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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인천광역시장.
 송영길 인천광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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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첫해인 2008년에 10·4선언을 "버림받은 선언"이라고 표현하면서 "말라비틀어지고 있다"고 비애감을 나타냈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그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다. 역설적으로 백령도에서 터진 천안함 사건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에 대한 남북합의를 담고 있는 10·4선언이 재조명받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송영길 신임 인천광역시장은 이 10·4선언과 인천을 적극 연결시키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의 실내용이 서해안 평화어로수역 지정, 해주의 개방과 투자이기 때문에, 10․4선언은 사실상 인천선언"이라면서 "인천시가 노무현 재단, 한반도평화포럼과 협력해서, 10․4선언의 역사적 의미를 풍부하게 만들어 실질적인 인천선언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해주의 중공업과 개성의 경공업, 그리고 인천 영종도와 인천항을 연결하면 중국의 광동·심천·홍콩과 같은 삼각 클러스터가 될 수 있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는 시장취임도 전인 인수위시절에 업무보고를 받던 6월 16일, 대북지원 재개와 남북교류사업의 적극적인 추진의지를 밝혀, 이명박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실제로 송 시장은 취임 100일도 안 된 시점에 남북교류예산 20억 원 중 5억 원을 북한 영유아지원과 수해지원에 지출했고, 6개 대북민간지원단체와 8억 원 상당의 지원을 약속하는 협약도 맺어놨다.

송 시장은 이에 대해 "남북관계가 풀려야만 발전할 수 있는 인천의 운명적인,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라고 강조했다(오는 8일로 시장 취임 100일을 앞두고 있는 그는 추석 때도 수해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했다며 피곤한 모습이었지만 이 대목에서 몸을 앞으로 급격히 일으켰다).

지난 1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북한 영유아 및 취약계층 지원 공모사업 협약 체결식'
 지난 1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북한 영유아 및 취약계층 지원 공모사업 협약 체결식'
ⓒ 인천시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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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남북화해협력을 자신의 정치적 상징으로 만들려는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일부러 만든다 그런 것은 아니고, 정치인으로서의 가장 큰 과제가 남북분단의 극복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실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출마 얘기도 있었지만 인천시가 남북관계를 풀어갈 수 있는 가장 첨단에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인천시장이 잘 된 것 같다"고 답했다.

"인천아시안게임, 남북 협력해 치르겠단 구상 갖고 있다"

그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해서도 "남북한 공동개최든 분산개최든, 단일팀 구성이든 어떤 형태가 되든지 남북한이 협력하는 아시안게임을 치르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면서 "정권도 바뀌게 될 테니 그때쯤이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직은 추상적이지만, 차기 개최도시 시장으로 참석하는 올해 광저우 아시안게임(11월 12일 ~ 27일)때 북한 관계자들과도 자연스레 만나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의 남북관계에 대해 "지금처럼 장기적으로 대안 없이 이어진다면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실용주의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형님인 이상득 의원이 자원외교를 위해 왜 가까운 북한은 안 가고 아프리카나 중동으로 가는지 모르겠다"며 "그것도 필요하지만 대북 특사가 되는 게 어떨까 싶다"고 권유하기도 했다.

송 시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일 인천시청 집무실에서 약 1시간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송영길 인천광역시장.
 송영길 인천광역시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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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위 시절 업무보고를 받던 6월 16일부터 남북교류사업의 적극적인 추진의지를 밝혔다. 어떤 배경인가.
"평소에 제 소신이기도 했고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이로서 의정활동을 할 때도 남북관계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그리고 북진통일론이 기승을 떨칠 때 평화통일을 주장하다 목숨을 잃은 죽산 조봉암 선생이 지역구(인천 계양을) 선배다. 천안함 사건으로 대북강경주장이 몰아치던 상황에서 남북화해를 강조했던 것도 이 분들의 뜻을 이어받겠다는 뜻도 있었다.

또 인천은 보수·진보를 떠나 남북관계를 잘 풀어야만 하는 지역이다. 인천에서 백령도까지의 직선거리가 174km다. 휴전선 155마일(248km)보다 길지 않지만, 서해의 NLL(북방한계선)로 북한과 대면·접촉하고 있는 지자체는 대한민국에서 인천 밖에 없다. 북한과의 모든 교류물자가 인천항을 통해서  나간다. 현재 개성공단에 100개가 넘는 업체가 가동 중인데 그 중 30개가 넘는 업체가 인천에서 투자한 업체다. 인천에서 생산한 부품이 개성공단으로 가는 상호 분업효과가 있다. 개성공단의 발전·확대는 인천 남동공단의 발전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

인천에는 제주도 마늘을 수매해서, 북한으로 보내 깐마늘로 위탁가공해 들여오는 업체도 있는데 시장점유율이 20% 정도된다. 제주도 마늘이 딱딱해서 어르신들이 까기는 어렵다는데 이번 5.24 조치로 차단됐다. 깐마늘 값이 올라서 김장철도 다가오는데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 외에도 고사리 등 야채류와 건어물·수산물 등 북한에서 수입하던 것들이 막히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해서도, 백령도·대청도·소청도 꽃게잡이 및 관광객 유치 등을 위해서도 남북관계가 잘 풀려야 한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같은 한나라당의 김용갑 전 의원에게 비판을 받으면서도 남북관계에 신경썼던 것은 인천의 운명적인,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남북관계가 풀려야만 인천이 발전한다는 등식의 반영인 셈이다."

"인천은 보수·진보 떠나 운명적으로 남북관계 잘 풀어야 해"

- 전임 안상수 시장이 지난해 2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1.8km거리인 강화도 북단과 개성남단을 연결하는 다리를 놓겠다고 했던 게 기억난다.
"저도 똑같이 공약했던 사안이다.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다. 강화도에서 북한의 황해북도 개풍군 고도면 철산리까지 1.8km 밖에 되지 않는데, 바다로 가장 가까운 곳이다. 여기에 다리를 놔서 개성공단으로 바로 연결하고, 또 강화도에서 영종도까지 14km에 다리를 놓게 되면 개성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거리는 총 58km 밖에 되지 않는다. 앞으로 전략물자 제한 등 개성공단의 제한요소가 완화돼 개성에서 전자제품같은 첨단제품 생산이 활성화된다면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제가 한미FTA 추진 당시 개성공단의 '한반도 역외가공지역 인정' 문제를 밀어붙여 관철시켰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개성공단이 역외가공지역으로 인정받으면 인천국제공항과 연결돼 중국보다도 경쟁력 있는 산업단지가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 이게 바로 진도가 나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닌데.
"금방이라도 현실화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가는 것이다. 전임 시장 때도 그랬지만 인천이 남북 간 스포츠 교류를 많이 했다. 사실 북한 축구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인천시의 지원이 음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다. 북한팀을 한국에 초청할 수 없어서 중국 곤명 현지 훈련을 많이 도와줬다. 지금은 제한받고 있지만 계속하려고 한다.

또 2014년에 아시안게임을 해야 하는데, 이를 남북한 공동개최든 분산개최든, 단일팀 구성이든 어떤 형태가 되든지 남북한이 협력하는 아시안게임을 치르겠다는 게 내 구상이다. 2014년이면  정권도 바뀌게 될 테니 그때쯤이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강화도와 북한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설하는 것도 시장 임기 내에 구체화되지 않을까 싶다. 또 제 시장 임기 중 대선과 총선이 있기 때문에 인천시의 이러한 구상이 여·야 후보들에게 채택될 수 있도록 정치적 노력을 다하려고 한다."

- 남북이 협력하는 아시안게임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다양한 협력 방식이 있을 것이다. 지금으로선 남북이 협력하는 방식을 찾겠다는 추상적인 원칙을 갖고 추진하고 있다. 우선 올해 광저우 아시안게임(11월 12일 ~ 27일) 개막식과 폐막식에 차기 아시안게임 개최 도시 시장으로서 참석해야 한다. 그때 아시안게임에 참석한 북한 관계자들과도 자연스레 만나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송영길 인천광역시장.
 송영길 인천광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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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해양부에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를 중심으로 충남 서산과 북한의 해주, 개성을 잇는 서해안 남북축 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국도노선 지정'을 건의하기도 했는데.
"수도권 공장들이 세제혜택과 수도권 규제를 피해 충남 지역으로 많이 내려간 상태다. 이 공장들의 생산품들이 서울·수도권을 통하지 않고 바로 인천 영종도를 통해 수출하게 되면 교통혼잡비용을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의 제품도 현재 영종도를 통해 미국과 유럽 등지로 수출되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사업과 해저터널을 제안하지 않았나. GTX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해저터널은 건설에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하고 100조 원이 넘는 재원이 필요하다. 당장 추진하기 힘들다. 그보다는 제가 제안한 충남 서산과 영종도를 잇는 도로를 건설해 충청권과 새만금의 물류를 인천국제공항과 직선으로 연결시키는 게 필요하다. 선거 당시 밝힌 '경제수도' 구상도 충청·호남의 물류, 북한의 물류, 중국의 물류를 모두 인천으로 연결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 최근에 안보정책특보를 임명했던데, 지자체로서는 이례적인 것 같다.
"이전 시장들 때도 있었다. 인천의 특성 때문에 그렇다. 군부대도 많고, 남북관계 경색으로 동해보다 서해 긴장도가 높아졌다.  남북협력특보도 지금 공모절차를 밟고 있다. 비유하면, 인천은 통일보좌관과 안보보좌관이 동시에 필요하다. 남북교류협력팀은 이번에 신설했는데, 지자체 중에 처음이다."

- 10․4선언 3주년이다. 서해에서 긴장이 고조될수록 10․4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했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떠올리게 된다.
"10․4선언은 사실상 인천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의 실내용이 서해안 평화어로수역 구역 지정, 해주의 개방과 투자다. 장기적으로 해주의 중공업과 개성의 경공업, 그리고 인천 영종도와 인천항을 연결하면 중국의 광동·심천·홍콩과 같은 삼각 클러스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10.4 선언은 노 대통령 임기 말에 나왔기 때문에 후속조치가 이어질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고, 그 역사적 의미에 대한 조명도 부족하다. 오히려 천안함 사건이 발발하면서 10․4선언의 중요성이 재차 확인됐다.

인천에서는 김대중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행사를 인천시 청사에서 했는데 그게 계기가 돼서 지난 2일에 임동원, 정세현,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송도에서 저녁을 함께 했다. 10․4선언은 인천선언이라는 공감대를 갖고, 4주년 행사부터는 인천시가 주도했으면 한다는 제안을 받았다. 그래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올해 10.4 선언 3주년 기념식과 학술대회 일부를 인천시가 지원했고, 제가 축사도 한다. 인천시가 노무현 재단, 한반도평화포럼과 협력해서, 10․4선언의 역사적 의미를 풍부하게 만들어 실질적인 인천선언으로 만들어가려고 한다. 내년엔 10.4 선언에 대한 학술대회도 열 계획이다."

지난 달 2일 인천 송도에서 이종석, 임동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자리를 함께 한 송영길 인천시장.
 지난 달 2일 인천 송도에서 이종석, 임동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자리를 함께 한 송영길 인천시장.
ⓒ 인천시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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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개성-인천 연결하는 삼각 클러스터 가능"

- 장기적으로 남북화해협력을 자신의 정치적 상징으로 삼으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일부러 만든다 그런 것은 아니고, 제 정치철학과 정치인으로서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제 책의 제목이 '벽을 문으로'인데, '분단의 벽을 통일·통합의 문으로'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정치인으로서의 가장 큰 과제가 남북분단의 극복이다 그래서 사실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출마 얘기도 나왔지만 지금 인천시장이 된 것이 잘 된 것 같다. 인천시가 남북관계를 풀어갈 수 있는 가장 첨단에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전라도나 경상도지사가 대북교류에 적극 나선다면 개인의 정치적 입지 때문에 그러는 것이냐, 도민 지지받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남북화해가 인천발전에 구조적으로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평소 제 소신과 맞아떨어진 면이 있다."

- 취임 이후 북한 영유아지원과 수해지원에 5억 원을 지출했고, 또 관련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밖에 남북한 교류와 협력확대를 위한 계획이 있다면.
"오늘 추가로 6개 대북지원단체와 협약식을 맺었다. 공모한 14개 단체 중 가장 실적이 좋은 6개 단체를 선정해 각각 1억 2천만 원~1억 4천만 원 규모로 총 8억 원 정도 지원하기로 했다. 예산 20억 원 중에서 12~13억 원 정도 지출되는 것이다. 나머지는 아시안 게임을 대비해서, 유소년 축구 교류같은 스포츠 교류를 고민하고 있다."

- 예산이 부족할 수도 있겠다.
"오늘 보니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40억 원 가량을 대북협력기금으로 하겠다고 보도가 나왔던데. 그런데 이 예산은 제가 책정한 게 아니다. 안상수 전 시장 때 남북교류협력 명목으로 책정된 게 20억 원 정도 된다. 그 범위 안에서 지출하는 것이다."

- 오늘 보니 김 지사를 많이 의식하는 것 같다.
"하하하, 아니다."(곁에 있던 한 참모 "오히려 김 지사가 우리를 의식하시는 것 같던데…" 웃음.)

"대북지원 재개, 기업인들과 어민들은 다 좋아한다"

- 천안함 침몰 때 사망한 장병의 어머니가 대북지원사업 재개에 항의하며 인천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대북지원 재개에 대한 반대여론도 있는데.
"자식 잃은 어머니의 안타까운 심정은 그대로 이해한다. 일부 반대여론도 있지만, 대다수는 잘 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 이제 중앙정부도 바뀌고 있으니까 (인천이) 앞서서 선도했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을 지낸 김학권 인천 경총 회장은 '송 시장 가방이라도 들고 다녀야겠다'며 호평한다. 기업인들은 다 좋아한다. 어민들도 마찬가지다. 이번 추석 때 만난 유자망 어선 조합대표는 '송 시장이 북한과 접촉해서 중국 어선의 불법 어로 행위를 막아달라'고 하더라. 중국 어선들이 북한 경비대에 돈을 주고 들어와서 꽃게를 싹쓸이하는데, 차라리 그 입어료를 자신들이 낼테니 중국어선을 막아달란 것이다. 사실 10.4 선언 내용이 이것이다. 공동평화어로 지역 만들어 각자의 쿼터를 정해 같이 어로행위를 하자는 것 아닌가."

- 사실 대통령이 전쟁기념관에서 선언할 정도로 큰 틀을 정해놨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나서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인데.
"역으로 생각한다. 중앙정부가 말을 바꾸기는 어려우니, 역할을 분담해서 지방정부가 물꼬를 터보자는 것이다. 북한의 중국 의존도가 지금처럼 계속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가 발해 얘기를 많이 하는데, 227년 간 이어졌던 발해가 통일신라가 외면하는 사이 거란에 의해 망해서 중국 땅으로 편입되지 않았나. 이처럼 남한이 북한을 남의 나라 보듯이 계속 외면한다면 향후 북한이 제2의 발해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중국의 동북3성으로 편입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계속 이렇게 발로 차고, 배고픈데 외면하면 결국 중국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 최근에 국정원이 '북한의 비축군량미가 100만톤 이상'이라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북한 쌀지원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대목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군량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저는 알 수없는 것인데, 다만 100만 톤을 더 준다고 북한이 200만 톤을 그냥 쌓아놓는 게 아니지 않나. 어차피 쌀은 묵히면 썩어서 못 먹게 되기 때문에 결국 민간인도 다 먹게 된다.

사실 북한과의 체제 경쟁은 이미 끝난 상황 아닌가. 북한이 어떤 우월함을 갖고 적화통일에 나서겠나. 오히려 지금 상황에선 북한이 궁지에 몰린 나머지 통제되지 않은 국지전을 벌이는 게 더 위험하다. 지금은 '매니지먼트'의 관점에서 남북관계를 바라봐야 한다. 북한이 적화통일을 꾀하는데 남한의 안보의식이 해이하다는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마치 돈키호테가 풍차를 보고 거인이라며 달려나가는 것과 같다. 북한은 우리의 발전을 위해 아껴놓은 땅이라고 본다."

"이명박 정부, 북에는 왜 실용외교 안 하나"

송영길 인천광역시장.
 송영길 인천광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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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적인 남북관계에 대한 비전이 있다면.
"남북관계가 지금처럼 장기적으로 대안 없이 이어진다면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라 생각한다. 중국을 보라. 화평굴기(和平堀起 : 평화적으로 우뚝 선다)와 도강양회(韜光養悔 :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의 외교정책이 변화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 힘에 의한 외교를 보여줬고, 원자바오 총리가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상당히 자신의 근육을 보여주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 스스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지게 된다. 남한이 미국 진영에 편입되고, 북한이 중국 진영에 편입되면 6.25때와 똑같은 구조가 되는 것 아닌가. 우리가 남북관계를 풀어내는 것이 미·중 양국을 통제하고 우리 민족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이다."

- 지난 대선과 달리 2012년 대선 때는 대북정책이 이슈가 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다. 지난 대선 때는 국내경제가 이슈가 됐지만 지금은 경제가 나아진 것도 없이 남북관계가 악화됐다. 자식을 군대 보낸 부모들도 걱정하고 채솟값, 수산물값도 오르고 있다. 중국으로 계속 넘어가고 있는 북한의 지하자원도 그렇다. 대통령 형님인 이상득 의원이 가까운 북한은 왜 안 가고 아프리카나 중동으로 가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필요하지만 대북 특사가 되는 게 어떨까 싶다.

또 북한이 금강산관광 재개에 저렇게 매달리는데, 나라면 대통령이 발표했던 러시아 가스관 유치를 놓고 역제안 하겠다. 이제 2년 반 밖에 임기가 안 남았는데 남북관계를 풀지 않고 어떻게 가스관을 가져오겠나. 그것이 실리외교 아닌가. 이 대통령은 현대건설 사장 시절 이라크 후세인 독재체제에서도 건물 수주하고 공사를 했다. 그것이 실용주의라고 강조했다. 그때는 왜 미국도 싫어하는 후세인 독재를 도와주는 공사를 했나. 그러면서 북한에는 왜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인가."


태그:#송영길 인천광역시장, #10.4선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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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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