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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 박사가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정치철학 특강 시즌2' 강의를 하고 있다.
 강신주 박사가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정치철학 특강 시즌2'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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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철학적 주장을 다루고 있는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 '대상적 활동(objective activity)을 제외하면 남는 게 딱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교육이죠. 마르크스는 뒷세대들에 대한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철학 VS 철학>의 저자 강신주 박사가 꼽은 마르크스 철학 이해의 지름길은 교육이었다. 강 박사는 지난 16일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열린 '정치철학 특강 시즌2' 강의에서 "마르크스는 교육과 환경이 인간을 만들지만 인간도 교육과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상호적인 관계라고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마르크스는 앞으로 태어날 후손들의 삶을 고려한 교육을 통해 현재 어른들의 삶을 비판할 수 있는 거리가 확보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마르크스가 교육을 강조한 이유는?

마르크스가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에서 공격 대상으로 삼았던 독일의 철학자 루드비히 포이에르바하의 인간 중심적 유물론은 간단히 말해 인간이 필요에 따라 신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는 내용이다. 인간은 현실에 문제가 닥치면 관념적으로 그 문제를 회피하고 외면하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피난처로 신이 만들어진다는 논리다.

포이에르바하는 자신의 저서인 <기독교의 문제>를 통해 '인간이 신을 만들었으니 인간이 신을 버릴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강 박사는 "마르크스는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에서 이러한 포이에르바하의 인식을 비판했다"고 설명했다. 신이 만들어지는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서 신만 죽이는 포이에르바하의 인식은 '가진 자의 논리'이고, 관조적이며, 현실 개선의 측면에서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마르크스는 '종교는 아편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왜 종교는 아편일까요? 사람들이 종교를 믿는 이유는 현실이 힘들고 아프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들에게 종교는 진통제같은 역할을 했던 거죠. 그런데 포이에르바하의 얘기는 뭐냐면 '인간이 신을 만들었으니 버리면 된다', '아파도 진통제를 맞지 마라'는 얘기거든요. 이에 마르크스는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말라고 지적하는 것입니다. 아플 일이 없으면 진통제를 맞지 않아도 되잖아요. 진통제를 제거하는 것보다는 현실의 삶에서 상처받지 않고, 고통스럽지 않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게 마르크스의 비판 내용입니다."

'대상적 활동'이라는 개념을 통해 능동적인 실천과 현실개선을 강조했던 이런 마르크스의 통찰은 교육에 얽힌 시선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된다. 포이에르바하를 포함한, 마르크스 이전의 낡은 유물론에서는 인간을 교육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 결정되는 수동적인 존재로 보았다.

강 박사는 "포이에르바하 역시 이런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며 "그러나 마르크스는 인간이 교육이나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교육이나 환경을 바꿀 수도 있다고 보았다"고 설명했다.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에 대상적 활동 이외에 딱 한 가지 얘기가 더 있는데 그게 바로 교육이에요. 교육과 대상적 활동은 같이 가는 개념입니다. 마르크스가 자신의 철학적 기반을 다룬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에 평범한 테마인 교육을 언급했다는 것은 우리가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는 왜 교육 얘기를 꺼냈을까요?"

강 박사는 "만약 현재 교육과 환경이 행복하고 자유로운 인간을 만들어낸다면, 우리는 교육과 환경을 개조할 필요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개조해야한다"며 "이것이 마르크스의 문제의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교육의 목적은 기성세대가 편하기 위해 어른의 가치관대로 아이를 재편하는 것"이라며 "어른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해야한다는 것이 마르크스 교육의 화두"라고 말했다. 

"마르크스의 말은 대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죠.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방법이 아니라, 내가 가장 편안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았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하려면 우선 선생님이 바뀌어야 합니다. 나의 이익, 나의 기득권, 나의 익숙함은 포기해야 할 거에요. 요즘 체벌 금지하니까 일부 언론에서는 애들이 통제가 안 되고 이상해졌다고 합니다. 원래 때려서 키운 아이들이기 때문에 안 때려서 키우니까 통제가 안 되는 건 당연한 겁니다. 그 후유증은 어른들이 감내해야죠."

"어른, 기득권 중심의 '시민사회' 벗어나야"

강신주 박사가 '정치철학 특강 시즌2' 강의를 하고 있다.
 강신주 박사가 '정치철학 특강 시즌2'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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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마르크스가 후손을 위한 교육을 주장하며 의도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강 박사는 "마르크스는 기존의 교육 구조가 철저히 기득권 위주의 것임을 일깨우고 후손들의 삶도 고려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후손들의 삶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때에야 비로소 현재 어른들의 삶을 비판할 수 있는 비판적 거리가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은 자연스럽게 '어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시민사회에 대한 비판으로도 확장된다.

"포이에르바하에게 주어졌던 사회는 부르주아 사회, 즉 시민사회(civil society)였습니다. 이런 인식 아래서 후손들의 존재란 시민 사회적 규범을 배워야 되는 계몽의 대상일 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의 시민사회는 시민 사회적 규범에 의해 훈육된 어른들, 즉 기득권을 가진 자들만을 위한 사회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시민사회가 낡은 유물론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고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11번을 통해 자신이 주장하는 유물론의 지향은 '인간사회(human society)' 또는 '사회적 인간(social humanity)' 이라고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강 박사는 "뒷세대의 삶을 고려할 때 얻을 수 있는 비판적 사고방식을 통해 어른들은 사회와 환경, 나아가 교육을 개조하는 실천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르크스가 궁극적으로 지향한 '인간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 삶의 현실적인 장애물들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개조하려는 실천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하며 강의를 마쳤다. 

덧붙이는 글 | '대상적 활동'에서 '대상'은 영어로는 object입니다. 'object'란 어원적으로 '내 앞(ob)'에 '던져져(ject)'서 나의 활동을 막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가 나를 둘러싼 환경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대상'인 셈입니다. '대상'이 나를 둘러싼 현실적인 제약이나 조건이라면 '활동'은 내가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합니다. 마르크스는 인간의 모든 활동이 자신에게 저항적인 현실조건에 대해 행동하는 '대상적 활동'이라고 보았습니다.



태그:#강신주, #마르크스, #정치철학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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