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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SSM(기업형 슈퍼마켓) 규제법안 처리 방침을 놓고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25일 오전 SSM을 규제하는 핵심법안 중 하나인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처리를 유보했다. 지난 22일 한나라당과 합의해 이날 본회의에서 유통법을 통과시키고 오는 12월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을 통과시키기로 한 이른바 '분리처리' 방침을 철회한 것.

 

민주당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상생법 반대 입장 표명과 중소기업청의 'SSM 사업조정 시행지침' 미개정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후 의원총회를 열어 SSM규제법안 처리 문제를 다시 논의했지만 "정부·여당의 상생법 처리 약속을 지금 상황에선 믿을 수 없다"며 유통법과 상생법 동시처리 원칙을 재확인했다.

 

전현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으로선 '동시처리'가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한 달에 50~70여 개의 SSM이 생기는 현실에서 '분리처리'가 차선이라 생각했다"며 "그러나 이날 의원총회에선 많은 의원들이 상생법 처리에 대한 정부·여당의 확실한 약속 의지가 없는 이상, 분리처리 방침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밝혔다.

 

SSM 규제법안 분리처리 방침, '파기'가 아닌 '유보'?

 

그러나 전 원내대변인은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분리처리' 방침이 확실히 파기된 것이 아니라, 상생법 처리에 대한 정부·여당의 확실한 약속과 중기청의 실효성 있는 지침 마련이 이뤄진다면 '분리처리'를 매개로 한 협상에 나설 수 있단 설명이었다.

 

전 원내대변인은 "동시처리를 주장하는 게 가장 선명하지만 지금 위장개점까지 하고 있는 SSM 진출을 생각할 때 유통법이라도 처리해야 하지 않냐는 현실적 고민이 있다"며 "향후 원내대책회의, 정책위 등을 거쳐 민주당의 입장을 재정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SSM 규제법안 분리처리 방침이 '파기'된 것이 아니라 '유보'됐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셈. 이로써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다른 야당과 시민사회의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노당 의원단 전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상공인들을 저버리는 김종훈 본부장의 망언이 계속되고 있고, 국회가 여기 휘둘리고 있단 사실에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유통법과 상생법은 반드시 동시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민주당도 야당 교섭단체로서 그동안 수년간 생업을 놓고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상인들의 목소리가 왜곡되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망신살 뻗친 민주당, "여대야소 현실에서 고육지책이었다"

 

이처럼 민주당이 혼선을 빚는 까닭은 '여대야소'라는 국회 현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가 지난 4월 유통법과 상생법을 동시 처리하겠단 약속 하에 두 법안을 모두 통과시켰지만 정부·여당의 반대로 6개월간 처리되지 못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단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그러나 상생법에 대한 정부·여당의 확고한 처리 의지를 확인하지 않은 채 협상에 임해 결과적으로 정부·여당의 전략에 휘둘렸단 망신살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일단 민주당이 이날 '분리처리' 방침 철회 이유로 밝힌, 김종훈 본부장의 상생법 반대 입장은 SSM 규제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당시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그의 '소신'이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김 본부장의 '변하지 않을 소신'을 알면서도 분리처리를 시도했다가 당내외의 비판여론에 밀려 방침을 철회했단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여·야가 법안 처리를 합의할 때 전제가 됐던 것은 정부와 여당이 해당 사안 처리 방침에 대한 조율이 끝났다는 것"이라며 "정부·여당의 엇박자야말로 이번 합의 파기의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여·야 합의를 믿어야지... 김종훈 말 듣고 합의 깬 건 민주당 잘못"

 

하지만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상생법을 처리하는 것은 여·야 간의 합의사항이지 정부가 낄 부분이 아니다"며 "여·야 간의 합의를 믿어야지 특수한 입장에 있는 통상교섭본부장의 말 듣고 합의를 깬 것은 민주당의 잘못"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이 '분리처리'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중기청의 'SSM 사업조정 시행지침'의 향후 개정 방향 및 시점도 불씨로 남겨져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지난 22일 합의 당시, "오는 12월 9일 상생법 처리 때까지 상생법의 취지를 살리는 중소기업청의 'SSM 사업조정 시행지침'을 이달 안에 개정"하기로 했다.

 

현재 중기청이 준비 중인 시행지침 개정안은 "사업조정이 신청된 SSM 직영점이 아래의 요건에 해당하는 체인점(위탁형 가맹점)으로 전환되는 경우"라고 명시, 기존의 사업조정대상 외 가맹점으로 전환해 개점하는 SSM에 대한 규제방안이 전무한 상태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이날 "홍준표 한나라당 서민특위 위원장도 지난 19일 중소상인살리기 전국네트워크 등과 한 면담에서 중기청의 이 지침이 실효성이 없다고 개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이날 "가맹점으로 우회 개점하는 SSM에 대한 규제 대책이 나와야 상생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증기청의 시행지침 미개정을 '약속 위반'의 사례로 꼽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유통법이 통과돼야 지침을 만들 수 있다"며 "순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골목상인 민심 잃나... "상생법 분리처리 주장은 기만"

 

한편, 한-EU FTA에 대한 EU의회의 비준을 위해 상생법 처리를 뒤로 미룬 것도 '기만'이란 주장도 나왔다.

 

앞서 한나라당은 "유통법은 3년 일몰제의 한시법이고 상생법은 일몰 제한이 없다"며 "한-EU FTA에 대해 EU 27개국의 비준을 받는 데 2~3개월 걸리는 만큼 일단 재래시장 500m 내에 상생법이 들어오는 것은 막자는 취지에서 유통법부터 통과시키자는 것"이라고 '분리처리' 취지를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에 일정 부분 수긍하고 분리처리에 합의했다. 

 

그러나 '동시처리'를 주장하는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은 이날 "여·야가 유통법과 상생법을 동시에 처리하겠단 진정성이 있다면 상인들은 2~3개월 참을 수 있다고 했다"며 "분리처리 취지는 상생법 처리를 피하려는 위선적인 얘기"라고 주장했다.

 

인 회장은 또 "야당이 슈퍼마켓협동조합과 전국상인연합회의 의견을 받아 분리처리 방침으로 방향을 틀었다는데 이들 단체는 정부 지원금을 통해 SSM규제법안에 대한 당초의 입장을 굽혔다"며 야당의 의견 수렴 절차도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태그:#SSM 규제법, #유통법, #상생법,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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