처럼 말했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게다가 취수보 공사를 할 때 부실공사를 했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서 참 어이없더군요.

늘 흔하디 흔한 것이 물이었기에 조금도 불편함을 모르고 살다가 이번 일을 겪으면서 새삼 다시 물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지를 깨닫습니다. 그렇기는 해도 이번 일이 천재지변도 아니고 그야말로 '인재'였다는 것이 너무나 화가 나고 답답합니다.

물을 받았어요. 오늘 아침에 수도꼭지를 여니까 쫄쫄쫄 아주 적은 양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얼른 큰 그릇들을 꺼내서 물을 받았어요. 저 만큼 받는데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렸답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저녁에 돌아오니, 또 끊겼답니다. 높은 지대에 사는 주민들은 앞으로도 사나흘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 큰 그릇은 모두 꺼내어 물을 받았어요. 오늘 아침에 수도꼭지를 여니까 쫄쫄쫄 아주 적은 양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얼른 큰 그릇들을 꺼내서 물을 받았어요. 저 만큼 받는데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렸답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저녁에 돌아오니, 또 끊겼답니다. 높은 지대에 사는 주민들은 앞으로도 사나흘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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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아침 가물막이 공사를 끝내고 이제 정상으로 되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지대가 높은 곳에 사는 주민들은 여전히 같은 고생을 하고 있답니다. 그야말로 불편함을 넘어서서 고통을 겪고 있답니다. 밥집은 또 얼마나 불편할까요? 생계를 잇는 일인데, 물이 없어 장사를 할 수가 없으니까요. 게다가 구미시는 공단 지역이에요. 섬유공장이나 유리 공장이 많은데, 물이 공급되지 않아 기계를 세워야 한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일터에서도 생수 주문은 잇달아 들어오지만, 이제 그간 공장에서 들여온 제품도 모두 바닥이 났답니다. 말은 가물막이 공사가 끝나서 제대로 될 거라고 했지만, 아직도 여러 지역에서 애를 먹고 있답니다. 어서 빨리 물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저는 벌써 나흘째 샤워는커녕 머리도 못 감았답니다. 아이고, 이거 창피하네요.

이곳은 구미시 상모사곡동에 있는 비상급수시설입니다. 오늘 퇴근길에 사진을 찍었는데, 이 지역은 11000세대쯤 된다고 하는데, 이곳 한 곳 뿐입니다. 그리고 자동차도 없고, 나이드신 어른들이 홀로 사는 분들은 예까지 가서 물을 가지고 오기도 쉽지 않습니다. 아니 엄두도 못내지요. 그나마 이 지역에는 오늘 저녁부터 물이 조금씩 나온다고 합니다.
▲ 비상급수시설 이곳은 구미시 상모사곡동에 있는 비상급수시설입니다. 오늘 퇴근길에 사진을 찍었는데, 이 지역은 11000세대쯤 된다고 하는데, 이곳 한 곳 뿐입니다. 그리고 자동차도 없고, 나이드신 어른들이 홀로 사는 분들은 예까지 가서 물을 가지고 오기도 쉽지 않습니다. 아니 엄두도 못내지요. 그나마 이 지역에는 오늘 저녁부터 물이 조금씩 나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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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구미시 단수, #4대강취수보, #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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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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