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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가족 상봉 둘째날인 31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공동중식에서 북측의 김진원씨가 남측 누나, 동생들과 얘기를 나누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둘째날인 31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공동중식에서 북측의 김진원씨가 남측 누나, 동생들과 얘기를 나누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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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가족 상봉 둘째날인 31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공동중식에서 북측의 전순식씨가 남측 언니 전순심씨(90세)에게 죽을 떠먹이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둘째날인 31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공동중식에서 북측의 전순식씨가 남측 언니 전순심씨(90세)에게 죽을 떠먹이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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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동취재단, 황방열 기자] 60년만의 상봉은 가족마다 굽이굽이의 사연을 만들었다. 주고받는 선물에는 그 사연이 그대로 담겼다.

"아버지가 꿈에서도 그리시던 남쪽 고향집 정경을 담았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틀째인 31일 남북의 가족들은 금강산호텔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개별상봉에서 정성껏 준비한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북측의 숙부 윤재설(80)씨를 만난 윤상호(50)씨는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사촌동생인 북측의 윤호(46)씨가 아버지의 남쪽 고향집을 상상해 만든 목공예품과 골뱅이 껍데기로 장식한 꽃병이었다. 수공예 전문가인 윤호씨는 아버지가 전해준 경기도 광주의 고향집 모습을 나무에 담았다. 장독대, 돼지우리, 장작더미까지 그대로 살리고, '고향의 봄' 가사도 새겼다.

윤호씨는 4년 전 아버지가 '흩어진(이산) 가족' 상봉을 처음 신청할 때부터, 이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 만난 사촌동생에게 선물을 받은 상호씨는 "얼굴도 보지 못한 북한의 사촌한테서 이렇게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을 받으니 너무나 감동적이다. 다시 만날 때까지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기뻐했다.

아버지 대신 베잠뱅이에 헌신발 신고 북으로 간 오빠

 30일 금강산 면회소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북측의 정기형씨가 남측의 여동생들을 만나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30일 금강산 면회소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북측의 정기형씨가 남측의 여동생들을 만나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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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 '맨발로 떠난 오빠'를 위해 준비한 구두도 있었다. 북측의 오빠 정기형(79)씨를 만난 남측의 세 여동생 기영(72), 기옥(62), 기연(58)씨는 한복을 차려입고 떡과 미역 등으로 차린 생일상 앞에서 절을 올렸다.

기형씨의 생일은 음력 12월 9일이지만, 또 언제 만날지 기약할 수 없는 동생들은 미리 생일상 준비를 해왔다. 선물은 털신과 가죽신 등 신발 4켤레였다. 1950년, 기형씨가 살던 경기도 안성을 점령한 인민군들은 동네 사람들을 시켜 말에게 먹일 풀을 뜯게했고 이를 운반하기 위해 동네 사람 몇을 뽑았다. 제비뽑기 끝에 뽑힌 건 기형씨의 아버지였으나, 당시 19세였던 기형씨가 "차라리 내가 가겠다"며 낡은 베잠뱅이에 헌신발 차림으로 나섰다.

북으로 가던 중간에 낡은 신발마저 잃어버린 기형씨는 길에서 만난 동네 사람들에게 "신발을 사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고 나중에 이말을 전해들은 기형씨의 부모에게는 평생의 한이 됐다.

둘째 여동생 기옥(62)씨는 "오빠의 발 사이즈를 몰라 보통 크기로 샀는데 신발이 오빠한테 조금 커 속상하다"며 "그래도 돌아가신 어머니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린 것 같아 마음은 조금 놓인다"고 말했다. 오빠 기형씨는 술 3병을 동생들에게 주며 "두 병은 조부모님과 부모님 산소에 뿌려주고 한 병은 이번에 오지 못한 첫째 동생에게 선물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인민군이 시키는 일을 다하고 가족들에게 돌아오려고 했는데 다리가 끊겼다, 내 걱정을 많이 했을텐데 너무 미안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지 필요없는 태엽시계 준비해왔다"

 이산가족 상봉 둘째날인 31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공동중식에서 북측의 서정애씨가 남측의 가족들을 만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둘째날인 31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공동중식에서 북측의 서정애씨가 남측의 가족들을 만나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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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가족 상봉 둘째날인 31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공동중식에서 김문순씨가 북측의 언니 김양순씨에게 포도주를 권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둘째날인 31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공동중식에서 김문순씨가 북측의 언니 김양순씨에게 포도주를 권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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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죽은 줄만 알았던 북측 언니 송완섭(78)씨를 만난 송미섭(74)씨는 헤어질 때 여중생이었던 언니를 위해 구식 태엽시계 5개를 선물로 준비했다. 미섭씨는 "전자시계는 2, 3년마다 전지를 갈아야 하지만 태엽시계는 그럴 필요가 없지 않느냐"며 "태엽시계를 구할 수가 없어 특별히 주문제작해 갖고 왔다"고 말했다.

1.4 후퇴 때 아버지 대신 인민군 부역에 끌려간 북한의 큰 오빠 정기형(78)씨를 재회한 정기옥(62)씨 가족은 선물가방을 5개나 준비했다. 기옥씨는 "가방이 5개나 돼(남측 상봉집결장소인 속초까지) 남편 승용차에 따로 싣고 왔다"면서 "오빠 집이 함흥이라는데 온전히 들고 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북측 상봉 신청자 97명과 남측 가족 436명은 이날까지 다섯 차례 상봉을 했으며, 11월 1일 오전 작별 상봉을 마지막으로 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 둘째날인 31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공동중식에서 북측의 리재선씨가 남측 동생들을 만나 노래와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둘째날인 31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공동중식에서 북측의 리재선씨가 남측 동생들을 만나 노래와 함께 춤을 추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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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가족 상봉 둘째날인 31일 개별상봉을 앞두고 북측의 가족들이 남측 가족들이 묵고 있는 금강산 호텔에 도착해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둘째날인 31일 개별상봉을 앞두고 북측의 가족들이 남측 가족들이 묵고 있는 금강산 호텔에 도착해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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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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