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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수산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 뉴욕 aT센터는 지난 24일(현지 시각) 뉴욕 맨해튼 플라자호텔내 푸드홀(Food Hall)에서 한국산 수산물 홍보 행사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이 해산물 그릴 앞에서 푸드홀 오너인 타드 잉글리쉬(Todd English)의 요리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 뉴욕 aT센터는 지난 24일(현지 시각) 뉴욕 맨해튼 플라자호텔내 푸드홀(Food Hall)에서 한국산 수산물 홍보 행사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이 해산물 그릴 앞에서 푸드홀 오너인 타드 잉글리쉬(Todd English)의 요리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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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는 세계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거리다. 서울 명동보다 4배 정도가 비싸다. 플라자호텔은 5번가에서도 '황금지대'로 불리는 58번 도로와 59번 도로 사이에 있다. 호텔 정문에서 센트럴파크 방향(59번 도로)으로 향하다가 벽면을 타고 왼쪽으로 꺾어지면 TV쇼 진행자인 유명요리사 타드 잉글리쉬가 운영하는 '푸드홀' 입구가 나온다.

24일(현지 시각) 낮 12시경, 푸드홀 안으로 들어서자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고 손에 무전기를 든 채 분주하게 움직이던 직원이 친절하게 안내를 한다. 홀 안은 이미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가득 찼다.

비행기로 공수된 '넙치' 등 한국산 수산물 홍보 행사 열려

5400평방피트(약 150평), 100여석 규모의 푸드홀은 로 바(raw bar)와 오션 그릴(Ocean Grill)을 중심으로 해서 테마별로 키친들이 나누어져 있다. 평소 오션 그릴 진열장은 미국 연안 등에서 당일 잡은 제철 생선들과 굴, 조개류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넙치, 오징어, 전복, 굴, 멍게, 바지락, 참치 등이 선을 보였다. 모두 한국산이다. 특히 넙치 등은 전날 한국에서 비행기로 공수되어 왔기 때문에 신선한 상태였다.

오션 그릴 안쪽에서는 타드와 그의 주방장이 번갈아가며 멍게와 전복 등을 썰어 접시에 담고 있다. 특히 타드가 칼을 잡으면 홀에 있던 사람들이 몰려들어 카메라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홀 한 쪽에서 진행된 약 1미터 길이의 참치 '해부쇼'도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KBS, MBC, SBS 등 한국 방송사를 비롯해 지역 한인언론사 기자들도 취재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푸드홀에서는 농림수산식품부(농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 뉴욕 aT센터(지사장 오형완)가 주최한 한국산 수산물 홍보행사가 열렸다. "지난 20~22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수산박람회와 연계해 미국 동부지역에 냉동오징어, 냉동굴, 바지락 등 한국산 수산물을 홍보하고 도매상을 대상으로 수출확대 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행사"라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한식 세계화 사업의 일환인 셈이다.

따라서 이번 행사의 주요 초청대상은 뉴욕 수산물 관련 외식업계, 현지 언론매체 등 여론 주도층이었다. 실제 이날 푸드홀에는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주방장과 넬로스·벨라불루 등 최고급 레스토랑 주인, 미국음식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또한 뉴욕타임스, 푸드네트워크, 스타쉐프 등 음식 관련 신문·잡지 기자와 블로거들도 한국산 수산물 시식을 즐겼다. 타드와 그의 주방장이 광어, 오징어, 전복 등 우리 수산물을 이용해 만들어 선보인 음식들도 참석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홀 안에 있는 80여 명 중 외국인은 20여 명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 뉴욕 aT센터는 지난 24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플라자호텔내 푸드홀에서 한국산 수산물 홍보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장 한 쪽에서 요리사들이 참치를 해부하고 있는 모습.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 뉴욕 aT센터는 지난 24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플라자호텔내 푸드홀에서 한국산 수산물 홍보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장 한 쪽에서 요리사들이 참치를 해부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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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홍보 행사에 수천만원... 뉴욕 aT센터조차 "시간 부족" 반대

뉴욕 aT센터 등에 따르면 낮 12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행사에 최소 4만 달러(약 45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 이는 이날 소요된 한국산 수산물 등 식재료를 제외한 비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날 소요된 전체 비용이 6만 달러 이상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이번 행사를 발주할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기획사들은 대부분 6만 달러에서 12만 달러의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뉴욕 aT센터의 한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 행사를 준비한 모 기획사측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해주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며 "타드가 식당 임대료로 2만 달러, 자신의 출연료로 2만5000달러를 요구했지만, 인맥을 활용해 가격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거액의 국가 예산을 들인 만큼 효과는 거뒀을까?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최고급 호텔 주방장이나 레스토랑 주인 등 외식업체 관계자들의 숫자는 채 10여 명을 넘지 못했다. 언론 보도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행사가 끝난지 3일이 지난 현재까지 이번 행사나 한국 수산물과 관련된 기사가 한국 언론 외에 현지 언론에 보도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구글 검색 결과임 - 편집자 주)

행사에 참석했던 곽호수 뉴욕한인수산인협회 회장은 기자와 만나 "한국산 수산물을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늘 행사는 이런 수산물이 한국에도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한국에 대한 홍보가 됐다"며 "당장 수산물을 (미국에) 팔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가능성을 위해 이미지 제고의 효과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행사를 두고 "성과주의에 급급한 한국 정부의 졸속 행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기획사가 최종 선정된 것은 불과 20일 전인 지난 4일이었다. 한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20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이 정도 행사를 준비한 것은 오히려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내실 있는 행사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최소 2~3개월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하고, 유력한 오피니언 리더나 외식업계 관계자들을 참석시키기 위해서는 최소 한달 전에 초청장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월 말 농식품부로부터 이번 행사를 제안 받은 뉴욕 aT센터조차 "시간이 촉박하다"는 등의 이유로 행사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행사 개최를 재차 종용했고, 결국 무리한 일정 속에서 행사를 강행한 셈이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 뉴욕 aT센터는 지난 24일(현지 시각) 뉴욕 맨해튼 플라자호텔내 푸드홀(Food Hall)에서 한국산 수산물 홍보 행사를 개최했다. 한 참석자가 시식용 음식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 뉴욕 aT센터는 지난 24일(현지 시각) 뉴욕 맨해튼 플라자호텔내 푸드홀(Food Hall)에서 한국산 수산물 홍보 행사를 개최했다. 한 참석자가 시식용 음식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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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적에 대해 농식품부측은 "졸속으로 추진한 게 아니"라고 항변했다. 행사에 참석한 김종실 농식품부 수산정책과 서기관은 "(행사를 개최한다는 내용이) 외부로 공개만 늦게 됐을 뿐 보스턴 수산박람회를 준비하면서 이번 행사도 함께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보스턴 수산박람회는 정부의 연중 사업 가운데 거의 변동이 없는 정례 행사이기 때문에 이미 2~3개월 이전부터 준비한다. 그렇다면 뉴욕 aT센터는 왜 행사를 20여일 앞두고서야 부랴부랴 기획사를 섭외하는 등 촉박하게 일정을 진행한 것일까?

게다가 이날 뉴욕 홍보 행사에는 한국 수협중앙회 관계자 외에 수산물 수출업체 관계자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고, 그들을 위한 공간(좌석)도 마련되지 않았다. 한국산 수산물의 인지도를 높이고 판로를 개척하기 위한 행사였다면 당연히 정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수산물을 수출할 해당 한국 업체 측이 참석해야 했다. 적지 않은 정부 예산이 들어간 이번 행사가 사전에 충분히 준비되지 않고, 급조됐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식 세계화를 한다고 해서 꼭 한식을 많이 팔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런 행사가 한국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국격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미디어 홍보 행사에 미국 기자는 7명뿐... "한식 세계화 예산 감시해야"

더 큰 문제는 한국 정부가 해외에서 수천만 원의 국민 세금을 들여 졸속으로 추진하는 보여주기식 전시 행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2월 1일 농식품부 장관을 지낸 정운천 한식재단 이사장이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위치한 한식당 '반'에 모습을 나타냈다. 농식품부와 한식재단이 주최한 '한국의 설 음식' 미디어 행사에 참석한 것이다. 리얼리티쇼 TV 프로그램 '탑 셰프 매스터스(Top Chef Masters)' 진행자로 인기를 끈 켈리 최(한국명 최은영)씨가 미국 언론을 상대로 떡국·갈비찜·나물·전·잡채 등 한국의 설 명절 음식을 소개하는 행사였다.

그러나 50여 명의 참가자 중 미국 기자(블로거 포함)는 7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한국 기자들이거나 영사관, 한식재단 등 정부 관계자들이었다. 행사 이후 미국 언론에 보도된 사례 역시 찾아보기 힘들었다. 식당 대여비나 켈리 최씨 섭외비 등을 감안하면 이 행사 역시 수천만 원의 예산이 소요됐지만, 결과적으로 뉴욕 한복판에서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꼴이 됐다.

특히 '한식 세계화'를 명분으로 추진된 행사임에도 현지 한인식당을 주축으로 구성된 '미동부한식세계화추진단'조차 이번 행사의 개최 사실을 사전에 모르고 있었다. 또한 한식재단은 현지에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기획사를 제쳐두고 한국에 있는 제일기획에 이번 행사를 맡겼다. 결국 제일기획은 다시 현지 기획사에 하청을 주는 등 행사 준비 과정에서 불필요한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당시 정운천 이사장은 "해외 홍보를 설부터 시작하자는 취지에서 준비했다"며 "세계화의 출발점인 뉴욕에서 첫 행사를 열게 된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식재단은 오는 4월 더 큰 규모의 홍보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 뉴욕 aT센터는 지난 24일(현지 시각) 뉴욕 맨해튼 플라자호텔내 푸드홀에서 한국산 수산물 홍보 행사를 개최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 뉴욕 aT센터는 지난 24일(현지 시각) 뉴욕 맨해튼 플라자호텔내 푸드홀에서 한국산 수산물 홍보 행사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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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와 한식재단은 지난 2월 뉴욕패션위크 기간 중 링컨센터에서 열린 한국패션문화 리셉션에서 퓨전 한식 메뉴를 홍보하기도 했다. 당시 세계적인 요리사인 톰 콜리키오가 이 행사를 위해 불고기쌈, 김치만두, 쇠고기 꼬치구이 등의 퓨전 한식을 만들어 선보였다.

그러나 이 행사에 참석했던 한 한인동포는 "김치만두는 너무 바짝 튀겼고, 불고기쌈은 월남쌈과 비슷했고, 쇠고기 꼬치는 정말 쇠고기만 꿰어놓은 수준이었다"며 "그게 과연 한식이었을까? 현지인들에게 한식이라고 소개하기조차 창피할 정도로 맛이나 모양의 수준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한식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그는 '한국의 설 음식' 미디어 행사에도 참석했었다. 그는 "한식 세계화를 하겠다고 국가 예산을 많이 받았으면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한식 세계화도 좋고, 한국 수산물 수출도 좋다. 그러나 아이들 밥그릇 빼앗아 만든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연말 한나라당이 2011년도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하면서 한식재단이 한식세계화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뉴욕 한식당' 예산 50억 원을 포함한 '한식세계화 예산' 242억5000만원도 함께 처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됐다. 당시 학생들의 방학 급식지원비는 전액 삭감됐다. 한식재단은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가 명예회장으로 있던 '한식세계화추진단'의 사업을 이어 받아서 진행하고 있는 조직이다.


태그:#한식세계화, #농림수산식품부, #농수산물유통공사, #한국산 수산물, #플라자호텔 푸드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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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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